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정은경 고발에 “인간 같지 않은 것들” 국민적 분노 자처

[하성태의 와이드뷰] SNS에선 #전광훈보석취소 #법원직무유기 해시태그 운동

“이번 코로나19 소동의 진원지는 바로 정 본부장이다.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른바 8.15 광복절 집회에 참여한 보수단체들이 4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하며 주장한 내용이다. 이들 단체(자유민주국민운동·정치방역고발연대·공권력감시국민연합·공권력피해시민모임)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본부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가 정 본부장을 고발한 혐의는 직권남용, 강요, 직무유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불법체포감금 교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교사 등 6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 본부장이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해 코로나19 강제 검사 대상이 아닌 국민들을 강제 검사 대상이라고 결정해 의무 없는 검사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대한의사협회의 수차례 요구에도 입국제한을 하지 않아 국내에 코로나19가 퍼져 미필적 고의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줬다”며 “지난달 15일 광화문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을 코로나19 감염 주범으로 조작하는 데 앞장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보수단체들이 지난 8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 보수단체들이 지난 8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잇따른 확진 판정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돌리며 고소고발에 나섰던 기존 일부 보수개신교 신자들이나 보수 정치인, 유튜버들의 주장을 그대로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의 고발에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고발만은 사랑제일교회 등이 포함된 ‘8.15 비대위’가 아닌 정체불명(?)의 4개 단체만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참여 단체의 규모나 범위와 관계없이, 정 본부장을 고발한 이들 단체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직 후 국민적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보수단체가 전부가 아니다   

“인간 같지 않은 것들 몇 개월째 국민을 위해 일하시는 분을 고소하냐.”
“정은경 본부장님은 건들지 말랬지!! 전광훈 테러집단 수괴 추종자들아!! 저것들 싸그리 잡아다 쳐넣어라!!”
“이딴 극우꼴통들이 하는 소리 좀 기사 올리지 마라!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날 관련 기사에 달린 가장 많이 추천 받은 포털 댓글 들이다. 특히 이들 단체들이 6개월 넘게 매일 카메라 앞에 서며 브리핑을 해오며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정 본부장 개인을 고발한데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역시 “정은경본부장님, 힘내세요”라며 이들 단체의 고발을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꼬집었다. 

“도둑 잡는 경찰을 도둑이 검찰에 고발한 격이다. 이럴 때 미통당이 한마디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윤석열 검찰총장은 질병관리본부를 압수수색할 것인가? 아니면 이들 단체를 압수수색할 것인가? 질본을 압수수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정 의원이 이들 단체의 막무가내 행태를 두고 “코로나19 방역현장에는 검찰이 안 보인다”며 보수야당과 검찰을 지적했다면, 이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한 ‘따옴표 저널리즘’을 꼬집은 이도 있었다. MBC 송요훈 기자였다. 

“비판해야할 대상 앞에서는 정작 비판의 ㅂ자도 꺼내지 못하고 받아쓰기에 열중하는 기자들아,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도 못하고 취재수첩을 가득 채운 오물을 공중에 살포하는 기자들아, 차라리 붓을 꺾어라. 

국민을 지키는 정은경을 협박하여 무엇을 얻으려 함이냐. 너희들이야말로 발밑을 뒹구는 낙엽보다 못한 기자증을 찢고, 악취 나는 오물로 더러워진 펜을 던져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

이들의 비판이 비단 정 본부장을 고발한 보수단체에만 그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8.15 광복절 집회에 당원 참여를 제재하지 않은 국민의힘 지도부나 평소 전광훈 목사 등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한 언론, 또 신천지 등 방역을 저해하는 종교 단체 등의 수사를 지연한 검찰 역시 이들 단체 등에 ‘그래도 된다’는 시그널을 보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로 퇴원 사흘째를 맞은 전광훈 목사에 대한 보석취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8월 21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발표하며 이번 주말엔 꼭 안전한 집에 머물러 줄것을 요청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8월 21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발표하며 이번 주말엔 꼭 안전한 집에 머물러 줄것을 요청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전광훈보석취소’ 해시태그 운동까지 

“전광훈 즉각 보석 취소하라, 더 이상 미룬다면 법원의 직무유기이다. 정말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병원에서 나온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법원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해쉬태그 합시다.”

같은 날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본인 페이스북에서 제안한 #전광훈보석취소,  #법원직무유기 해시태그 운동 내용이다. 앞서 지난 2일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의 보석을 취소하고 방역 방해 행위를 엄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보석 조건을 위반했고 우리 사회에 막대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전광훈에 대한 보석 취소 청구 판단을 법원이 신속히 내려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을 의식한 걸까. 이날 검찰은 법원에 전 목사에 대한 보석 취소를 신속하게 심리해 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전 목사의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4일과 31일에 이어, 퇴원한 전 목사에 대한 심리를 빨리 판단 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였다. 

결국 일부 개신교인들의 방역 테러에 전 국민적 피해가 커져가는 형국이다.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시그널이 필수다. 전 목사를 필두로 광복절 집회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이미 합의됐다. 신속히 수반돼야 할 것은 형사 처벌과 구상권 청구와 같은 법적 수순뿐이다. 그것이야말로 보수단체와 사랑제일교회 등의 정 본부장 고발이나 문 대통령 고발 같은 ‘적반하장’격 저항을 막는 길이지 않겠는가.    

▲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2일 오전 퇴원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2일 오전 퇴원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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