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어설펐던 기습 입당, 추락하는 지지율엔 날개가 없다?

‘패싱 굴욕’ 맛본 이준석, 홍준표가 도사리고 있는 국힘에 조기입당, ‘득’될까

“다만 (부산 민주공원에는) 부마항쟁, 6.10항쟁 (등) 주로 부산·마산 지역 항쟁에 관한 조각과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관한 대화도 나눴습니다. 그 장소에 가자마자 제일 먼저 장제원 의원이 안내해주면서 ‘이한열 열사’라고 해서(...). 

제가 처음에 부산·마산 지역 항쟁인 줄 알아서 서울대, 연세대 앞(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은 장소)은 생각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장 의원이) 말씀해 제가 ‘맞네요’라고 하고, 부마항쟁, 6.10항쟁 얘기를 나눴는데, 그런 게 어떻게 나왔는지 저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 <이미지 출처=오마이TV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오마이TV 화면 캡처>

31일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정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한열 열사 관련 실언에 대한 해명이다. 전날(30일)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기자회견에서 지난 27일 부산 민주공원 방문 당시 발언이 논란이 된데 대해(☞관련기사 : 이한열 열사 참배해놓고 몰라본 尹…與 “홍보수단일 뿐”) 위와 같이 말했다. 

아무리 2번 듣고 3번 읽어도 그 뜻을 헤아리기 힘든 마법(?) 같은 화법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저도 적잖이 실망해 CBS한판승부에 출연해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보면서 부마항쟁이냐고 물어보는 교양 수준’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라고 적은 뒤 ‘#정신 차리고 읽어도 이해는 장담못함’, ‘#박근혜 수사한 분이라는데 두 분이 어떤 말씀을 나누었을지 궁금해졌’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비판도 잇따랐다(☞관련기사 : 윤석열, 국힘 ‘기습’ 입당…秋 “징계 사유 정당성 확인”).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고 지식이 없었으면 그런 망언을 할 수 있겠는가. 더 심각한 것은 주변 참모들의 수준이다. 백번 양보해서 윤석열 후보가 몰랐다 하더라도 이를 잡아주지도 못하는 참모들과 무엇을 도모할 수 있겠나.” (30일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글)

이 지사에 이어 김두관 후보 또한 “진짜 기가 막혀서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 윤 전 총장의 역사인식과 함께 국민의힘에 화살을 돌렸다. 김 후보는 “더 문제는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고 옆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라며 “배우를 무대에 보내려면 대사를 외우게 하던가, 대사를 못 외우면 옆에서 컨닝 페이퍼라도 들고 있던가 해야지 이런 망신을 시키는 연출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YTN 돌발영상 보도가 없었다면 그냥 넘어갈 뻔한 이 같은 발언 하나에도 논란과 지적을 자처하는 윤 전 총장이다. 그런 그의 국민의힘 ‘기습 입당’을 두고도 갖가지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역사의식 없고 어설프고... 정치초년생이 벌인 기습 입당

“(당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을 만나 입당원서를 제출하는)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과 권 의원이 악수를 한 뒤 입당원서를 펼치는 포즈를 취했는데, 여기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장면을 생중계하던 몇몇 방송사가 입당원서를 클로즈업하면서 윤 전 총장의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이 식별 가능하게 노출됐다. 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장면의 캡쳐 화면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날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윤석열 개인정보 ‘생중계’ 사고..“뭐가 이리 어설픈가”> 기사 중 일부다. ‘어설픈가’라고 꼭 짚은 제목이 눈에 띈다. 당 대표가 휴가를 떠났음에도 뭐가 그리 급했는지 ‘기습 입당’을 강행한 윤 전 총장. 

▲ 생중계하던 일부 방송사들이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담긴 국민의당 입당원서를 그대로 내보냈다. 윤 전 총장의 개인 정보를 모자이크 처리한 캡처화면. <이미지 출처=MBN 화면 캡처>
▲ 생중계하던 일부 방송사들이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담긴 국민의당 입당원서를 그대로 내보냈다. 윤 전 총장의 개인 정보를 모자이크 처리한 캡처화면. <이미지 출처=MBN 화면 캡처>

그의 깜짝 입당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실제 입당 행사의 실무에서도 이 같은 ‘정치초년생’과 같은 행태가 반복된 것이다. 앞서 ‘후보를 망신시키는 연출이 도대체 어디에 있나’라던 김두관 후보의 말마따나 어설픈 국민의힘의 ‘연출’이 연이어 도마에 오를 만했다. 

한편,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윤석열이 입당할 수밖에 없는 다섯 가지 이유>란 페이스북글에서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을 “야권의 군계일학에서 여러 닭으로 강등된 거”라며 이런 해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역시나 ‘정치초년생’ 프레임이 반영된 해석이 아닐 수 없었다. 

“1. 추락하는 지지율을 그의 깜냥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초조함의 발로다. 급하게 됐다. 

2. 국민의힘과 결이 다른 지지자(중도층)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애초부터 무모한 계획이었다. 

3. 이재명을 압도적으로 이기는 여론을 형성에 단박에 국민의힘을 흡수통일하고 싶었는데 그가 흡수되었다.

4. 입당하면 자당의 홍준표의 입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홍준표의 입보다 윤석열의 리스크를 본인 힘으로 막을 길이 없을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거졌다. 당의 방패가 필요했다. 

5. 입당하여 당할 홍준표 입의 폭발력보다 각종 의혹의 폭발력이 더 커졌다. 본인이 위기의 남자가 됐으니 홍준표보고 살살해라 라는 주변의 압력을 기대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해보니 그의 입당은 그로서도 침울한 감정 상태에서의 결단이었을 것이다. 의혹의 둑이 터지니 감당이 안 될 지경이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조기 입당, 과연 득일까   

“종로에 문제의 벽화가 등장한지 이틀 만에, 윤석열씨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습니다. 그는 ‘41%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40% 이상인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를 무력화하려 했던 거고,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의탁’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겁니다.” (30일 전우용 역사학자 페이스북 글)

이처럼 같은 날 여성가족부가 논평을 내놓은 듯 소위 ‘쥴리 벽화’가 정치권을 넘어 거센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논란 또한 윤 전 총장이 이준석 당 대표와의 약속을 깨면서까지 입당을 강행한 배경 중 하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해당 벽화를 그린 당사자인 서울 종로구 관철동 건물주 여정원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권과의 관련을 전면 부인하며 이런 주장을 내놨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벽화나 그라피티 문화를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원래 사회 고발적 성격이 강하고 세련되지 않은 거다. 사회에서 막 떠드는 얘기들을 검증해보자는 일종의 저항이며 민중의 아우성이다. 쥴리를 인격 살인한다는 최 전 원장에게 오히려 묻고 싶다. 쥴리가 누구라고 확신하길래 인격 살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나(...). 

난 내 벽에다가 풍자한 것뿐이다. 날 잡아먹으려 안달하거나 희생 또는 영웅으로 미화할 필요가 없다. 내가 광주 출신이라고 ‘역시 진보’라고 하던데 이거야말로 편협한 지역주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보수와 진보 모두 ‘통곡의 벽’에서 마음껏 자신들이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30일 중앙일보, <[단독] 쥴리 벽화 건물주 “정치의도 없다, 그냥 쥴리 생각났다”> 중에서)

31일 오전 다음 포털 메인에 걸린 뉴스 중 눈에 띄는 제목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 요인을 분석한 아시아경제의 <윤석열의 지지율은 어디로 갔을까>였다. 대선출마 전 ‘윤석열 띄우기’에 ‘올인’하던 보수경제지들이 윤 전 총장과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는 반증과도 같은 제목과 내용이었다. 

지지율 하락부터 처가 리스크, 본인 리스크에 금번 ‘쥴리 벽화’까지.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에 대한 여러 해석은 그 자체로 틀린 것이 없어 보인다. 또 국민들 역시 이를 모르는 바 아닐 것이다. 

핵심은 윤 전 총장의 ‘당원’ 활동이 과연 윤 전 총장의 비호감을 지우고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여부일 터이다. 입당 당일부터 어설프게 출발한 윤 전 총장이 과연 국민의힘의 비호 아래 그간의 설화와 비호감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을까. ‘이준석 패싱’으로 굴욕을 맛 본 이준석 대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홍준표 전 의원이 도사리고 있는 국민의힘 조기 입당이 윤 전 총장에게 과연 무조건적인 ‘득’이 될 수 있을까. 

▲ <이미지 출처=아시아경제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아시아경제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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