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2021.03.04. 검찰총장 사직 2021.06.29. 대선출마 선언 2021.07.30. 국민의힘 입당. 검찰총장이 된 이후 준비하고 예정했던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도 2019년 하반기 이후 그가 지휘한 수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평무사한 수사였다고 옹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2021.03.04. 이후 그가 내뱉고 있는 수많은 ‘반문’ 발언은 갑자기 형성된 것이 아니다. <조국의 시간>에서도 말했듯이, ‘양봉음위’(陽奉陰違, 겉으로는 명령을 받는 척하며 뒤로는 배신한다)와 ‘소리장도’(笑裏藏刀, 겉으로는 웃으면서 칼을 품는다)가 윤석열의 행동준칙이었다.”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일침이다. 이쯤 되면, 검찰총장 취임 직후 전무후무한 ‘조국 일가족 수사’의 향방이 본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한 것 아니었는지 전 언론이 되물어야 할 합리적인 지경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입당을 격하게 환영한 의외(?)의 인물도 있었다. 바로 11명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중 한 명인 홍준표 의원이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글에서 “오늘 윤석열 후보님이 입당함으로써 문정권의 최대 바람이었던 야권 분열 카드가 소멸되고 우리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기쁜 날”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윤석열 후보님의 입당을 환영 합니다.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상호 검증 하고 정책 대결을 펼쳐 무결점 후보가 본선에 나가 원팀으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합시다. 윤석열 후보님의 입당을 거듭 환영 합니다.” (30일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글)

이것은 덕담인가 견제인가. 앞서 “정치 초년생 대선 후보가 나와서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겠나”(지난달 28일 청년정책 토크쇼)라며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모두를 겨냥했던 홍 의원 아니었나.  

그렇다. “치열하게 상호 검증하고”란 표현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훈훈한 덕담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경쟁후보로서 윤 전 총장이 검사시절 휘둘렀던 검찰권이란 칼 못지않은 26년 정치경력의 소유자가 그렇게 호락호락 덕담을 건넬 리 없었다. 

최근 ‘언론 플레이’를 놓고 보면, 도리어 전국 방방곡을 돌고 있는 윤 전 총장과 달리 그간 ‘페북 정치’로 언론을 쥐락펴락 해온 홍 의원의 ‘이일대로’(以逸待勞, 편히 휴식을 취해 전력을 비축한 뒤 피로해진 적을 상대한다)가 가히 수준급에 올라선 것 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모두까기와 직격탄의 경계 

“정치를 시작한지 다섯 번의 대선을 치루었지만 이번 대선처럼 정책은 실종되고 여야 대선 주자들 중 한분은 가족욕설과 여배우 스캔들로 또 한분은 가족 스캔들로 논란의 중심이 된 추한 대선을 본 일이 없습니다. 미국 대선의 예로 보면 민주당 대선후보로 제2의 케네디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던 게리하트는 외간 여성과 같이 요트를 탄 사진 한 장만으로도 도중 하차 할 정도로 대통령의 도덕성은 엄격합니다.” (28일 홍 의원 페이스북 글 중에서)

고도의 ‘모두까기’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 “대선만 다섯 번을 치렀다”며 경륜을 자랑한 뒤 꼭 짚어 윤석열‧이재명 대선주자의 약점을 언급한 홍 의원은 과거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진 한 장’을 언급하며 그와 같은 스캔들과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어 “같이 대선 판을 뛰고 있는 제가 국민 앞에 고개 들기조차 창피하고 부끄럽습니다”며 직격탄을 날린 홍 의원은 “대통령의 자격 요건중 그 첫째가 수신제가(修身齊 家)입니다. 수신제가도 못한 사람이 치국평천하를 하겠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본인들이 직접 “대국민 해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 1,2위를 향한 그야말로 양수겸장, 일타쌍피의 공세였다. 모두까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면으로 윤 전 총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앞선(27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 ‘드루킹 특검’ 재개를 요구한 윤 전 총장을 향해 홍 의원은 “아무리 막가는 정치판이라지만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새로운 거짓말을 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라며 이렇게 꼬집었다.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수사의지가 없을 때 늘 특검을 도입합니다. 통과된 특검법에는 검찰은 그때까지 수사한 기록 일체를 특검에 보내고 검사, 수사관 등 인적 자원도 차출에 응하도록 법제화 되어 있습니다. 그걸 특검에 협조했다고 우기면 안 되지요. 날씨가 덥다보니 벼라별(별의별) 일이 다 생기네요.”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사진제공=뉴시스>

정치경력 26년 관록, 국민의힘 당내 경선 흔들까 

현재 경쟁후보만 도마 위에 올린 것도 아니었다. 29일 홍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를 임명한데 대해 “서민주택 공급 책임자를 임명하면서 다주택자를 임명하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한 인사권 행사”라며 차기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 시장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번에 문재인 정권 국토부 장관 임명 때도 3주택자라고 그 임명의 부당성을 지적한 일도 있었다는데 정작 본인은 4주택자였다면 그건 어이없는 일입니다. 오세훈 시장님이 그걸 알고 임명을 추진했을 리는 없지만 뒤늦게 그런 부적절한 사실이 밝혀졌다면 지명을 철회해야지요. 기존 주택을 매각하겠다고 한다고 그 잘못이 해소되는 것이 아닙니다. LH광풍으로 당선된 서울시장입니다. 무겁게 받아들이시고 지명 철회를 하시지요.”

이 같은 노련함 때문이었을까.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29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MBN 토론에서 “누가 야권 후보가 될 것인지”란 공통 질문에 김두관 후보와 함께 홍준표 후보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일부 정치평론가들 또한 윤 전 총장의 본인의 리스크나 최 전 원장의 ‘국정 무경험’ 등을 들어 외부 인사들의 완주보다 홍 전 의원과 같은 당내 인사들의 향후 약진을 내다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참고로, 해당 토로에서 이재명‧이낙연 후보는 윤 전 총장을, 정세균‧박용진 후보는 유승민 후보를 보수야권 최종 후보로 지목한 바 있다. 

한편 어제(29일) 홍 의원은 조경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보수야권 대선 레이스가 요동치는 가운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향한 ‘검증의 칼’을 갈고 있는 홍 의원이 당내 경선 판을 어떻게 흔들지, 정치경력 26년의 관록을 어떻게 입증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