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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기자 부고기사 반성…언론, 세상 쓸데없는 삼성 걱정‘삼성 찬양’에 ‘이건희 상속세’ 걱정까지…“언론, 자기 분열증상 걱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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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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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05  15:31:25
수정 2020.11.05  17: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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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운구차량이 지난 10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사회 저명 인사 사망에 대한 추모 보도는 일반적이다. 문제는 지난 십수 년 누적된 불법과 반인권 행보 및 세습경영에 대한 보도는 지극히 부족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경영 업적은 이건희 회장의 한 단면일 뿐이다. 삼성그룹을 확장시킨 배경에도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과 부의 증식 문제가 있다.”

지난달 29일 <미디어오늘>의 <과오 철저히 무시하는 언론의 이건희 회장 평가> 기사의 일부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아침신문 솎아보기’ 기사에서 지난달 25일 오전 사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망 언론 보도에 대해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기준, 이 회장의 경영 업적과 개인 찬사가 주를 이뤘다”며 “세습 경영 재벌 총수에 ‘경영 성과’ 밖에 볼 게 없나”라고 꼬집었다.

앞선 26일 <오마이뉴스> 또한 <이건희가 ‘큰별’ ‘거인’? ‘재계 대변지’가 따로 없었다> 기사에서 “적어도 이날(25일) 신문 1면만 보면 ‘조중동’ 역시 ‘재계 대변지’와 다름없었다”며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26일 오전 '오늘의 이슈'로 분석한 이건희 회장 사망 관련 기사는 54개 매체 603건에 이른다. 분석 뉴스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들을 보여주는 연관어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선각자’, ‘승부사’, ‘국민 자부심’, ‘신경영’, ‘재계 큰별’ 같은 긍정적 단어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부정적인 단어는 ‘재벌개혁’ 정도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주요 일간지가 25면 이건희 회장 사망 소식을 1면 톱으로 다루면서 긍정적 헤드라인을 뽑았다. 조중동은 물론이었다. 실제 ‘재계 대변지’들의 ‘삼성 용비어천가’는 과하다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이는 종편도 다르지 않았던 듯 싶다. 지난달 30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건희 사망’에 종편의 낯 뜨거운 삼성 두둔과 찬양>이란 ‘종편 뭐하니?’ 리포트에서 이런 평가를 내놨다.

“이건희 씨는 대한민국에 미친 파장이 큰 인물이에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끼쳤지만, 못지않게 부정적인 영향도 많이 끼쳤어요. 따라서 이 씨와 같은 인물을 돌아볼 때 공과 과를 함께 살펴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러나 종편3사 시사대담을 마주한 시청자들이 알게 되는 건 이씨 혹은 삼성과 관련된 필요 이상의 상세한 사실과 이 씨가 세운 공로뿐이에요.”

반올림도 인정한 ‘솔직한 반성’

“이건희 사망 보도에 대한 보기 드문 솔직한 반성이네요.”

5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페이스북에 <여성신문>의 기사를 공유하며 내놓은 한줄 평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반올림은 이 회장 사망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경제적 성공과 반도체 신화의 영광을 독차지해왔다. 하지만, 이건희의 삼성이 만든 어둠이 작지 않다”면서 “삼성의 어두운 역사는 이건희의 죽음과 함께 끝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반올림이 주목한 <여성신문>의 ‘솔직한 반성’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이번 부고 기사는 여성신문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기사로 어울리지 않았다. 공로와 과실을 균형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널리즘과도 거리가 멀었다. 반성한다. 많은 여성 노동자들께도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3일 <여성신문>, <[기자수첩] 이건희 회장 부고 기사>) 중)

   
▲ <이미지 출처=여성신문 홈페이지 캡처>

해당 기자가 사과한 ‘부고’ 기사는 25일 <여성신문> 온라인 판에 출고된 <‘여성 인재 중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당시 소셜 미디어 상에서 ‘여성 신문 기사 맞느냐?’, ‘삼성이 여성 인재 중용’ 등의 부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해당 기사를 쓴 <여성신문> 이모 기자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을 터. 해당 기자가 부고 기사를 쓴 지 10여일 만에 내놓은 ‘솔직한 반성’에 이은 사과는 꽤나 솔직하고 절절했다.

“‘고인’에 대한 호평만을 담은 기사였다. 후속 기사에서 명암을 담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월요일 출고된 ‘삼성그룹 이끈 고 이건희 회장의 빛과 그림자’가 그 기사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고 기사가 알려지고 비판이 나왔다. ‘여성인재 중용’만을 강조한 기사에 실망했다는 지적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고인’에 대한 예의 차원이라고 하기에는 이 회장이 남긴 부정적 유산은 적지 않다. ‘여성 인재 중용’의 경우, 사실이지만 모든 맥락을 드러내는 진실은 아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건강과 생명을 잃은 많은 노동자들도 여성 인재였다. 여성신문이 그동안 보도한 삼성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과 이들의 요구를 외면한 삼성의 행태를, 나는 이 부고 기사에서 지웠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거세질수록 기자로서 글을 쓰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매번 악성댓글 홍수를 겪으면서도 많은 여성들의 격려가 있어 힘을 냈다. 지지를 보내던 여성들이 이번에는 기사를 비판했다. 그래서 더 아팠다.”

흔치 않은 고백이요, 반성이었다. 특히 찬양 일변도를 넘어 ‘이건희 용비어천가’로 지면과 온라인을 뒤덮은 경제지 및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참고하고 기꺼이 부끄러워해야 할 만한 용기였다.

‘젠더 이슈’는 ‘젠더 이슈’대로 고민해 볼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최대 광고주’ 삼성에 대한 비호와 찬양이 ‘이재용어천가’로 변모하고 비판과 균형을 실종케 한 현실일 터. 이와 관련, 일독을 권하는 칼럼을 소개한다. 최근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한겨레>에 기고한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란 제목의 칼럼이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어느 경제학 교수의 일침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얘기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 세 가지가 재벌 회장님 걱정, 연예인 걱정, 건물주 걱정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언론은 이 세 가지 걱정을 제일 열심히 한다는 사실이다.’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촉발된 상속세 논란을 지켜보면서 여기에 두 가지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언론은 재벌 회장님 걱정을 그렇게도 열심히 한다.“

최 교수는 ‘삼성 찬양’ 일변도인 언론이 이제는 ‘이건희 상속세’까지 걱정하고 나선 형국을 한심하다는 듯 이렇게 질타했다. 나경원 전 의원부터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란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한 현실을 두고 최 교수는 “상속세는 삼성이 아니라 이 회장의 가족들이 내는데 왜 삼성을 걱정해야 할까”라며 삼성에게 이미 ‘계획이 다 있을 거’라 진단했다.

최 교수 주장의 핵심은 이 두 문장으로 갈무리된다. ‘이건희 사망’ 이후 삼성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한국 언론이 거론하지 않는 진실이 이 두 문장에 담겨 있었다.

“세법을 뜯어고쳐 세율을 낮춘다 한들 상속되는 것은 재산이지 경영권이 아니다. 경영권은 주주들한테 위임받은 ‘권한’이지 몇몇 가문이 세대에 걸쳐 독점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특히 경제지가 절대 언급하지 않는 진실 되겠다. 최 교수의 시선은 다시 언론으로 향했다. <여성신문> 기자처럼 반성하지 않는 언론 말이다. 최 교수는 삼성 일가와 이재용 부회장에겐 ‘공정’이란 시대적 화두를 적용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는 언론을 향해 ‘자기분열증’이라 명명하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맞다. 가장 쓸데없는 걱정에 열을 올리는 언론일수록 쓸모 있는 짓은 덜 하고 진짜 해야 할 권력 감시는 덜 하는 법이다.

“결론적으로 삼성 일가의 상속세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걱정해야 할까? 그것은 다름 아닌 언론의 자기분열증인 듯하다. 상속세의 본질은 경제적 힘의 세습을 막는 것이다. 상속세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경제적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다.

전·현직 법무장관의 부모 찬스 의혹을 보도하면서 기회의 공정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처럼 말했던 언론이 왜 유독 삼성 혹은 이 부회장의 부와 권력 세습에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이것이 자기분열의 증상은 아닌지 스스로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3일 <한겨레>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칼럼,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 중)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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