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끝내 故채수근 상병 사망 책임 대폭 ‘축소’

한국 “국가, 사병 목숨 가벼이 여기는데 나라 위해 목숨 바치라 할 수 있나”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국방부가 ‘故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상급 부대장인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혐의는 빼고 대대장 2명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했다.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대대장 측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이지 본인 혼자서 허리 아래까지 들어가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21일 ‘해병대 순직사고 재검토 결과’를 발표, 애초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로 판단했던 8명 가운데 임 사단장과 박상현 7여단장, 중대장, 현장 간부 등 지휘계선에 있거나 현장 통제관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4명에 대해 “현재 기록만으로는 범죄의 혐의를 특정하기가 제한된다”며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어서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반면 대대장 2명에 대해서는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 가능하다’는 여단장의 지침을 위반해 ‘허리까지 입수’를 지시해 채 상병 사망과 직접 인과 관계가 있다”며 범죄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인지통보서를 넘기기로 했다.

중위와 상사 등 나머지 2명의 하급 간부에 관해서는 “임의로 사망자 수색조에 합류해, 현장 통제관 업무·지위와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경찰에 이첩하지 않았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순직사고를 일으킨 직접적인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한 대대장 2명은 숨진 채 상병이 속했던 포병7대대장과 선임인 포병11대대장이다.

이들이 상급자에게 승인받은 것처럼 ‘임의로’ 허리까지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지만, 채 상병 부대인 포병7대대장 측은 허리까지 들어가는 수색에도 상부의 승인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거부를 하고 밖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거부를 하고 밖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에 대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은 “조사본부장이 외압에 굴복한 것은 굉장히 안타깝다”며 “조속히 군사경찰의 독립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가 끝내 채수근 상병 사망 책임 소재를 대폭 축소한 데 대해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은 “정의 읽은 국가, 지킬 가치 있나”는 제목의 칼럼에서 “사병의 목숨은 가볍고 지휘관 책임은 얄팍함을 공식화한 꼴이기도 하다”며 “이로써 군과 국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병 목숨보다 해병대 빨간 셔츠를 중시하는 지휘관이, 나라를 지키는 작전에는 성공하겠느냐고 묻고 싶다. 그런 지휘관을 감싸는 국가에, 누가 기꺼이 충성하겠는지 답해 보라”며 “사병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국가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김 위원은 “채수근 상병 시신 앞에서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는 박정훈 대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나는 이것이 한 명의 전우도 뒤에 남기지 않겠다는 군인으로서의 진심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해병대 정신이,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윤 일병 학대·사망 사건 등 수많은 부실·축소·은폐 수사와 다른 결론을 냈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의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다면, 그 나라가 지킬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