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는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서울고법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별관에서 수사관들이 압수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 해당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는 25일 “직무범위 벗어나거나 절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성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주요 사건 공판을 담당하는 공판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자료였으며 직무범위 내 업무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2월 문건이 만들어질 당시 성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그 사유 중 하나로 ‘판사 사찰 의혹’을 꼽았다. 

성 부장검사는 “일선 공판부도 공판검사가 교체되거나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면 공소유지를 위해 재판부 특성을 정리해 후임자에게 전달한다”며 “(이 자료도) 원활한 공소유지를 위해 참고자료로 만들었으며 주무부서인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에만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작성 방법에 대해 성 부장검사는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대관과 언론기사, 포털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고 공판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물의 야기 법관’에 대해 성 부장검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에서 문제가 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언론에서 언급하는 조국 전 장관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김모 판사님이 아니라, 사법행정권 남용사건 중 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 구성원 중 A판사님이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작성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19년에 이미 피고인의 변호인이 그 사실을 재판부에 문제제기하며 ‘배석 판사가 물의야기 법관 문건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고, 따라서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털 검색만으로 자료 축적 안돼…공판검사 탐문이 솔직한 말일 것”

이에 대해 이상호 고발뉴스 대기자는 ‘고발뉴스TV’ <뉴스비평>에서 “중요한 진실을 노출시켰다”며 성 부장검사의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 기자는 “토대는 골간을 의미한다”며 “나머지 중요한 자료들이 어디서 왔나 봤더니 성 부장검사가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공개된 자료나 포털사이트 검색만으로는 의미있는 내사 자료가 축적이 안된다”며 “공판 검사들을 상대로 탐문했다가 솔직한 말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찰을 위한 정보활동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의 야기 법관’ 자료에 대해 이 기자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때 자료를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며 “당시 검찰은 여러번 압수수색했는데 팀장이 한동훈 3차장검사였다”고 되짚었다.  

2018년 11월 30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해 판사 2명에 대한 인사자료를 확보했다. 이에 앞서 11월 6일에도 인사총괄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해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같은 문건을 법원행정처는 2017년까지 매년 작성했는데 음주운전, 성비위, 폭행 등 물의를 일으킨 법관들 뿐 아니라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이상호 기자는 “당시 압수수색을 한동훈 검사가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쁜 자료이기에 기소 이외에는 삭제하는 것이 맞는데 (검찰이)여러 차례 활용한다”며 “그러면서 자신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수사 중에 압수된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1월 11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핵심 피의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열린민주당은 논평에서 “윤석열 검찰 총장 지휘 하의 이번 판사 불법 사찰 사태는 검찰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려 시도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불법 사찰에 경악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소위 ‘물의 야기 법관 목록’은 2018년 검찰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압수해 법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세상에 드러난 사법부의 치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에 하나 이 정보가 아직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통해 가공되고 있다면 이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성 부장검사의 해명에 대해 김 대변인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지 재판부 성향과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늘 담당 검사의 해명만 봐도 검찰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수사’와 상관없는 정보를 죄의식이나 불법이라는 인식 없이 수집해왔음을 잘 드러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