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장진수의 절규…“나에게도 같은 수준 적용해 달라”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면서도 같은 국정원 직원이지만, 대선개입을 한 직원들은 기소하지 않고 이를 폭로한 직원들만 기소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검찰이 국가기관의 수장이 내린 명령이 위법할지라도 ‘상명하복’의 관계에 따라 명령을 따르면 법적 처벌을 하지 않고, 명령이 위법이라고 폭로한 사람만 처벌하겠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검찰의 이같은 판단을 두고 인터넷 상에서는 ‘조직의 상명하복이 나라의 법률보다도 위에 있다는 것이냐’는 비난과 함께 검찰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등을 양심고백한 장진수 전 주무관은 자신의 트위터(@jjnsoo)에 “검찰은 조직의 상명하복이라는 것이 나라의 법률보다도 위에 있다고 본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나라의 법치가 정말 어쩌다 이렇게까지 비참해져야만 하는가!”라고 통탄했다.
그는 또 “국정원 범죄 직원들에 대해 상명하복 관계를 이유로 불기소한 것과 동일한 수준을 (나에게도)적용해 달라”면서 “나 역시 VIP에 절대충성 하는 조직에서 명백히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었고, 지시를 받아 행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MBC 조능희 PD(@mbcpdcho)는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이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민주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이지 특정 정권을 비호하기위한 것이 아니”라면서 “권력기관이 상명하복의 특성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업무를 위해서이지 범죄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준비위원장(@leesns)은 “이는 법치주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불법지시라도 수행해야 한다는 유신독재자의 법논리로 반민주 정치검찰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histopian)는 “지금 검찰의 결정은 ‘다음 선거는 아예 대놓고 부정해도 된다’는 공공연한 메시지”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전 국정원 직원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15일 ‘go발뉴스’에 “검찰이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제보한 전 국정원 직원을 직무상비밀누설혐의로 기소한 것은 법리적으로도 무리한 부당기소”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문옥 감사관의 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당시 대법원이 국가 공무원법상 직무상 비밀이라는 것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밀일 때만 가능하다고 판결했다”면서 “국정원 직원이 야당에 제공한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보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문옥 감사관은 1990년에 87년 대통령 선거와 88년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서울시 예산 88억 원이 선거자금으로 전용된 사실과 재벌기업의 로비로 감사가 중단된 것에 대해 ‘감사원에 압력을 가하는 외부 권력기관은 대부분 청와대’라고 폭로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구속됐다.
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재화 변호사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대상에 뇌물, 선거개입, 횡령 등 주요 범죄행위가 누락돼 있고, 신고기관에 언론과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이 누락돼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정원 사건 공익신고자도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공익신고자 보호법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실명으로 신고 하도록 돼 있다”면서 “공익제보를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익명 신고를 보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14일 국정원의 이종명 전 3차장, 민모 전 심리전단장, 김모 심리전단 직원 등 3명, 외부 조력자 이모 씨 등 6명에 대해서는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범행이었다는 이유로 전원 기소유예했다.
반면,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 지시 사실을 야당에 알린 국정원 직원 정모 씨와 전직 직원 김모 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