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시와 특별수사단 설치 지시 해달라’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이미 21대 국회의원 과반수가 약속했고, 다시 10만 명의 국민이 서명하여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안’과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기록물 공개결의안’을 10만 명이 청원한 원안대로 처리하십시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이미 국회에 요구한 세월호 참사에 관한 특별검사도 조속히 처리하여 새로운 권한을 갖고 조사기간이 연장될 사참위와 협력하여 성역 없는 진상규명에 나서게 하십시오.”
지난 2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 기자회견에 나선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4.16 가족협의회)와 장훈 운영위원장의 요구다. ‘세월호 참사 기억문화제 - 기억·책임·약속’이 한창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25일 만에 조기 완료된 두 결의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 4.16 가족협의회는 최근 국회사무처가 두 결의안이 곧 소관 상임위에 회부될 예정이라 알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6일부터 4.16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진실버스를 타고 제주를 포함, 전국을 돌며 두 결의안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왔다.
해당 결의안 중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안’에는 2020년 12월로 만료되는 사참위의 조사활동 기간을 1년 연장(2021년 12월까지)하고 필요할 경우 다시 1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
2. 4.16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 정지
3.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인력 정원 확대
4.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사법경찰권(수사권) 부여
5.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록물 이관 근거 규정 마련
이를 바탕으로 개정안엔 종합보고서 작성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사참위의 조사 범위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참사 등 2개의 대형 참사로 확대된 만큼 조사인력도 현행 120명에서 30명 이상 확대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강제수사가 가능하도록 사참위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수사지시 해 달라’
헌데 이와 별개로, ‘세월호 의인’이자 ‘세월호 생존자’인 김성묵씨가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의 처벌은 물론,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자 중심의 피해회복 방안 마련’을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 설치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6일로 벌써 28일째다.
김성묵씨는 지난 4일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촉구 단식투쟁단과 시민들’과 함께 이 같은 요구가 담긴 ‘문재인 대통령 규탄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규탄문에서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며 “김학의, 장자연사건, 기무사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지시는 가능하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수사지시는 권한 밖의 일이라는 것입니까?”이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설치를 지시한 방산, 군납 비리 관련 합동수사단, 2018년 7월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발족된 국군기무사 사령부의 ‘촛불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민간 사찰 의혹 관련 특별수사단을 예로 들었다. 1년 6개월 여 남은 임기 동안 진상규명 등을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수사지시와 함께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수사단 설치를 지시해 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그간 지지부진한 수사로 불신을 자처한 검찰을 비판하는 한편 특별수사단의 설치를 위해 대통령이 지휘할 수 있는 정당한 법적 권한을 아낌없이 활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검찰, 경찰, 군 검사 등 모든 사정기관을 충분히 활용하여 수사에 임해줄 것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엔 분명 그간의 미흡했던 수사와 이를 방치했던 정부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이를 위한 세부적인 요구는 이랬다.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된 수사단은 어떤 외압도 개입되어서는 안 되며, 그 동안 진행되었던 세월호 사건 관련 기무사수사, 검찰수사, 감사원 감사 등에 참여했던 인원들, 세월호 사건에 관련된 공무원들 또한 세월호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된 수사단에 포함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철저히 그리고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인력을 선별하여 배치할 수 있도록 각 장관들에게 엄중히 지시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각 정부기관(기무사·국정원 포함)과 군 등에 존재여부도 알려지지 않은 세월호사건 관련 모든 공개·비공개 정보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된 수사단에 빠짐없이 제공되어야 하며, 수사과정에 누락되거나, 은폐되는 증거가 없도록 법무부장관, 국방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국정원장, 감사원장 등을 통해 각별히 지시·감독·보고받아 진상규명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화장실 가기도 힘들지만... ‘세월호 의인’이 28일째 단식 중인 이유
김성묵씨 및 이들 단체는 이를 위해 수사단은 모든 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유지할 것, 수사진행 상황을 대국민 브리핑으로 보고할 것, 이상의 내용을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성명으로 발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었다. 김씨 및 이들 단체에 따르면, 다만, 김씨가 단식 21일째를 맞던 지난달 30일 청와대 행정관이 단식 중인 김씨를 찾아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들이 규탄문에서 밝힌 대화 내용은 이랬다.
-문재인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차질 없이 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고, 그걸 하기 위해 사참위가 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특별수사단이 수사 중이고, 사참위가 조사 중이다.
-유가족과 사참위가 자료를 요구해서, 자료 제공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해수부와 해경, 군과 국정원 자료에 대해서는 협의가 되었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고 사참위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 받지 못했던 자료 제공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
-지금까지 조사를 했고, 접근 안 되는 몇 군데가 있었다. 대통령기록물과 국정원과 해군을 포함한 군 당국 관련 자료들이다.
-국정원 등과 협의가 잘 되지 않아서 참모진들이 사참위와 국정원이 협의할 수 있도록 중간에 조정과정을 통해 협의 중이다.
-5.18 자료도 5.18 조사위원회에서 목록으로 자료를 요청했다.
한 달이 다 되도록 단식을 풀지 않고 있는 김씨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중이다. 김씨는 6일 오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화장실 가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면서도 “오로지 요구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하나”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여타 세월호 단체가) 먼저인 게 무엇인지라는 주제로 같은 방향을 다른 길을 따라 가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 분들의 의견 역시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그 분들을 폄훼하고나 외면하고 싶지 않다. 그 만큼 다른 분들도 우리를 폄훼하거나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12월이 지나면 수사단이 만들어져도 수사가 어렵다. 세월호 참사는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3, 4개월 수사도 부족하다. 기소중지 정도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수사가 원활히 진행되고 처벌이 가능할거다. 지금 국회에서는 공소시효 중지와 사참위 연장을 고려하고 있지만, 그거와 별개로 수사를 해서 우리가 조사하고 수사할 수 있는 증거의 수집이 우선이다. 그것 때문에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거다.”
김씨와 이들 단체는 활동기간 연장을 포함해 사참위 조사에 힘을 싣는 한편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과 박 전 대통령 세월호 참사 기록물 공개’에 주력 중인 4.16 가족협의회와 달리 훨씬 더 강경한 요구를 내걸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성사시킨 국민들은 한 달 가까이 단식을 진행 중인 김성묵씨의 요구를 어떻게 바라볼지, 또 청와대는 이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 김씨가 무사히 농성을 마칠지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