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 철회.. “국회가 입법적으로 시정해 줄 거라 믿어”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이하 총경)이 ‘경찰국 신설’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졸속”이라 비판하며 “국회가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밝혔다.
류 총경은 26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경찰청과 국가경찰위원회 그리고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 경찰 공무원 노조, 전국의 경찰서장 등 수많은 경찰 관계자들이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 절차적 문제점, 역사적 퇴보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본 사안은 시행령이 아닌 국회 입법 사항임을 밝히고 관련 논의가 보다 신중하고 폭넓게 진행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졸속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우리나라가 법치국가가 아닌 시행령 국가를 만드는 심히 우려스러운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 중립화의 역사와 현 제도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며 “경찰이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정권과 한 몸이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과거의 역사가 그것을 분명히 증명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총경은 “안타깝게도 경찰관 개인으로서나 조직적인 차원에서 경찰국 신설 추진을 막을 방법이 더 이상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권의 경찰 장악과 그로 인한 피해는 역사가 기록할 것이고 멀지 않은 시기에 바로 잡힐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 국회와 국민의 시간이 왔다. 국회에서는 헌법상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법치주의 원칙, 적법 절차의 원칙, 포괄 위임 금지의 원칙, 법률 우위의 원칙, 법률 유보의 원칙 등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의 취지를 침탈하는 이번 대통령령에 대해서 권한 쟁의 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경위·경감 등 경찰 회의가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는 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을 받은 류삼영 총경은 “우리가 총경회의를 개최한 것은 입법 과정에서 14만 경찰의 의사가 충분히 수렴되지 않아서다. 그런데 지금 단계는 입법이 된 상태”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의견을 표시했고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들은 이 상황을 다 알고 계신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고, 직원들도 다칠 수 있고, 조직이 불안정하고, 경찰청장 후보자의 권위와 리더십 부분도 있다. 경찰 전체가 안정되고 단합되고 화합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마음이 있다”며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밝혔다.
류 총경의 우려가 반영되어서인지 오는 30일 예고된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철회됐다.
처음 회의를 제안했던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자칫 우리 경찰 전체가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이번 7월 30일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열기로 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자진 철회하며 주최자의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법령의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사실상 어떠한 사회적인 해결방법이 없어진 게 현실”이라며 “개인, 단체가 아닌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인 의견표명은 화풀이는 될지 언정, 사회적인 우려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14만 동료 경찰들의 피땀 흘린 노력들로 우리 국민, 우리 국회, 우리 사회는 경찰국 설치가 ‘검수완박에 대한 추잡스럽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보복행위이자 권력남용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국회가 이러한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직협)가 주도한 경찰국 신설 반대 청원이 35만명을 돌파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25분 기준으로 35만7000명이 온라인 홈페이지와 현장 QR코드 등을 통해 ‘경찰 지휘 규칙 관련 대국민 입법청원 운동’에 참여했다. 직협은 다음 달 2일까지 100만 명을 목표로 입법청원 운동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