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뉴스닷컴
미디어go
삼성이 한국의 ‘메디치가’?…“조중동 아닌 경향 기사네?”[하성태의 와이드뷰]머리 조아린 <경향> 전현직 사장들 ‘장충기 문자’ 떠올라
  • 0

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5.10  09:05:34
수정 2021.05.10  10:04:09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2007~2008년 삼성 특검 당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수장고에 그림 수만 점이 있다는 걸 양심 선언했으나 특검은 미술품이 개인 소유인지 삼성문화재단 소유인지, 무슨 돈으로 산 것인지 등 출처를 제대로 밝혀내지 않았다. 특검이 찾아낸 4.5조원의 차명 재산 전부가 선대 회장의 상속 재산이라는 이건희 측 주장을 받아들여 특검도 비자금 수사는 다 무혐의 처분으로 끝냈다. 

지금에 와서 상속재산을 조사하면 삼성은 굉장히 불편할 것이다. 그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술품 기부를 선택한 것 같다. 삼성이 사회에 기부하려고 지금까지 그 값비싼 그림을 수집했겠나? ‘최선의 보호’를 택한 것이 기부였던 것이다.”

9일 <미디어오늘>의 <[김도연의 취재진담] ‘삼성 이재용 팔이’는 이제 그만 멈추시지요>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던진 쓴 소리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참여연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에 주력해왔던 채 전 의원은 “미술품 2만3000점 기증 계획도 화제다. ‘한국의 메디치가’라는 찬사가 쏟아지지만 과거에는 비자금을 통한 미술품 구매 의혹도 있었다”란 기자의 질문에 위와 같이 평가절하하는 답변을 내놨다. 

아울러 채 전 의원은 “삼성그룹 가신들, 정치권, 언론은 삼성에 줄을 대기 위해 ‘이재용 팔이’를 하고 있다”며 “후속 재판이 어떻게 결론 날지 모르는데 지금 사면했다가 또 유죄를 받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재용 팔이는 그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지적에도 최근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세 납부를 둘러싼 우리 언론의 ‘삼성 이재용 팔이’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중이다. 여기에 <경향신문>도 뛰어들었다. 9일 <삼성가, 한국의 ‘메디치가’로 거듭나나>란 제목의 낯 뜨거운 기사가 바로 그 증거였다. 

삼성 감싸기 위해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문 끌어들인 ‘경향’ 

“르네상스 시대 도시국가 피렌체를 쥐락펴락했던 메디치 가문에는 ‘책 사냥꾼’들이 있었다. 이 가문은 당대는 물론이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남은 예술작품들을 창작하도록 지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걸작들을 모으는 활동을 벌인 범위는 그림과 조각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넘어 고전 서적들에까지 미친 것이다.” 

해당 기사가 소개한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유산 중 일부다. 해당 기사의 요체는 중고교 시절 르네상스 시대를 공부하며 들어봤음직한 메디치 가문의 업적을 최근 삼성의 미술품 기증과 동일선상에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해당 기사는 “메디치가의 마지막 후계자인 안나 마리아 루이사는 1743년 사망하면서 ‘피렌체 밖으로 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가문이 소장한 모든 예술 자산을 피렌체에 기증하기도 했다”고 소개한 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이건희 컬렉션’ 중 2만3000여점이 국립기관 등 공공 미술관으로 기증됐다. 규모는 물론이고 수집한 미술품 각각의 면모가 예상을 뛰어넘었기에 미술계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이렇게 비교했다.  

“때문에 이 회장과 삼성가도 메디치 가문의 ‘책 사냥꾼’처럼 전방위적인 상시 수집에 나섰는지 궁금해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실체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 회장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 덕분에 언제든 조언받을 수 있는 전문가 인맥을 쉽게 동원할 수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경향신문>은 “선대 이병철 회장부터 이어진 미술품 수집으로 이 회장이 예술품의 가치를 따지는 데 상당한 식견을 보였다는 점도 그가 바쁜 와중에도 양질의 컬렉션을 수집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며 “당초 이 회장 본인은 생전 자신이 예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굵직한 대표작들은 직접 수집에 열성을 보였음을 내비친 바 있다”는 배경 설명으로 온갖 포장에 나섰다. 

더 나아가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이나 “영국 허트포드 후작 가문”, “미국 멜론가” 등의 문화예술 작품 환원 사례 및 국립미술관 설립을 소개한 뒤 “평범한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당장의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모으기 힘든 ‘컬렉션’이 이른바 ‘큰손’을 만나 더욱 가치를 높이게 된 사례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삼성의 이번 미술품 기증도 그러한 가치를 지닌다는 설명이었다. 기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는지 ‘경향’은 기사 후반부 이런 ‘쉴드’까지 배치하는 친절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기증이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절세 전략이라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선도 없지는 않다. 이 가운데 절세를 위한 기증이라는 해석에 대해선 미술품에도 상속세가 부과되긴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 손익만 놓고 따지면 굳이 기증했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조중동인 줄 알았는데, 경향이 이런 기사를?”  

“메디치는 예술 발전을 위해 화가들을 지원하면서 작품을 모으게 된 거고 결국, 모은 작품을 대중을 위해 자발적으로 피렌체에 기증한 거지. 이건희가 한 짓은 탈세를 위해 그림을 모았다가 어쩔 수 없이 내뱉은 거고. 이봐, 경향 기레기 미치지 않았으면 비교할 걸 비교해.”

같은 날 해당 기사에 달린 다음 포털 댓글 중 하나다. 기사를 공유한 어느 소셜 미디어 사용자 또한 “조중동인 줄 알았는데 경향이 이런 기사를, 너네 가난한 조중동 맞구나?”라며 아래와 같은 일침을 전했다. 

“메디치 가문은 살아있는 미술가들을 후원해서 그들이 작품 활동을 잘 하도록 지원해준 거고, 미술품 구입도 그들이 유명해지기 전에 해준 거라 사실상 화가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미리 돈을 준 거라고 볼 수 있는데, 삼성가는 이미 죽은 작가들의 명작만 사 모았는데 그게 어디 메디치임?”

   
▲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바닷가의 추억_피난민과 첫눈, 1950년대, 32.3x49.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뉴시스>

‘삼성 이재용 팔이’에 나선 일부 언론들이 삼성가의 미술품 기증 계획을 분석하며 ‘메디치 가문’을 언급하긴 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삼성가=메디치가’ 공식을 진지하게, 장문의 기사로 설파한 언론은 <경향신문>이 최초였다. 

이것을 메디치 가문이 르네상스 시대 교황 세력과 결탁하는 등 돈을 앞세워 권력은 물론 종교까지 장악했던 ‘흑역사’를 염두에 둔 고도의 돌려까기라고 봐야할까. 그럴 리가 없다. ‘삼성 용비어천가’에 가까운 해당 기사에서 비판적인 시선이 담긴 문장은 앞서 소개한 “다만 이번 기증이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절세 전략이라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선도 없지는 않다”는 문장이 전부였다. 

삼성의 ‘12조 상속세’ 납부 발표 다음날 <경향신문>은 지난달 29일 <삼성가의 거액 상속세·기부·기증, 사회공헌 본보기 되길>이란 제목의 우호적인 사설을 낸 바 있다. 그에 이은 <삼성가, 한국의 ‘메디치가’로 거듭나나>는 기사는 <경향신문>이 삼성의 미술품 기증을 앞장서 ‘사회공언’으로 포장하는 본보기와 같은 기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 기사를 접하고, 지난 2015년 <경향신문> 전현직 사장들이 삼성에 머리를 조아렸던 이른바 ‘장충기 문자’를 떠올린 이들이 꽤 많지 않았을까(☞ 관련기사: <뉴스타파> ‘장충기 문자’ 보도.. 한겨레‧경향도 등장). 

하성태 기자 

[관련기사]

하성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가장 많이 본 기사
1
김두관 “원칙 훼손하려는 세력, 민주당 역사에 큰 죄 짓는 것”
2
檢, 박형준 ‘딸 입시’ 무혐의.. “의붓딸이라” 기적의 논리
3
檢 “곽상도 사건 넘겨라”…계좌추적은 안하는 이상한 수사?
4
송영길 “盧때 무효표 처리, 이낙연이 발표…11%p차, 승복해야”
5
‘유체이탈’ 윤석열…본인이 소송해놓고 “왜 지금 판결하나”
6
‘문대통령 상황 모른다’는 이낙연, 왜 직접 설명 안하나
7
조성은 “고발장은 ‘마지막’ 과정…앞선 사건 알 수 있는 단서 많아”
8
‘포르쉐’는 조국 딸 아닌 ‘곽상도 아들’이 탔다
9
조성은 “尹 이름 1회뿐일까”…김태현 기자 “녹취에 尹 나와”
10
이준석 “천공스승, 尹 취향 문제”…강병원 “괴기스러운 대선후보”
go발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마포구 서교동 451-55 2층  |  대표전화 : 02-325-8769  |  팩스번호 : 02-325-876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영우
사업자등록번호 : 105-87-76922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2285  |  등록일: 2012년 10월 9일  |  발행/편집인 : 김영우
공식계좌 : 국민은행 090501-04-230157, 예금주 : (주)발뉴스
Copyright © 2012 go발뉴스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alnews21@gmail.com
저희 ‘go발뉴스’에 실린 내용 중 블로거글, 제휴기사, 칼럼 등 일부내용은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