‘짜깁기 발췌’ 의혹…왜곡·축소 가능성도 제기
24일 언론에 공개된 국가정보원의 8쪽짜리 대화록 발췌본에는 논란이 됐던 ‘NLL 포기 취지 발언’이 아닌 평화수역으로 NLL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이 담겨있다. 이를 보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수세력이 주장해온 ‘NLL 포기’가 아닌 남북의 분쟁을 줄이고 서해를 평화롭게 이용하며 갈등을 해소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발췌본에서 노 전 대통령은 NLL과 관련, “그것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그러나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북측 인민으로서도 그건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혼동이라는 것을 풀어가면서 풀어야 되는 것인데...”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위원장님하고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NLL은 바꿔야 합니다”라며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럽다.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군사지도 위에다가 평화 경제 지도를 크게 위에다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그것을 가지고 평화문제, 공동번영의 문제를 다 일거에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실무 협의 지속해 나가면 내가 임기동안에 NLL문제는 다 치유가 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이 발췌본은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발언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있어 정확한 발언 취지의 파악이 어렵다. 이 때문에 발췌본이 원래 회의록 내용을 왜곡·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발췌본이 입맛에 맞는 부분만 공개한 조작된 문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국장은 <연합뉴스>에 “당시 관계자들의 메모, 녹음기록 등에 비춰볼 때 다른 부분이 있어 100% 믿을 수 없다”며 “그래서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정본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대표적인 예로 발췌본의 대화록 74쪽의 내용을 들었다. 발췌본의 해당 내용에는 김 전 위원장이 ‘(NLL 관련)법을 쌍방이 다 포기한다’고 한 발언 뒤 노 전 대통령이 “예 좋습니다”라고 동의한 것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김 국장은 “김 전 위원장이 ‘법을 포기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며 노 전 대통령의 ‘예 좋습니다’라고 말한 뒤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대해 쭉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발췌본에는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또한 노 전 대통령이 “NLL은 바꿔야 합니다”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NLL 자체를 건드려서는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갖고 해결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일 국정원의 발췌본을 열람한 뒤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취지 발언’을 했다며 자신의 의원직까지 내 건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25일 MBC 한 라디오에서 “발췌문뿐 아니라 원본까지 봐야 알 수 있다”며 말을 바꿔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의 물타기 의혹으로 ‘NLL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힘들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