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에 외압, 경찰 지휘부 개입 정황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해 경찰 지휘부까지 개입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16일 군인권센터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인을 피혐의자로 적시한 이첩기록을 국방부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회수한 뒤인 8월 2일, 3일 이틀 동안 해병대수사단 소속 채 상병 사건 담당 수사관과 기록을 이첩받은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 사이에 오고 간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8월 2일 수사기록이 군으로 넘어간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8시 15분에 이뤄진 통화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담당 A수사관은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수사대 B팀장에게 “오늘 저희가 사건을 정확하게 인계를 드렸다고 말씀드렸지 않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B팀장은 “예”라고 답했다.

A수사관은 이어 “정확하게 사건 인계서 공문까지 편철을 해서 인계를 드립니다 하고 왔는데, (경북청에서) 인계받은 게 아니고 자료를 제공받은 정도로만 입장을 표명한 사유가 궁금해 연락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B팀장은 ‘내부 검토 중에 있다’고 얼버무렸고, 이에 A수사관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말씀 다 드렸다”, “‘청(대통령실)에서 분명 외압이 들어올 거다’ 라고 저희가 말씀드린 건데”라며 이첩 과정에서 이미 경찰 관계자들에게 수사 외압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B팀장은 A수사관의 말을 반박하거나 부인하지는 않고 “지휘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군인권센터는 “통화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찰 지휘부가 이첩기록 탈취 이후에 이첩 과정과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점이 이미 기록을 국방부검찰단이 가지고 간 뒤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경찰 지휘부는 사후 대책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라며 “따라서 이들은 해병대수사단이 오전에 넘겨준 기록을 국방부검찰단에 내주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단 정당하게 이첩 절차를 밟은 기록을 통째로 국방부검찰단에 넘겨주고 그 행위를 정당화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화에 등장하는 ‘지휘부’가 경찰청 지휘부인지, 아니면 경북경찰청장을 위시한 경북경찰청 지휘부인지, 검토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아울러 “‘지휘부’가 누구 건 경찰이 조직적으로 기록 탈취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들기 위해 토의 과정을 거쳤다는 정황이 분명해진 만큼 경찰도 수사 외압 사건의 ‘수사 대상’ 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23년 8월3일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의 통화 녹취록’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경북경찰청 수사관은 8월 3일 통화에서 A수사관의 항의에 흐느끼며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수사관은 “저희가 범죄자 취급받으면서 지금 압수수색 당하고 있다”며 “무슨 근거로 사건 기록이 그렇게 가야 되고, 왜 경북청에서는 이첩받았다고 정당하게 말을 못 하시고,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를 잘 모르겠다”라고 항의했다.

이에 B팀장은 “그거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밝혀질 건 밝혀져야죠”라면서도 “그게 어떻게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한숨을 쉬며 답했다.

A수사관은 또 “이거 나중에 밝혀지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는 겁니까”라며 “우리는 겁이 안 나서 이렇게 했습니까? 겁났으면 이렇게 말도 안 했습니다. 주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모든 걸 솔직하게 다 털어놓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이렇게 왜곡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무서울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한탄하고는 “사건이 거기(경북청)로 가면 철저하게 수사를 좀 해주십시오. 무고한 해병대원이 한 명 죽었습니다”라며 채 상병 사건이 경찰청으로 가게 되면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B팀장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군인권센터는 “해병대수사관은 분노하고 경북경찰청 수사관은 무력감에 눈물을 흘리는 통화 내용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실제 경북경찰청장에게 외압이 있었던 7월31일 이후 8월3일까지 누가 연락을 해 기록 탈취를 상의한 것인지 수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그러나 수사 외압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발걸음은 사실상 멈춰버린 상태나 다름없다”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오늘(16일)부터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결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