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 학생이 신입학 전형에 지원했었는데 떨어졌다더라, 사실은 편입학으로 들어오기가 더 어려운 전형인데 어떻게 합격을 했는지 모르겠다. 유력한 언론사 사주의 자녀다(...). 제3자가 봐도 이건 이상한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죠. 특정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고 근데 그것뿐인 줄 알았는데 이거는 껍질을 까면 깔수록 계속 새로운 사실들이 나오고 있는 거예요.” (하나고 관계자 C)

지난 5월 25일 방영된 MBC <PD수첩>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제작진과 인터뷰한 하나고 관계자는 2014년 편입학 시험 이후 학교에 떠돌았던 한 학생에 관한 소문의 실체를 이렇게 설명했다.  

▲ <이미지 출처=MBC 'PD수첩' 방송 영상 캡처>

또 다른 하나고 관계자 역시 “사실 지금 상대방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동아일보 오너잖아요. 근데 지금 선생님들이 그 상황에서 나서겠느냐고요”라며 그 소문의 주인공이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그의 딸이었고, 그로 인해 하나고 내에서 입시부정 의혹이 쉬쉬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PD수첩>이 갈무리한 ‘하나고 입시 부정’ 의혹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원래 하나고 편입학 입시는 정규 입학보다 어렵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2014년 편입학 입시의 최종 면접자 3명 중 1명이 김재호 사장 딸 김모씨였기 때문이었다.  

동아일보 사주 딸의 황당한 입시 부정 의혹 

앞서 김씨는 2014년 정규 입시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그런 김씨에게 당시 입학홍보부장 등 하나고 선생들로 구성된 2명의 평가위원들은 비상식적인 채점을 거쳐 점수 변환 과정에서 김씨의 점수를 1점 높게 줬다. 관계자들은 소수점으로 당락이 갈리는 하나고 입시에서 1점은 엄청난 차이라고 설명했다. 

내신 점수도 미심쩍긴 마찬가지였다. 김씨보다 내신 평가가 월등한 학생이 B를, 내신 성적이 비교적 좋지 않았다던 김씨가 A를 받았다. 평가위원들의 서명 위조 의혹도 불거졌다. 물적증거까지 나왔다. 이후 국회 교육위원회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면접을 본 동일한 채점위원의 채점표에서 다른 필적의 서명이 발견됐다. 

여기서 검찰의 활약이 펼쳐진다. 2015년 8월 서울시의회는 하나고 특혜 의혹 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하나고 측이 완강히 버텼다. 그러자 교육청이 하나고 편입학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6년, 검찰은 관계자들을 ‘점수를 잘못 입력했지만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내부 고발이 나오는 등 이어진 교육계의 반발에도 검찰의 불기소는 하나고와 김씨측의 막강한 무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9년 10월, 전국교직원노조가 다시 서울중앙지검에 김재호 사장과 하나고 김승유 전 이사장을 고발했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리 만무했다. 1년이 넘도록 피고발인 조사조차 없었다. 그리고 2020년 10월, 윤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재차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첩됐다. 

▲ <이미지 출처=MBC 'PD수첩' 방송 영상 캡처>

사건의 공소 시효를 불과 사흘 앞둔 지난 26일, 국정감사 이후 2년 넘게 끌어온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슬픈(?)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 법. 이날 검찰은 김재호 사장은 물론 부정 청탁 의혹을 받아 온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등 하나고 관계자들에게 또 다시 면죄부를 부여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처분검사 김동규)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김재호 <동아> 사장,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전 교장, 정철화 전 교감에 대해 7월 26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 김새미(가명)의 하나고 편입학 당시 평가표 등을 증거로 확보해 김재호 <동아> 사장,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2019년 10월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재고발한 바 있다.” (27일 셜록, <‘동아’ 사장 딸 수상한 입시… 검찰, 결국 불기소> 중에서)

앞서 <PD 수첩>은 해당 방송에서 “현재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부지검 형사 5부, 그런데 결재 라인에 익숙한 이름이 있다”며 “바로 2016년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김도균 검사가 현재 서부지검에 차장 검사”라고 꼬집은 바 있다. 검찰의 이러한 봐주기식 수사와 면죄부 부여가 이미 예견돼 왔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번 불기소 처분의 이유 중 하나로 2016년 서부지검의 불기소 처분을 들었다고 한다. 자가당착의 극치이자 뻔뻔한 셀프 면죄부가 아닐 수 없다. 셜록에 따르면, 또 검찰은 고발 각하 이유로 “면접관들의 채점 점수와 환산점수를 비교하면 환산기준에 따라 오류 없이 환산된 것이므로, 새로이 발견된 중요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면접 평가표 조작 및 대필 의혹에 대해서도 “평가위원 이OO 교사, 조OO 교사와 진행위원인 문OO 교사 등 행정실무자가 정리하면서 서명을 대필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가 조작되거나 위조, 변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하나고 관계자들이 이구동성 지적한 해당 면접 점수의 수상한 상향 조정은 물론 필적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확인 가능한 필적의 차이 모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중 서명 대필 의혹만 놓고 보면 과거 ‘김학의 동영상’ 속 검사 선배의 얼굴을 끝끝내 알아보지 못한 검찰이 ‘까막눈’이 하필 동아일보 사장 딸이 연루된 사건에서 재차 발휘된 셈이 됐다.     

▲ <이미지 출처=프레시안 홈페이지 캡처>

공정 이슈에도 아랑곳 없는 검찰과 언론 

“예일대, 하나고는 괜찮고, 고려대는 안 된다는 검찰의 잣대는 결국 '우리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봤지(우건봤)'인데, 개혁의 흐름이 발생할 때마다 끊은 사람들, 좋아 죽겠죠? 위대하신 이스턴 아시아 데일리 뉴스 사주님 딸을 감히 고발해? 이렇죠?” (27일 진혜원 검사 페이스북글 중에서)

같은 날 프레시안에 따르면, 고발인인 전교조 정소영 대변인도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건 특권층 앞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어쩔 수 없다. 이처럼 권력 앞에 한 없이 작아지는 우리 검찰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력이 떠오르는 것은. 아울러 전교조는 향후 법원에 재정 신청을 할 것을 예고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합당한지 법원 판단을 통해 확인받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조국 일가족’을 입시비리를 저지른 범죄자 가족으로 몰아가는 것도 모자라 조 전 장관 딸 조민씨의 학생 시절 일기장까지 탈탈 턴 검찰을 향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여기서 가장 참혹한 심정이어야 할 이들은 바로 언론인들일지 모를 일이다. 

검찰의 조국 일가족 강제 수사 당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일파만파 키웠던 언론인들 대다수가 7년 간 이어온 ‘하나고 입시 부정 의혹’을 외면했다. 동아일보 사주 딸이 연루된 사건이라 침묵했거나 일종의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터다. 

이렇게 ‘조국 사태’ 이후 불거진 공정 이슈에도 아랑곳없이 검찰과 언론이 또 하나의 합작품을 만들어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과는 정반대일지 모를 결론에 다다른 합작품 말이다. 해당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2014년 하나고 편입학 최종 불합격자인 박모씨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심경을 털어놓은 바 있다. 박씨의 아래와 같은 바람을 뭉개버린 것도 다름 아닌 검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고위 권력층) 사람들은 참 쉽게 사네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 잘 조사하고 잘 밝혀내서 잘못했던 사람들은 벌을 받게 하고, 그런 일이 벌이지 못하게 그렇게 바뀌어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2014년 8월 하나고 편입학 최종 불합격자 박모씨)

▲ <이미지 출처=MBC 'PD수첩' 방송 영상 캡처>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