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엔 침묵, 이재용 ‘생일 현장행보’엔 용비어천가

수사심의위 앞두고 언론들, 생일까지 챙기며 ‘삼성 홍보’에 부회뇌동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선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이 대국민사과에서 나서서 한 다짐이다. 이러한 다짐과 달리 삼성의 ‘무노조 경영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23일과 24일 양 이틀 간 삼성의 변한없는 노조 탄압 실태를 보도 중인 JTBC <뉴스룸>이 이러한 이 부사장의 다짐을 길어 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어제(22일)에 이어 오늘도 삼성 관련 보도를 이어갑니다. JTBC는 더 이상 노조 없는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삼성이 실제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따져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노조의 설립이나 활동을 방해해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사람들을 추적했습니다. 

모두 스무 명이 넘습니다. 지금은 삼성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더니, 승진을 하거나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우대를 받고 있다는 건 노조를 보장하겠다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진정성과도 연결되는 대목입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23일 <뉴스룸>의 <‘노조 방해’ 삼성맨들, 유죄 받고도 노사 업무하며 승진까지> 보도의 앵커 멘트다. 노조탄압에 앞장선 삼성 고위 간부들이 구속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JTBC는 이틀간 이런 삼성 관련 리포트를 7꼭지 내보냈다. 23일은 톱뉴스였다.   

JTBC는 이 기획 보도에서 대국민사과 이후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던 이 부회장의 다짐이 하루아침에 변화할리 요원할 거란 노사안팎의 전망을 담았다. 삼성 사업장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조 활동 방해와 그에 대한 사측의 해명, 노조 측의 반박을 고루 담아내고 있었다.   

22일 주진우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전한 삼성 인사팀…이재용 ‘무노조 포기’ 말뿐이었나> 기사를 공유한 뒤 “삼성 무노조 말뿐이지요. 노조탄압 포상하고, 시신탈취 회사인데요. 범죄가 발각되자, 경제위기니 기소 말라는 회산인데요”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재용 생일 알려준 언론들, 삼성 관련 보도 이어간 JTBC

삼성 보도에 거침이 없었던 ‘손석희의 유산’을 지키려는 안간힘이어도 무방하다. 이 부회장의 검찰 기소 여부가 타당한지 판단하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비공개 회의를 예고한 가운데, JTBC는 ‘이재용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대다수 언론과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포털 뉴스를 도배 중인 이 ‘용비어천가’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된다.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았다는 이 부회장의 ‘회장님 말씀’이다. 삼성과 언론의 초점은 ‘생일’에 맞춰졌다. 이 부회장이 이날 생일을 맞았음에도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갔다는, ‘TMI’에 가까운 기사들이 쏟아졌다. 

쪼그려 앉아 세탁기를 쳐다보며 지시를 내리는 이 부회장의 사진 역시 도배가 됐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낯 뜨거운 헤드라인이 줄을 이었다. 그 중 압권은 “최근 몇년간 이 부회장은 생일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며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구속 등으로 인해 이 부회장이 생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걱정해 준 <뉴스1>의 <이재용, 52번째 생일도 차분히…4년째 우울한 ‘6월 23일’> 기사였다. 

▲ <이미지 출처=뉴스1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뉴스1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런 현장 행보 기사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 이후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중이다. 지난 19일 삼성 반도체 연구소 방문이나 앞선 9일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 사장단들과의 릴레이 간담회 등도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기사로 기사를 묻는다. ‘언론플레이’에 능한 권력기관의, 재벌기업의 흔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쏟아진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 또한 그 연장선상이라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터. 그 와중에 철저히 묻힌 기사가 바로 <뉴스타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연속 보도였다. 

철저하게 외면 당한 <뉴스타파> 보도 

“지난 2월 뉴스타파 보도로 처음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에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났다. 이 목격자는 병원장 측으로부터 증거인멸 지시를 받았고 뉴스타파 보도 이후 돈을 받았으며 돈의 목적이 입막음용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관련 기사량은 예상대로 턱없이 적었다. 삼성의 ‘사주 리스크’와 관련해 삼성의 공식 입장이 나올 때까지 ‘침묵’을 지키는 것은 언론의 일상이 됐다.” 

24일 <미디어오늘>의 <‘이재용 프로포폴 상습 투약’ 새로운 목격자, 언론은 외면> 기사의 서두다. 이렇게 지난 19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재용 집에 불법 투약 출장 목격, 사진도 찍었다” 새 증인 등장> 기사와 22일까지 계속된 해당 연속보도에 대해 여타 언론은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뉴스가치’나 공공성 측면에서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와 비교할 수없는 사안임에도 아랑곳없었다. 특히 <뉴스타파>가 보도한 ‘새증인’의 경우, 관련된 재판에 출석해 증언을 하는 등 신빙성이 높은 증인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생일에 주목하는 언론사들의 외면은 가히 직무유기에 가까워 보였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한편 23일 이재용 부회장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사장단 회의를 갖고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는 기사는 오후 6시 현재 184건(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 쏟아졌다”며 “중앙일보 기사 제목은 ‘52번째 생일날도 현장 간 이재용, 세탁기 앞에 쪼그려 앉았다’였다”고 지적했다.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앞둔 이 부회장과 삼성의 조바심과 초조함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언론들이 이에 부화뇌동해 재벌 총수의 생일까지 국민들에게 알려가며 ‘삼성 홍보에 나설 일은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 LG의, SK의, 한화의 총수가 생일날 어떤 행보를 펼치는지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될까 두렵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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