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배째라?…한겨레 “檢, 법치주의 훼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사용한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의 내역을 공개하면서 관련 내용을 무더기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등은 2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1월~4월 대검찰청 특활비, 같은 해 1월~5월 서울중앙지검 특활비 증빙자료가 단 한 쪽도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단체 측은 자료 누락 시점이 김수남 전 검찰총장, 이영렬·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시기라며 “이영렬 전 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이 발생한 2017년 4월 21일을 전후해 특활비 증빙자료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6,7월엔 각기 18건, 27건에 대한 현금수령자 영수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 관계자는 “74억 원의 국민세금을 쓰고도 단 한쪽의 증빙자료도 남기지 않는 건 기획재정부 및 감사원 지침에 따르면 불가능하다”며 “증빙자료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했던 자료가 은닉·폐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보관돼 있던 특활비 집행자료를 전부 공개했다”면서 “다만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했고, 그 이후 집행내역·증빙자료는 철저히 보존·관리하고 있어 성실히 제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공익법률센터 농본 변호사)는 SNS를 통해 “만약 보조금 받은 민간단체에서 74억을 쓰고도 증빙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압수수색에 구속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 대표는 “그 잣대를 검찰에 들이대야 한다”며 “그런데 검찰은 무려 74억 원의 세금을 쓰고도 증빙 1장 없는 사태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기는커녕, 엉터리 변명을 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 판결문도 무시하고 어떻게든 윤석열 대통령이 밥 먹은 음식점을 숨기려고 한다”며 “소송과정에서는 있는 자료를 ‘없다’라고 허위 주장을 하기도 했다”고 되짚었다.
하 대표는 “그러나 아무리 은폐하려고 해도 안 될 것”이라며 “이미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끝까지 진상규명이 되도록 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승수 대표는 또 다른 글에서 “서울중앙지검은 흐릿하게 복사된 업무추진비 신용카드 전표를 원본과 대조시켜 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에 어디에서 밥먹었는지를 결사적으로 은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행태를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카드전표에 있는 상호와 사용시간을 가린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며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사안이고, 그 이후에 (아마도 간접 강제를 피하려고) 스스로 공개결정통지서까지 보냈고, 청구인인 국민이 수수료까지 납부했는데도 이렇게 하는 것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지 않을까요?”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경우에 대한 판례는 없는 것 같지만, 공무원들이 직권을 남용해서 확정판결에 의해 확인된 국민의 ‘알 권리 행사’를 방해한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한겨레는 “검찰의 ‘특활비’ 맹탕 공개, 말로만 ‘법치주의’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특활비는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지만 기밀을 요구하는 수사에 쓰인다는 이유로 그동안 사용처는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며 “법원 판결은 이런 관행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짚었다.
사설은 “그런데도 ‘법치’를 구현해야 하는 검찰이 오히려 이를 훼손했다”면서 “법원 판결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기관이 지금 검찰 외에 또 어디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