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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가 공수처 미화?…국민의힘 ‘블랙리스트 위헌’ 판결 잊었나[하성태의 와이드뷰] ‘출사표’ 논란 판박이…드라마 사전 검열 발상 자체가 위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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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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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29  12:41:47
수정 2020.12.29  13: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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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에서 뒤가 구린 캐릭터는 보수정당 쪽에 배치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는 진보정당 쪽에 배치해 ‘진보는 선, 보수는 악’이라는 허황된 구도를 설정했다(...). 국민 대다수는 이런 유치한 편 가르기를 공영방송에서 보길 원하지 않는다.”

지난 6월 25일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미디어국이 <KBS, ‘진보는 선, 보수는 악’ 외치려면 수신료는 민주당에서 받아라>라는 제목으로 낸 논평 중 일부다. 미래통합당이 며칠 후(7월 1일) 첫 방송 예정이던 KBS 드라마 <출사표>의 내용을 걸고넘어지며 KBS에 대한 고발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 검토 운운하며 KBS를 겁박하고 나섰던 것이다.

   
▲ KBS 2TV 드라마 '출사표' 포스터 <이미지 출처=KBS 홈페이지>

뚜껑을 연 드라마는 구의회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청년 정치 코미디’ 장르였다. 허나 방송 전 통합당이 문제 삼은 부분은 극히 지엽적인 부분이었다. 극중 거대 양당으로 포진된 ‘애국보수당’과 ‘다같이진보당’ 소속 정치인들의 캐릭터들 소개 말이다. 

이에 대해 통합당은 <출사표>가 ‘애국보수당’ 소속 정치인은 범죄전력을 가진 인물로, ‘다같이진보당’은 정의감을 지녔거나 검소한 인물로 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어느 정당을 겨냥한 것인지 초등학생도 알 법한 유치한 작명으로 사실상 ‘여당 홍보, 야당 능멸’ 속내를 부끄러움도 없이 드러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별다른 잡음 없이 무사히(?) 방영을 마쳤다. 방영 이후, 드라마 자체가 기성 정치권의 구태와 비리를 비판하는 청년 정치인의 활약을 그린 것으로 판명(?)됐다. 통합당의 고발 겁박에 당시 <출사표> 제작진이 내놓은 제작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당적을 가지고 나오는 인물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부분 선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정치적 성향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무소속 등장인물 구세라를 전면에 내세워 진보, 보수 양측의 비리들을 파헤치고 풍자하는 코미디를 추구한다.”

이후 통합당이 <출사표> 제작진을 실제 고발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출사표>의 시청률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애먼 정치 코미디 드라마를 거대 보수야당이 흠집을 낸 꼴이 된 셈이다. 그랬던 통합당은 물론 <출사표>가 종영될 때까지 별다른 반성이나 사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이번엔 ‘공수처’다. 통합당 시절 버릇을 못 고친 국민의힘이 이번엔 JTBC 드라마를 걸고넘어졌다. 내년 초 방송 예정으로 최초의 여성 공수처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JTBC 드라마 <언더커버>가 그 희생양이다. 

<출사표> 때와 판박이인 국민의힘의 <언더커버> 겁박 

“JTBC는 ‘정의를 위해 살아온 최초의 공수처장이 된 여성 인권 변호사’를 다루는 드라마를 내년 1월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공수처 홍보물’을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밀고 있는 공수처장을 미화한 드라마를 기획한 것은 정권의 입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 내놓은 성명 중 일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JTBC는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국민의 감성적인 영역에까지 공수처를 ‘정의와 인권, 여성’으로 포장하여 선전과 선동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 것”이라며 “문제가 된 프로그램의 기획을 철회하라”라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 JTBC 드라마 ‘언더커버’의 주연을 맡은 배우 지진희(좌)씨와 김현주(우)씨. <사진 출처=이끌 엔터테인먼트, YNK엔터테인먼트>

판박이가 아닐 수 없다. 불과 반년 전 KBS <출사표>가 방영되기도 전에 고발과 제소 운운하며 겁박했던 통합당의 헛발질과 정확히 겹친다. 국민의힘은 “JTBC가 향후 방송 편성과 보도에서 중립성을 훼손하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정권에 잘 보이려는 방송사가 되기를 고집한다면 법적인 수단을 비롯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한 것까지 대동소이했다. 

해당 드라마는 영국 BBC의 동명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기획이다.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에 취임한 주인공과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정보기관 요원이 펼쳐나가는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를 현재 한국의 실정에 맞게 리메이크하며 ‘검찰’을 ‘공수처’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국민의당이 드라마 내용은 보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외형만 보고 ‘법적인 수단’ 운운한 것까지 반년 전 <출사표> 논란 때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마음에 들지 않은 소재라 하더라도 방영되지도 않은 드라마를 사전에 검열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이런 헛발질을 오늘(29일)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JTBC는 이 드라마 통해 국민의 감성적 영역에까지 공수처를 정의와 인권, 여성으로 포장해 선동과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며 ”JTBC는 문제된 프로그램 기획을 즉각 철회해주기 바란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공수처 출범을 앞둔 국민의힘의 절박함을 반증하는 장면이라 넘어가기엔, 상습범에 가깝다. 가깝게는 <출사표>가 있지만, 멀게는 ‘박근혜‧이명박 블랙리스트’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모든 것이 방송사를, 문화예술계를 좌지우지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부, 보수정부 시절 관행이라는 사실 역시 국민들이 모르는 바 아니다. 야당이 돼서도 답습하는 국민의힘이 국민여론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단적인 이유인 것이다. 

국민의힘, 블랙리스트 사건 사과는 했나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 따라, 정부는 문화의 다양성·자율성·창조성이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도록 중립성을 지키면서 문화를 육성하여야 함에도, 청구인들의 정치적 견해를 기준으로 이들을 문화예술계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도록 한 것은 자의적인 차별행위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이 청구한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배제행위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확인 결정했다. 2013년 9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인 지원 사업에서 지원 배제 대상 명단을 문화체육관광부에 하달 한 것을 대법원이 위헌이라 판시한 것이다. 배제 대상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이 2017년 4월 헌법소원을 낸지 3년 반 만의 결정이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국민의힘은 이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나 반성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이 무려 3번이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기관과 정보기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국민의힘이 인권 운운하며 JTBC 드라마를 겁박하는 것 역시 그러한 망각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이 사과를 못하겠다면, 앞으로는 제발 콘텐츠 본 내용을 확인하고 법적 조치 운운하시라. 그것이 창작자들에 대한 예의다. 

또 하나. 국민의힘이 공수처 출범에 흠집을 내고 싶다면 부디 문화예술은 건드리지 말아 주시라.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문화위상을 높이는 중인 K-컬처, K-드라마는 가만 놔두시라. 어쩌면 국민의힘보다 국위선양에 훨씬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이들이 바로 이들 창작자들이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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