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간격’ 靑과 국회 올라온 똑같은 ‘탄핵 청원’…언론 ‘무검증’ 보도

[하성태의 와이드뷰] “실질적 주도자는 괴소문 여과 없이 보도하는 언론”

“이번 우한 폐렴(코로나19)사태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수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 합니다(중략).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국민 보호’가 아닐까요? 정말 자국민을 생각했다면 중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입국금지 했어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원’ 내용 중 일부다. 한모씨는 청원 취지로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 폐렴(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때문에 그로 인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기 때문”이라 기재했고, 이 청원은 2일까지 10만을 돌파했다. 

▲ <이미지 출처=국회 국민동의청원 캡처>
▲ <이미지 출처=국회 국민동의청원 캡처>

그러자 적지 않은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다. 같은 날 YTN은 국회 사무처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내일(3일) 안으로 문희상 국회의장 결재를 거쳐 소관 상임위로 넘어갈 예정”이라며 “청원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 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청원이 상임위에서 심의돼 안건으로 다뤄지고 인용되더라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국민 청원이 의도적인 정치 공방의 장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4.15 총선이 가까워오고 코로나 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황당한 주장 역시 난무하는 중이다. 10만을 돌파한 위 국회 국민동의청원 내용 역시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내용을 바탕으로 대통령 탄핵을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청원이 명약관화한 정치적 의도와 결합할 때다. 해당 국회청원이 바로 딱 그런 경우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문재인 탄핵’ 청원 

지난달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 청원이 3일 정오 현재 145만을 돌파했다. 헌데, 이 청원과 앞서 소개한 국회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원’ 국민동의청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게시자가 같은 내용을 2월 4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월 28일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게시한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10만 돌파에만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2일 <‘文대통령 탄핵’ 국회청원 동의자 10만 넘겨… 상임위서 심사> 기사에서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공인인증서·휴대전화 등으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보다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라며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것은 지난 2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해결’ 청원 이후 두 번째”라 강조했다. 

게시자가 자신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누가 청원했는지 국민들은 알 수 없다. 언론 역시 이를 검증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3주 간격으로 청와대와 국회 청원 게시판에 같은 내용의 청원이 게시되고, 이 청원이 각각 145만과 10만을 돌파하면서 대다수 언론이 ‘숫자’에만 집중해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 자기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일 온라인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꼬집었다. 

“해당 청원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론은 검증도하지 않은 채 청원 내용을 그대로 전하며 '중국 대통령' 프레임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중략). 언론이 국민청원을 전하면서 청원인 규모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청원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민언련은 “이 청원인 주장에 사용된 근거들은 대부분 허위왜곡정보였습니다”라며 세가지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문재인 탄핵’을 포털에서 검색해 보시기를. 수많은 언론이 같은 내용의 두 청원을 기사화하면 ‘숫자’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검증’ 청원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보수야당이나 보수언론이 ‘문재인 탄핵’을 주장하는 여론의 밑바탕으로 제시된다는 사실이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청원을 ‘문재인 탄핵’ 여론으로 둔갑시킨 언론들 

“공교롭게도 이때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광우병·세월호처럼 코로나는 국민 생명과 안전이 걸린 민감한 사안이다. 조국 사태보다 10배, 100배 폭발력이 강하다. 재난은 재난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세월호가 사고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오판이었나. 

정권의 최대 위기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訪韓)에 매달렸다. 속사정이야 어찌 됐건 우물쭈물 눈치 보다가 중국 입국을 막지 못했다. 골든타임을 놓쳤고, 코로나를 대참사로 키웠다. 대통령의 소망대로 중국과 ‘한 몸’이 됐다. 그 대가로 국민 생명이 위협받고, 전 세계가 혐오하는 국가가 됐다.”

3일자 <중앙일보>의 <최대 위기 맞은 문재인 정권>이란 제목의 시론 중 일부다. ‘문재인 탄핵’을 운운하는 이 칼럼은 “정부의 대처는 국민 보호보다 정권 이익과 정치적 계산을 우선으로 하는 듯하다”며 “‘문 대통령이 중국 대통령이냐’는 말이 나돌고, 대통령 탄핵 청원이 140만명을 넘었다”는 문장을 끼워넣기도 했다. 

‘중앙’ 뿐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청와대가 해당 청원의 청원인 숫자를 줄인 것 아니냐는 ‘조작 의심’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코로나 사태로 국민 불안을 최대한으로 조장하는 한편 총선 후 ‘문재인 탄핵’을 공식화한 미래통합당의 주장에 부응하는 기사가 판을 치는 형국이요, 해당 청원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론’의 바탕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서울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서울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 가짜뉴스에 확신을 심어준 이들은 누구입니까? 중국 대통령 운운했던 미래통합당, 차이나게이트 같은 괴소문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언론이야말로 이 어처구니없는 탄핵청원의 실질적 주도자입니다. 철저히 여론을 호도해 대한민국을 정치를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놓았습니다. 탄핵 청원은 법사위에서 지체 없이 종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종결시켜야 할 것은 탄핵 청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와의 싸움 대신 내전을 선동하는 미래통합당의 저열한 보수정치 또한 끝내야 합니다. 재난과 국민의 생명마저도 정쟁거리로 만드는 한심한 보수정치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정치의 양대 축의 한 축이 돼서는 안 됩니다.”

3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당 상무위원회에서 주장한 발언 중 일부다. 맞다. 내용도, 그 내용을 청와대에 이어 국회 청원까지 퍼다 나른 그 형식과 저의 역시도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청원을 가지고 언론이, 보수야당이 부화뇌동하는 꼴을 언제까지 봐야할까. 이쯤 되면, 해당 ‘문재인 탄핵’ 청원 자체가 어떠한 세력이 작심하고 ‘작전’을 펼친 것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 아닐까.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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