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남성혐오, 여성혐오로 대변되는 2030 성별갈등이 폭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2030 세대의 90%가 한목소리로 성별갈등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큽니다. 

그동안 성별갈등의 심각성을 외면하거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땜질식 처방, 인기영합주의 발언만 쏟아낼 뿐이었습니다. 성별갈등 문제는 한쪽에 양보를 강요한다거나, 그냥 놔두면 알아서 해결될 거라는 태도로 접근해서는 아무런 진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난 29일 유승민 전 의원이 유승민 희망캠프 ‘성별갈등해결 TF팀’ 설치를 알리며 쓴 페이스북 글이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2030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며  홍준연 의원(팀장 / 대구광역시 중구의회), 오명근 변호사, 권희영 변호사, 이효원 대변인, 최웅주 대변인 등 TF팀 구성원을 소개했다. 이어 홍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라며 아래와 같은 당부를 전했다. 

“오늘 지체 없이 바로 서울에 올라가 TF팀 첫 회의를 시행했고, 4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논의해 우선적으로 캠프에 '성차별 정책 제보센터'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유승민 후보님도 바로 오케이! 역시 치타는 빠릅니다!! 캠프 카카오톡채널을 통해 연결되는 제보센터는 성별 갈등을 유발하는 크고 작은 정책과 사업, 제도들을 구체적으로 상세히 파악하기 위한 창구역할을 할 것입니다.”

대구 지역 매체인 <뉴스민>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인 홍 의원은 지난달 1일 대구 중구의회 부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그런 홍 의원의 2년 전 과거 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홍 의원이 2018년 12월 의회 본회의에서 성매매 여성을 비하, 이듬해 결국 민주당에서 제명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2월 한겨레는 <“성매매 여성, 세 살 버릇 여든까지..” 민주당 구의원 ‘제명’> 기사에서 관련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유승민 캠프 성별갈등해결 TF팀 팀장의 눈에 띄는 이력

“17일 민주당 대구시당 설명을 종합하면, 시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14일 오후 6시30분 제16차 회의를 열어 홍 의원을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제명은 민주당 징계(경고·당직 자격정지·당원 자격정지·제명)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홍 의원은 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정책을 왜곡하고 성매매 여성 혐오를 선동·조장했다’며 홍 의원의 제명을 요구해왔다.

홍 의원은 지난해 12월20일 열린 제253회 중구의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제도를 놓고 자유한국당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과 언쟁을 벌였다. 홍 의원은 이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문제 삼다가 성매매 여성에 대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해당 기사에서 공개한 2018년 12월 제253회 중구의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녹취록을 보면, 당시 성매매 여성 자활을 돕는 지원금을 두고 홍 의원은 대구 지역 성매매 집결지였던 ‘자갈마당’이 위치한 중구 구청장을 이렇게 질타했다.   

“홍준연 의원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젊어서부터 땀 흘려 돈을 안 벌고 쉽게 돈 번 분들이 2천만원 받고 난 다음에 재활해서 자활교육 받고 난 다음에 또 다시 성매매 안 한다는 그런 확신도 없는데 확실한.

류규하 구청장 : 그건 제가 볼 때는 그분들이 자활이 될지, 안 될지는 일단은 자활이 된다고 보고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아직 해 보지도 않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자체가.

홍준연 의원: 저는 그게 혈세 낭비라고 생각을 하고 최저임금 7,530원을 받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동시대 여성노동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에 따르면 이후 중구의회를 항의 방문한 여성단체 회원들에게 홍 의원은 “성매매 여성은 탈세범이라고 생각한다”는 등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았고, 민주당 대구시당에 이어 중앙당에서도 제명이 결정됐다. 

이후 홍 의원은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입당, 2020년 11월  “강제 성매매 피해자와 성매매 범죄자에 대한 구분 없이 지원됐다”며 권영진 대구시장, 류규하 중구청장 등을 업무상배임,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여성노동자들과 성노동자들을 분리하고 비하해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구의원의 ‘성별갈등해결 TF팀’ 팀장 임명을 두고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1일 이렇게 꼬집었다.  

“유승민 후보님, 여성가족부 폐지하고 본인이 내놓았던 양성평등국 설치 공약마저 폐기한다면, 대체 후보님은 성평등을 위해 뭘 하실 건가요? 2030세대 성별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본인 캠프에 설치하신 ‘성별갈등해결 TF팀’에 58세 남성을 팀장으로 임명하는 것 말고요. 그 팀장 맡으신 구의원님은 예전에 ‘성매매 여성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비하발언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되신 분이던데.”

▲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9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젠더 갈등 해결? 양성평등국 설치 공약 철회한 유승민 

최근 한국갤럽 정기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의 보수화가 뚜렷하다. 9월 통합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보면, 18~29세 남성의 부정율은 72%, 긍정율 18%로 각각 67%, 29%인 60대를 넘어섰다. 18~29세 여성의 부정율 41%, 긍정율 42%와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전국 성인 4,004명 전화조사, 한국갤럽 데일리 제466호 참조). 

“유승민 후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가족부를 폐지를 자신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신 전 부처에 양성평등국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여가부 폐지를 내세우면 소위 '이대남' 표가 올 줄 알았는데 이들이 양성평등국 설치에 반발하는 것 같으니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정부 부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표만 의식하며 이랬다 저랬다 말 뒤집는 유 후보의 모습은 무책임하기 그지없습니다. 유승민 후보님, 여성가족부 폐지하고 본인이 내놓았던 양성평등국 설치 공약마저 폐기한다면, 대체 후보님은 성평등을 위해 뭘 하실 건가요?” (1일 강민진 대표 페이스북글 중)

20대 남성들의 급격한 보수화와 이들이 빈번하게 부추기는 젠더 갈등의 책임은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 선정적인 보도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 언론들과 함께 보수 커뮤니티를 등에 업고 현 정권 내내 공정하지 못한 ‘청년 공정’를 부각시켜온 보수정당에게 돌려야 하지 않을까. 

또 그런 젠더 갈등에 책임이 있는 보수야권 대선후보인 유 의원이 젠더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신설한 TF 팀장이 여성 비하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던 인물이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최근 양성평등국 설치 공약을 철회한 유 후보가 과연 젠더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긴 한걸까.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