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부진 프로포폴 의혹’ 혐의 입증 실패한 警 전철 밟지 않으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다. 이후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 2월 13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이 <뉴스타파>가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에 대해 내놓은 입장자료 중 일부다. 당시 이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가 “입장자료에서 밝힌 방문 진료가 한남동 자택에서의 투약을 의미하는지”, “진료과정에서 의사의 처방이 있었는지” 등을 묻자 삼성 측은 “불법 투약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한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은 <뉴스타파>의 <이재용 삼성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의혹’ 공익신고...검찰 수사> 보도로 최초 제기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지난 1월 10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 주사를 상습적으로 맞았다는 공익신고를 접수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어 같은 달 13일 대검은 해당 자료를 이첩 받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사건을 넘겼다. 먼저, 당시 <뉴스타파> 보도를 보자.
“이재용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A성형외과다. 권익위에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신고한 사람은 이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조무사 신 모 씨의 남자친구였던 김 모 씨다. <뉴스타파>는 최근 권익위 공익신고자인 김 씨를 수차례 만나 인터뷰했고,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관련 정황을 보여주는 다수의 자료를 제공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것으로 지목된 A성형외과는 지난해 말 프로포폴 상습 투약 문제로 이미 논란에 오른 바 있다. 애경그룹 2세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이 병원에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채 씨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병원 역시 지난해 12월 31일 폐업했다. 병원장인 김 모 씨와 간호조무사 신 씨는 검찰 수사 직후 구속돼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복기해야 할 공익제보자 김 씨의 증언
당시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여자친구 신 씨를 5년 넘게 병원에 출퇴근시켜 줬다는 공익제보자 김 씨는 “‘이부’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며, 이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기 전부터 성형외과를 드나들며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고 주장했다.
‘이부’는 이 부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로, 신 씨의 과거 라인 메시지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이 라인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이재용 부회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2017년 1월 19일부터 2월 14일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 병원을 8차례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메시지 속 ‘이부’가 꽤나 친근하게 신 씨와 안부를 나누고 병원 내 상황 등을 체크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수차례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김 씨는 병원 내에서 프로포폴 주사 기계 옆에 누워 있는 이 부회장을 목격했다는 주장과 함께 신 씨가 프로포폴 투약을 위해 한남동 이 부회장 집을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 씨가 이재용 부회장의 집을 드나들었고, 방문 목적이 프로포폴 투약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자신이 직접 운전해 이 부회장의 자택으로 데려다주고 데려왔고, 그때마다 신씨가 ‘아네폴’이라고 적힌 하얀색 약을 챙겨갔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신 씨가 집에 있던 운동화 상자에 하얀색 약을 보관했는데, 그게 프로포폴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며 자신이 겪은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도대체 뭘 하러 가냐’고 물었더니 여자친구가 ‘솔직히 약을 해 주러 간다’고 얘기를 했다. 이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아침 6시 반에서 7시 경에 라인(네이버 메신저)으로 전화나 문자가 와서 ‘몇시 쯤에 오냐, 빨리 와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여자친구인 신 씨가 이재용 부회장과 라인으로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듣기도 했다.(중략)
성형외과 쇼핑백 큰 거에 프로포폴 놔주는 기계와 프로포폴(아네폴)을 넣고 그 위를 수건으로 덮어 감쌌다. 여자친구(신 모 씨)는 이재용 부회장 집에 가기 전 날 미리 프로포폴 약과 주사 기계를 챙겨 놨다. 쇼핑백이 너무 무거워서 내가 매번 들어줬다.”
김 씨 증언 뒷받침하는 ‘새증인’ A씨의 목격담
이러한 공익제보자 김 씨의 증언에 설득력을 더하는 증언이 또 나왔다. 문제의 해당 성형외과에서 5년 간 일했다는 A씨다. 19일 <뉴스타파>는 <“이재용 집에 불법 투약 출장 목격, 사진도 찍었다” 새 증인 등장> 보도에서 최근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의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떠오른 A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저와 동료 직원 2명 등 3명이 퇴근하는 신OO 씨를 따라나섰습니다. 당시 미행은 원장 김 씨의 지시가 아닌 직원들 사이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프로포폴이 자꾸 없어지는 걸 알아서 저희끼리 신 씨를 따라간 거예요. 처음에는 술집에 일하는 애들에게 주사를 놔주는 줄 알았어요. 택시를 타고 신 씨를 따라가서 보니까, 이재용 부회장 집이었던 거예요. 그때 증거 사진을 찍어서 원장 김 씨에게 보냈어요.”
신 씨가 한남동 자택을 찾아간 과정을 자신과 다른 직원 2명이 직접 미행해 목격했다는 A씨의 증언은 과거 신 씨가 한남동 자택 앞에서 병원 직원 3명에게 미행을 당하고 사진을 찍혔다는 공익제보자 김 씨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A씨가 지목한 미행 날짜는 지난해 8월 26일이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2일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주사한 혐의로 기소된 병원 원장 김 모 씨와 실장 신 씨의 재판에 출석해 “유력인사와 재벌가에게 프로포폴 불법 투약을 위해 차명으로 진료기록부가 작성되고 그에 대한 대가로 현금이 오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병원 전직 직원 B씨도 지난달 14일 같은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 “지난해 8월 신 씨를 미행한 사실이 있다”며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가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청담동 H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투약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증거가 불충분해 이부진 사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고, 대신 H성형외과 원장 유 모 씨를 진료기록부 미기재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경찰은 “이부진 사장이 지난 2016년 총 6번에 걸쳐 H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프로포폴을 투약 받았지만 오남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의혹이 불거진 뒤 1년 간 이어진 경찰 수사의 결론이었다.
종합하자면, 해당 의혹에 연루된 성형외과 원장이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에 이어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의 정황을 뒷받침할 또 다른 유력 증인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검찰(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조사를 받은 A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을 모두 진술했다고 한다.
과연 검찰은 이부진 사장 사건의 혐의 입증에 실패했던 경찰의 전철을 반면교사 삼아 유력 증언들이 나온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 입증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우선 삼성가를 향한 검찰의 수사의지가 선행돼야 할 듯싶지만 말이다.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