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기이한 ‘조건부 출마’…안철수 여론조사 1위가 결정타

[하성태의 와이드뷰]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 비겁하다’ 한 이유

“(안 대표는) 이름값으로 하는 건데, 토론회 한 번만 하면 안철수 신기루는 없어진다. 지난 대선 때도 토론 실력은 드러나지 않았느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일침이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에 대해 ‘안철수 신기루’라고 표현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김 의원이 비단 안 대표만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우상호 의원 외에 유력 주자들이 출마 선언을 미루는데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 열린민주당 김진애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역세권 개발 활성화 정책에 대해 "제2의 뉴타운 광풍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역세권 미드타운' 제도를 설계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열린민주당 김진애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역세권 개발 활성화 정책에 대해 "제2의 뉴타운 광풍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역세권 미드타운' 제도를 설계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민주당에서 우 의원 외 후보들이 안 나타나는 것은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지막에 컨벤션 효과를 노리며 ‘짠’하고 나타나는 것은 안 된다. 거물의 유명세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이슈 파이팅을 하면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안 대표의 출마 선언과 연초 여론조사 선두 질주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레이스 지형에 일대 파장을 불러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과 2주전까지 ‘대선 직행’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가다 지난달 20일 출마를 전격 선언한 안 대표가 지지율 1위를 점하면서 여야 유력주자 모두 잰걸음을 낼 수밖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딱 그랬다.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한 박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며 “1월 안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각종 인터뷰나 발언을 통해 안 대표와 각을 세우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TV조선 <아내의 맛>에 나경원 전 의원과 나란히 출연한 것 역시 박 장관이 다음주(12일) 예정된 방송 시점 이후 출마 선언 시점을 저울질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데, 박 장관보다, 박 장관과 함께 <아내의 맛>에 출연한 나 전 의원보다 더 다급했던 이가 있었다. 바로 오늘(7일) 전격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다. 헌데, 듣도보도 못한 출사표가 나왔다. 안 대표를 너무나도 의식한 ‘조건부 출마 선언’이었다. 

오세훈의 압박, 김종인의 포석일까

“저는 오늘 야권 단일화를 위해 안철수 후보님께 간곡히 제안하고자 합니다. 국민의힘 당으로 들어와 주십시오. 합당을 결단해 주시면 더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저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날 오후 오 전 시장이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의 핵심이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국민의당이 자당과 당 대 당 합당을 하면 자신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출마선언인지 압박인지 모를 기이한 조건부 출마 선언이라고 할까. 국민의힘을 향해 “안 후보의 ‘입당’보다는 ‘합당’ 논의를 먼저 시작해 달라”고 요구한 오 전 시장의 논리는 이랬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입당이나 합당 후 경쟁하는 방안이 야권단일화의 실패 가능성을 원천봉쇄함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한다고 확신합니다. 또 더욱 중요한 다음 대선까지의 단합된 힘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합니다. 야권 승리를 바라는 많은 분들이 이번 단일화 무산 가능성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계신 이유입니다. 이번 기회에 야권 후보 단일화를 넘어 ‘야권 자체’가 단일화 될 때 비로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제안에 대한 고민으로 며칠간 불면의 밤을 보냈습니다. 이번 제안에 저 오세훈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오로지 야권의 역사적 소명인 ‘야권 단일화’가 중심에 있을 뿐입니다. 저는 그 대의 앞에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단일화를 통한 야권 승리가 그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정권 연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간 불면의 밤을 보냈다는 오 전 시장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점이 꽤나 공교롭다. 전날(6일) 안 대표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가진 독대 자리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대권을 바라보는, 전임 시장으로서 출마가 껄끄러운 오 전 시장 입장에선 ‘선당후사’를 앞세우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고.  

물론, 무언가 합의를 보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나 전 의원도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고, 경선룰도 아직 확정된 바 없다. 다만,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안 대표와의 통합을 염두에 둔 듯 “당내 경선은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치르는 방향으로 모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은 안 대표를 향해 ‘선입당‧후경선’을 전제로 ‘조건부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김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오 전 시장은 김 비대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반면 안 대표 측과 별다른 교감을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발 단일화 급물살, 여당은? 

“오세훈의 이상한 조건부 출마. 이게 다 ‘안철수 단일화의 맛’ 때문 아니겠습니까? 엉거주춤,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안철수 단일화, 이번이 다섯 번째인가요? 딱한 국힘당도 제대로 맛을 보겠군요. 우리는? 정도로! 용기 있게 패기 있게!”

오 전 시장의 기자회견 직후, 김진애 의원이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결국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 이은 여론조사 1위가 결정타였다. 안 대표의 주가가 올라가는 만큼 국민의힘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는 셈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야권이 패배하는 순간, 피할 수 없는 ‘보수의 절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예방을 받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예방을 받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만약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를 한다면 야권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서 패배를 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국민의힘은 풍비박산 나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말할 것 없이요. 이런 유리한 환경에서 야권 단일화를 못 이뤄서 선거에서 졌다? 그러면 이 보수정당으로서는 대선 도전이 불가능하다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높고요. 

안철수 대표는 안철수 대표대로 야권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야권 분열의 주범이다라는 비판 때문에 자칫 정치 은퇴해야 될 그런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불투명하지만 결국은 그 위기의식을 양측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저는 어떤 식으로든지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걸 좀 더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날 YTN <뉴스큐>에 출연한 추은호 해설위원의 전망이다. 단일화는 피할 수 없다. 그 시기가 당겨졌을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물론 범야권 후보 지지율의 총합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범여권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안철수는 신기루”만큼이나 “(우상호 의원 외에) 민주당 후보들은 비겁하다”는 김진애 의원의 쓴 소리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하성태 기자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