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김경준의 일침 “사면? 누가 보복 감수하고 증언하겠나”

[하성태의 와이드뷰] 판결 석달도 안돼 병원서 지내는 MB, 사면 운운이라니

“저는 대한민국에 대한 어떠한 기대나 원망도 사그라진 상태로 단지 조국으로 여기고 마음 한 켠에 묻고 있을 뿐이나, 십 수 년 전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당연히 검찰이 진실을 파헤치고 각자의 죗값에 맞게 벌을 주리라 여기고 왔음에도 부패한 권력을 살리기 위하여 한 개인의 인격을 완전히 파멸시킨 대한민국 검찰이 대한민국에서 역사의 법정에 선다면 어떠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증언대에 서겠습니다.”

지난해 10월 말, 2007년 17대 대선 때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씨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던 투자회사 BBK의 설립자 김경준씨가 낸 입장문의 핵심이다. 같은 달 29일 대법원이 이명박씨에게 2심의 17년형을 확정판결하자 김씨가 “이 전 대통령은 단죄됐으나 검찰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역사의 법정이 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만기 출소한 김경준씨가 2017년 3월 29일 강제 추방됐다. 김 씨가 인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만기 출소한 김경준씨가 2017년 3월 29일 강제 추방됐다. 김 씨가 인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미국 LA에 거주 중인 김씨는 검찰과 특검이 연이어 이씨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주가 조작을 통한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단독범’으로 몰리며 실형을 마쳤다. 2009년 대법원이 징역 8년에 추징금 100억을 확정했고, 2015년 추징금을 내지 못해 노역 등을 이어간 이후에야 2017년 만기 출소 후에 미국으로 송환된 바 있다.

이후 현 정부 들어 여러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씨의 ‘BBK 실소유주 의혹’의 증언자로 나서기도 했다. 검찰개혁 국면에서도 이씨는 검찰과 특검의 BBK 수사 당시 본인의 경험을 고백하며, 검찰의 강압 수사와 2007년 당시 유력 후보였고, 이후 대통령에 취임한 이씨에 대한 면죄부 조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김씨가 지난해 10월 이명박씨의 구속수감 당시 입장문의 결말을 대한민국 검찰에 대한 문제제기로 끝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진정한 검찰의 개혁을 위해 검찰의 인권침해와 권력지향을 밝힐 역사의 법정과 저와 같은 정치 검찰의 피해자들이 조국을 위해 올라설 수 있는 증언대를 만들어 정의를 바로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그랬던 이씨가 새해 벽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에 대해 강한 반대를 입장을 피력했다.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지난 1일 보도에 대해 “이건 아니지요!!!”라며 짧은 소감을 남긴데 이어 이날 장문의 글을 적은 것이다.

BBK 김경준의 일침

“저는 이명박이 너무나 관대한 교도소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불만하는 사람입니다. 도대체 구금되어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대법원 판결 전에는 잘못된 보석 결정으로 대부분 기간을 자유롭게 지냈고, 그나마 구속되어 있을 때에는 ‘아프다’는 핑계로 서울대병원에 가 있었죠).

지금도 몇 일 구금돼 있었다고 또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다른 수용자들은 코로나를 걱정하면서 구금되어 있어야 하나). 이런 걸 ‘구속’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런데, 아예 ‘사면’???”

김씨의 6일 페이스북 글 중 일부다. BBK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던 이의 심정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글이었다. 해당 글에서 김씨는 “저는 정치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나, 이명박 박근혜의 사면으로 국민의 마음이 모아진다는 생각 자체가 비논리”라고 단정한 뒤 이렇게 반문했다.

“그들을 사면함으로 이명박 박근혜 지지자들이 문 정권을 지지 할까요? 더 중요하게, 현 문정권 지지자들이 그들을 사면하면 문 정권을 더 지지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선 그들이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근거로 그들의 사면을 반대하나, 저는 그들의 사면은 법치국가의 사명을 배신하는 행위임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씨가 ‘사면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온 것은 비단 원칙론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줄곧 이씨의 혐의와 BBK 사건 재수사를 주장해 왔고, 본인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고 복역한 이가 할 수 있을 법한 주장이 곁들여 있었다.

다스 전현직 직원들을 포함, 권력자의 보복을 감수하면서 증언에 나선 이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씨에 대한 사면이 허용된다면 “다시는 그 누구도 전-권력자들이 처벌 받도록 진실을 진술하는 일도 없을 것”이란 김씨의 일침은 확실히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래서 BBK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입니다. 왜냐하면, BBK 사건 결론은 같은 거짓 진술들을 그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당시에는 다스가 이명박과 상관이 없다고 진술한 김성우 사장의 진술이 이명박과 BBK가 상관이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지요.

그럼, 전-대통령이란 권력자 상대로 보복을 감수하면서 증언을 한 사람들은 무엇이 되고 (사면된 이명박의 보복을 두려워해야 겠죠), 또 이제 부터는 누가 그런 자 들에 대해 진실을 진술을 할까요??? 2007년에 BBK 사건을 검찰이 조작할 수 있었던 제일 중요한 이유는 거짓 증언들을 받아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지난 2012년 12월28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뉴시스>
▲ 지난 2012년 12월28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뉴시스>

이낙연의 결자해지

6일 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표가 지핀 사면론에 대해 국민여론은 찬반이 팽팽히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론 의외요, 또 한 편으론 납득할 만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비단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관한 찬반뿐 아니라, 진보-보수 이념대결은 물론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찬반 의견이 투영된 논쟁적인 이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감인 것은 그러한 논쟁적인 이슈를 여당 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꺼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인 여당 당 대표가. 일각에서 이낙연 대표가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에서 ‘국민 통합’을 들고 나오면서 꺼내든 것이 사면론이 아닌가 의구심을 던지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BBK 사건으로 중형을 살고 나온 김씨의 일침을 되새길 때다.

“다시는 그 누구도 전-권력자들이 처벌 받도록 진실을 진술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지 석 달 도 채 되지 않은, 그것도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중인 이씨에 대한 사면 운운이 국민들에게 어떤 사인을 주겠는가. 이 대표의 결자해지만이 해답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어설프게 국민통합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있는 이도 이 대표 뿐이란 얘기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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