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장관은 아내 정경심 교수와 함께 2009년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이를 조씨의 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교수에 대한 1심은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고, 조 전 장관은 1심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 핵심은 조씨가 인턴십 확인서 기재 내용과 같이 실제 인턴 활동을 했느냐이다. 확인서 내용은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2009년 5월 15일 학술회의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를 위해 그해 5월 1~15일까지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 28일자 12면 <조민 친구 “인턴 기간 스터디 등 아예 없었다”> 기사 중 일부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조민씨의 한영외고 동기인 장모씨가 검찰 진술 및 법정 증언과 달리 입장을 바꾼 것(☞관련기사 : 딸 친구 ‘양심고백’, ‘최성해 녹취록’.. 정경심 2심 새국면)에 대해 “그러나 법조계에선 장씨의 진술 번복으로 조씨의 인턴십 확인서에 대한 진실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스펙 품앗이’ 및 실제 인턴 활동 여부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23일 재판에서 장씨가 “실제 인턴 활동을 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했고,  인턴 기간 동안 세미나를 위한 스터디 등이 존재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거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한 답변을 집중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또 장씨가 재판에서 ‘사형 폐지 운동과 탈북 청소년 돕기’ 인권동아리 활동과 관련해 “(활동을) 안 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즉, 장씨가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씨가 맞더라도 위와 같은 답변들로 인해 재판부의 판단이 크게 달라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조선일보는 “이 때문에 설령 동영상 속 인물이 조씨가 맞더라도 확인서 내용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인턴 활동을 했는지가 쟁점이어서 세미나 동영상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장씨도 검찰에서 ‘짧은 세미나에 한 번 간 것 갖고서 인턴했다고 할 수 없다’고 했고, 재판에서도 이 입장을 유지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던 한인섭(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교수도 검찰에서 ‘세미나에서 조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확인서 발급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고 했다. 작년 12월 정경심 교수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도 이런 점 등을 근거로 조 전 장관이 딸의 인턴십 확인서를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선일보 보도 중)

맞다. 장씨의 ‘양심고백’은 법적 효력이 없다. 정경심 교수 측 변호인단이 장씨 관련 보도를 증거로 제출한다는 소식도 아직 없다. 그럼에도 장씨의 고백은 검찰이 조국 일가족을 대상으로 벌인 ‘가족 인질극’이 처음이 아니요, 그 특수부 검사들이 그간 참고인 조사를 명목으로 어떤 법 기술을 부려 왔는지를 만천하에 까발리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윤석열 사태’ 당시 참고인으로서 그런 피해를 입은 것은 장씨가 처음이 아니었다.   

조국 친동생과 그 지인의 경우 

“정말 (조국 일가족 수사 관련) 참고인들에게, 앞으로도 (검찰에) 더 수차례 불려갈 참고인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사실 그대로, 있는 그대로만 가서 말씀을 나누시고, 검사님에게 성실히 조사를 받으시고. 

그 어떤 위압이나 압력이나 압박이나 자기의 어떤 손해를 입을까 하는 어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있지 않은 사실을 조사를 통해서 이렇게 진술을 하게 되면 결국은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2019년 10월 31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친동생 조권씨의 지인 박아무개씨 TBS라디오 인터뷰 중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족 강제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박모씨는 이처럼 참고인 조사를 명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4~5차례 불려가 협박에 가까운 조사를 받으며 느낀 두려움과 모멸감은 물론 생계를 위협받은 등 수사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전 국민 앞에 털어놓은 바 있다. 그 당시 검찰이 ‘피의자 신분’ 운운하며 박씨의 사무실 및 자택을 압수수색한 근거는 조씨의 증거 인멸과 도주를 도왔다는 혐의였다.  

그에 앞서 박씨는 조씨에 대한 검찰의 강제구인 당시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구급차에 보호자로 동승했던 인물(☞관련기사 : ‘조국 동생 꾀병?’ 정경심 보도 판박이, 일방적 검찰발 언플 난무)이다. 박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단독] “조국 동생, 구급차 타고 커피 마셔? 제정신이 아닌 이상..”)에서 채널A 등 일부 언론이 ‘꾀병 논란’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 <이미지 출처=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캡처>

박씨는 차량 내부 CCTV 등 검찰이 왜곡된 정보를 일부 언론에 흘리는 ‘언론 플레이’를 하는 한편 실제 ‘경추 후종인대 골화증’ 진단을 받은 조씨의 치료 및 입원을 우회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또 박씨는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동안 조권씨의 지인들이 전부 연락을 끊었고, 애초 조씨를 자신에게 소개한 40년지기 친구마저 연락을 끊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 둘도 없던 친구가 수차례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겁을 먹었고, 휴대폰을 2개나 압수당하면서 연락을 아예 끊었다는 것이다.  

일개 참고인 신분이던 박씨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겪은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의 단면을 공개하는 한편 수십 수백 명에 달했을 또 다른 참고인들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한 이유는 자명해 보였다. 

언제라도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겁박하는 검찰에게 거짓증언을 할 경우 향후 조국 일가족 재판에 유리한 증거로 활용되는 동시에 스스로가 어떤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조국 친구가 제공한 합리적 의심 

결국 일개 참고인이던 장씨 또한 조 전 장관 일가족은 물론 그 주변 지인과 관계자들을 탈탈 털었던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조 전 장관은 27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특수부가 조국을 잡기 위해 장씨 가족 전체에 대해 총 11번 조사를 했다. 또 하나의 ‘가족 인질극’”이라며 “변호인도 없이 특수부 조사를 받던 장씨의 심리 상황은 어땠을까? ‘불문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조권씨 지인 박씨와 장씨의 공통점은 비단 참고인 신분이었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검찰은 먼저털이식 수사의 일환으로 대대적이고 집요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유리한 증거 및 증언을 확보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일반인이라면 단 1번도 두려울 검찰 조사를 수차례 장시간 받다면 어떻게 될까.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을 소환해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 같은 암시를 받는다면 말이다. 장씨가 아닌 조국 일가족 수사에 연루된 다른 참고인들의 경우는 어땠을까. 두려움을 느낀 채 검사들이 이끄는 대로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한 이들이 과연 없었을까.     

언론 보도의 왜곡‧과장 보도도 문제였다. 장씨는 페이스북글에서 “대한민국 언론은 정말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라며 “이 언론의 과장된 헤드라인,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거짓 본문 때문에 생긴 피해자가 교수님 말고 엄청 많았을 것이죠. 그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대다수 국민은 그 기사를 읽고 비로소 세뇌되고 믿게 되는 겁니다”라며 이른바 언론과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조국‧정경심 재판 관련 보도 자체가 그랬다. ‘검찰발’ 기사가 난무했던 ‘조국 일가족 수사’ 당시 보도 논조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었다. 참고인이자 피해자로서 장씨가 털어 놓은 이러한 경험담이야말로 조국 일가족을 다수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가 소위 ‘조국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증거’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씨의 뒤늦은 고백 직후 언론보도가 쏟아졌지만 그러한 언론보도가 정경심 교수 2심 재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장씨의 고백은 국민들에게 합리적 의심을 제공해 줬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에 불려간 수많은 참고인들은 모두 사실을, 진실을 진술하고 증언했을까. 과연 검찰이 참고인들을 겁박, 왜곡된 진술을 이끌어내고 그 진술 및 증언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까.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