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건‧한상률게이트도 ‘金 발표’…‘물타기 꼼수’ 비난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14일 금요일에 하기로 해 ‘꼼수’ 비난이 일고 있다. 검찰은 권력의 핵심과 연루된 민감한 수사 발표는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주말 직전을 자주 이용해왔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14일 오후 2시 국정원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13일 밝혔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전 공식브리핑에서 “당초 오늘 오후 2시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목표로 수사를 진행했는데 사건 건수나 양이 방대하고 공소장 및 보도자료 준비 등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어 내일 오후 2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결론을 내고 수사결과 발표가 너무 늦어지는 것도 문제이고, (민주당 등 고소인·고발인의)재정신청 기회도 부여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공소시효만료일(19일 자정)에 임박해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해 내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단이 금요일에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오해소지가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음에도 금요일에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질문을 하자 이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 관련 기사가 생산되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최대한 오늘 발표하려고 했지만 수사 상황상 금요일에 수사결과 발표를 하게 되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만 답했다고 <노컷뉴스>는 보도했다.
주말 직전인 금요일 저녁 뉴스와 주말 신문은 평일보다 시청률과 가독률이 떨어진다. 검찰은 그간 권력의 핵심과 연관된 민감한 사건의 수사 발표는 ‘금요일’을 택해 ‘언론 노출을 줄이려는 물타기’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수사도 금요일 오후 사전 예고도 없이 발표했다. 당시 검찰은 핵심 인물인 MB 아들 이시형씨를 한번도 소환하지 않은 채 서면 조사로 끝내고 7명의 피고인과 주변 인물에 대한 압수수색도 전혀 하지 않은 채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관련기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내곡동 사저 수사 발표 시점도 금요일을 택해 ‘노골적인 봐주기‧눈치보기 수사’ 비난의 정점을 찍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형제의 연루 의혹과 ‘태광 기획세무조사’ 의혹이 불거졌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 발표도 2011년 5월 15일 금요일에 진행했다. 13일 오후, 늦어도 14일에는 발표될 것이라는 검찰 안팎의 중론과는 달리 검찰은 “결정문 작성과 관련해 검토할 게 좀 남아 있다”며 수사 발표를 주말 직전으로 미뤘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청장에 대한 개인비리만 기소했고, MB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실세를 상대로 한 연임 로비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태광 실업 표적 세무조사 등 핵심 의혹은 혐의가 없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결과도 추석 연휴 전날, 일과시간 이후에 짤막한 문자메시지로 발표됐다.
한국신문협회의 2008년 ‘신문독자의 신문 이용행태 조사연구’ 조사에 따르면 열독률은 월요일이 가장 높아 93.7%에 달했고 다른 요일들도 80%대였다. 반면 토·일요일의 신문 열독률은 58.6%로 크게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