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 와이드뷰]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신천지 수사 뭉개는 건가
“신천지가 신도 명단을 일부러 누락 했다는 의혹도 확산이 되고 있죠. 이에 대해 대구 경찰청이 검찰에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 했지만, 반려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천지 측의 고의성 여부가 분명 하지 않다는 게 검찰의 논리인데, 경찰이 영장을 다시 신청 했지만, 또 다시 반려됐습니다.”
4일 <뉴스데스크>의 <‘신천지’ 명단 누락 의혹…압수수색 영장 또 반려> 보도의 앵커 멘트 중 일부다. 앵커 멘트 그대로, ‘윤석열 검찰’이 경찰이 청구한 신천지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두 번째’ 반려했다.
3일 <경북일보>의 최초 보도 이후 상황을 종합해보자면 이러하다. 지난달 28일 대구시는 신천지 대구교회 측이 신도 명단을 누락해 제출하고 관련 시설을 숨겨 역학조사와 방역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했다며 대구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하루 만인 29일 대구경찰청 지능범죄 수사대가 대구지검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2일 대구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는 이를 당했다. 신천지 대구교회가 신도 명단과 시설 현황을 일부 누락했지만, 고의인지 과실인지 분명하지 않아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후 증거자료를 보완한 경찰이 3일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하루 만인 4일 검찰은 이를 재차 반려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검찰의 강경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8일 대검찰청은 신천지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할 시 반드시 대검과 사전 협의”,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 당국은 방역에 필요한 관련 명단을 확보한 상태이므로 당장은 강제수사가 필요하지 않다” 등의 내용이 담긴 업무연락을 각급 검찰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대검이 이러한 입장을 표명한 같은 날 오전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거부할 때에는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없더라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추 장관의 지시에 ‘윤석열 검찰’이 반발을 이어나가는 모양새다. 이 같이 ‘윤석열 검찰’이 강수를 이어가는 배경은 무엇일까.
명분 없는 ‘윤석열 검찰’의 영장 반려
최근 검찰은 서울시가 이만희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미래통합당이 새누리당 당명과 관련해 이 총회장을 고발한 사건은 역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신천지에 대한 고소고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검찰이 사실상 중복된 사건을 따로 수사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법조계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목소리를 전한 <한국경제>의 4일 <‘신천지 수사’ 놓고 또 갈등 빚는 추미애-윤석열> 기사를 보자.
“검찰이 이번 사건은 증거자료가 부족한 데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만큼 신속히 병합 수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건당국 등에 공유하는 것 자체에도 위법 시비가 있을 수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
“정부와 여권이 방역 실패 책임을 덜기 위해 이번 사태를 ‘윤석열 대 신천지’ 간 싸움 구도로 몰아가려고 한다.” (현직 검사)
“당장은 강제수사가 필요하지 않다”며 영장을 두 번이나 반려한 검찰의 논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신천지와 신천지 신도들을 압박할 경우, 확진자나 무증상 감염자들이 숨을 수 있다는 방역 당국의 우려를 우선시 고려한 것이란 논리 말이다.
일각에선 검찰이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전 국민적 질타를 받았던 ‘구원파 유병언 회장’ 수사의 실패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로나 19 사태의 복판에서 국민 생명과 직결된 신천지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반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 당시 대대적인 강제수사를 벌인 것도 모자라 이후 ‘청와대 수사’로 수사를 확대하며 ‘정치검찰’임을 자처한 ‘윤석열 검찰’이 경찰의 영장 신청을 두 번이나 반려하며 신천지 수사만큼은 지극히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여러모로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여론전에 공을 기울이고, 언론플레이에 ‘올인’했던 ‘윤석열 검찰’ 아니던가. ‘하필 신천지만 왜?’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 할 만하다. 반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 장관은 재차 신천지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었다.
추미애 장관의 압박, 방역 당국의 동조
“압수수색뿐만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전방위적으로 총력전을 전격 전개해야 할 아주 중대한 고비에 있다.”
이날 추 장관이 한 발언 중 일부다. 추 장관은 강제수사와 압수수색의 필요성 중 하나로 “ 어린아이는 신도 명단에서 누락돼 있어 어린아이가 확진자로 판명되면 이들을 어떻게 생활 치료시설에 배치해야 할지 기준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역시 법무부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음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강제 조취를 직접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이날 국회대정부 질문에 나선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크게 보면 방역 당국의 입장과 법무 당국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신천지 신도들의 예배 출입 정보 파악이 방역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이미 검찰에 표명했다는 것이다.
비단 여권의 압박이 전부가 아니다. 이렇듯 방역 당국마저 ‘윤석열 검찰’의 논리를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일 CBS 의뢰로 리얼미터가 공개한 조사에서 국민 전체의 86.2%, 대구경북 지역의 95.8%가 ‘신천지 압수수색’에 찬성했다(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8일 진행,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럼에도 두 번이나 영장을 반려한 ‘윤석열 검찰’,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국민 여론까지 무시하며 신천지 수사를 뭉개는 건가.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