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와이드뷰]“사실관계 왜곡 추측성 보도 자제”...‘경질설’ 차단 나서
“이에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사실상 경질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지만 원래 추 장관이 직접 청와대 기자실에 들러 사의를 밝히기로 돼 있었는 데 거부했다는 얘기가 법조계까지 퍼진 것이다.”
6일 <물러나란 文요구 거부했다? 추미애 사표 실종 미스터리>란 <중앙일보> 기사의 일부다. 청와대가 지난달 16일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사표를 공식 수리했다는 발표가 없자, <중앙일보>가 해당 기사를 통해 “의문이 확산하고 있다”며 의문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 의도는 이 문장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중앙일보>는 “여권에선 청와대 발표와 달리 실제론 추 장관이 사직서를 내지 않았으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를 대비해 복귀를 노린다는 추측들도 나오고 있다”고 시원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기사 속 주장을 풀이하자면 이쯤 될 듯 싶다.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경질됐다. 사직서도 아직 내지 않았다. 그런 법무부 장관이 복귀를 노린다. 정당하지 않다! 막아야 한다!’
헌데 법조계든 검찰이든, 기사 속에 실명을 내걸고 의견을 낸 이가 한 명도 없다. 당시나 지금이나 청와대는 기사 속 ‘얘기’를 확인한 바 없다. 당시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거취 표명을 높이 평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기사 속에 신빙성을 더해 줄 인물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얘기다. 위와 함께 아래 문장을 참고해 보자. 이쯤 되면, ‘추미애 흠집내기’를 염원하는 <중앙일보>의 ‘소망성취’ 기사 혹은 취재원의 실명이 실종된 미스터리 소설에 가깝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러자 검찰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언론을 통해 추 장관에게 물러나라고 압박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과 동시에 윤 총장의 사퇴도 압박했지만, 법무부 장관과 달리 2년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할 뾰족한 수는 없었다.” (6일 <중앙일보>, <물러나란 文요구 거부했다? 추미애 사표 실종 미스터리> 중에서)
한 달도 못 기다리겠다는 ‘중앙’과 ‘조선’
다음 날 <조선일보>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7일자 14면의 <사의 표명 추미애, 실제론 경질당했다>는 기사였다. 단정적인 문장이 눈에 띄지만, 또 단독은 아니었다. <중앙일보>와 내용도, 속내도 대동소이했다. 더 화끈한 건 확실히 <조선일보> 쪽이었다. 해당 기사 속 다음 문장이 눈에 콕 들어온다.
“추 장관은 여전히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이달 말까지는 표면적으로 장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재임은 한 달도 더 못 기다리겠다는 <조선일보>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추미애 경질설’을 확산시키겠다는, 정상적인 절차 위에 군림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더 큰 문제는 보수종편이 이런 경질설을 확대재생산하고, 보수‧경제지들이 일제히 두 일간지의 ‘소설’을 받아쓰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자, 보다 못한 추 장관이 반박에 나섰다. 이날 법무부를 통해서였다.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고, 대통령은 후임 장관 인선 시까지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마무리 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
이날 추 장관은 두 일간지의 보도를 의식한 듯,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틀 째 ‘경질설’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자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앞서 문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 추 장관의 거취 문제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새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때까지 마지막 소임을 다 하게 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검찰개혁 전까지 정치적 상상 안 해”
“(‘추-윤 갈등’보다) 검찰개혁이 훨씬 상위개념이다. 지금의 총장만 개혁할 점이 있다기보다는 70년간 이어져온 검찰권의 남용이 형사사법 정의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 총장 개인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윤 총장 개인의 문제는 장관으로서 민주적 통제권을 행사함으로써 경고도 하고 각인도 시켰다. ‘추-윤 갈등’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프레임이고, 이를 통해 검찰개혁의 본질을 물타기 해버렸다고 본다.” (6일 <한겨레>, <추미애 “구치소 감염, 거듭 송구…민생 직결된 검찰개혁 계속돼야”>
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추 장관은 ‘추-윤 갈등’ 프레임을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물타기 프레임’이라 규정했다.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 사태에 송구함을 밝히고 향후 대책 마련을 강조하는 한편 검찰개혁에 대한 변함없는 소신을 피력한 것이다.
추 장관이 “검사 출신 장관일 때는 일상적으로 편하게 지휘를 하고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받들었던 것인데 이른바 비검사 출신 장관이 들어서면 어색해하고 언론을 통해 과도하게 왜곡시키고 시끄러워진다”며 언론 보도의 편향성을 꼬집은 대목 또한 추 장관의 현안 진단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보수‧경제지와 보수야당의 ‘추미애 흔들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조선’과 ‘중앙’의 일종의 ‘소설’은 둘째 치더라도, 국민의힘과 보수 시민단체 등이 고소‧고발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장관직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검찰개혁이 되기까지는 정치적 상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아직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답한 추 장관. 그가 박범계 장관 후보자의 인선 절차 마무리까지, 동부구치소 사태 해결을 포함해 흔들림 없이 장관직을 마무리하는지, 그 사이 보수‧경제지는 또 어떤 ‘소설’을 쓰는지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