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4주기 문재인‧박원순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 함께하자”

2만5천 운집…시민들 “자신의 목소리 내야 시민권력 만들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권력은 시민들의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었다. 정치권력 보다 시민권력이 상위에 있고, 그 시민권력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문화제는 그가 묘비에 남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치도 바꿔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제가 정치에 뛰어든 것도 그것을 위해서였는데 많은 분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그 뜻을 이루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은 멈출 수도 없고 내려놓을 수 도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함께 힘을 모아 5년 후에는 그 꿈을 반드시 이루자”며 추모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을 독려했다.

추모행사에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봉주 전 의원 등도 참석했으며 2만 5000여명(경찰추산 8000여명)의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다.

19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2만 5000여명(경찰추산 8000여명)의 시민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go발뉴스'
19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2만 5000여명(경찰추산 8000여명)의 시민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go발뉴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추모콘서트는 노 전 대통령 영상 상영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어 가수 신해철, 조관우, 이승환 씨가 열띤 공연을 선보였고, 행사장의 추모 열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공연 중간에는 노무현재단이 서울시에 3000권의 책을 전달하는 책 증정식이 진행됐다.

책 증정식 후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을 향해 “(노무현 대통령 서거)4년이 흘렀지만, 그가 꿈꾸던 반칙이나 특권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 왔느냐”고 묻자,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깨어있는 시민의 단결된 힘, 우리가 만들자. 함께하자”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문화제에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 'go발뉴스'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문화제에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 'go발뉴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봉주 전 의원의 ‘힐링토크’도 이어졌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20여년의 정치생활을 하면서 정치는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문자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봉주 전 의원은 “깨어있는 시민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면서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협동조합같은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경북)봉하마을에 있는 봉봉협동조합을 많이 후원해 달라”고 말해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힐링토크’를 마친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 “잘 살겠습니다”를 함께 외칠 것을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추모콘서트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시민들은 광장 곳곳에 마련된 ‘노란 화분’ 무료 분양, ‘노짱 즉석사진’, 봉하마을 친환경 농산물 판매, 캐리커처 그리기 등 30개 부스를 두루 돌며 다양한 문화행사에 참여했다. 또 오후 3시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초대형 노무현 얼굴 만들기’ 퍼포먼스에 도전했다. 

추모콘서트에 앞서 19일 오후 2시부터 시민들은 광장 곳곳에 마련된 ‘노란 화분’ 무료 분양, ‘노짱 즉석사진’, 봉하마을 친환경 농산물 판매, 캐리커처 그리기 등 30여개 부스에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 'go발뉴스'
추모콘서트에 앞서 19일 오후 2시부터 시민들은 광장 곳곳에 마련된 ‘노란 화분’ 무료 분양, ‘노짱 즉석사진’, 봉하마을 친환경 농산물 판매, 캐리커처 그리기 등 30여개 부스에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 'go발뉴스'
깨어있는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 사는 세상’

“생활 속에 숨지 말자…“아이들 스스로 참여하는 법 배워야”

한편, 이날 추모문화제에서 만난 시민들은 생전의 노 전 대통령 바람대로 그가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깨어있는 시민’이 되고자 했다.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는 ‘go발뉴스’에 “노 대통령님이 강조했던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재판 때문에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 구현이라 생각해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30대 여성 장모(서울 송파구)씨는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쌍용차 문제 등 사회 문제에 대해 모른 척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노 전 대통령 서거 전)‘검찰이 저러다 말겠지’하며 무관심했던 자신에 화가 난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시청을 찾은 문장원(29‧서울 동대문)씨는 ‘깨어있는 시민’을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FTA 등 사회문제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권력이 모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눈에 띄었는데 자녀들에게 올바른 사회를 보여주고 싶다는 학부모들도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행사장은 찾은 배성희(44‧경기도 안양)씨는 “민주주의가 역행하는 상황에서 깨어있는 시민이고 싶은데 살아가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해 왔다. 부끄럽다”면서 “생활 속에 숨지 않고 함께 참여하는 모습 등 올바른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용권(50‧인천 서구)씨는 두 딸과 함께 서울 광장을 찾았다. 그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잘 모르지만 스스로 사회에 참여하려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 함께 추모행사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한다. 제대로 뽑고 제대로 감시하자는 것이다. 권력을 위임하기 위해 선거를 할 때도 시민들의 각성이 필요하고, 그렇게 해서 선출된 권력이 시민들과 민주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지배를 시도할 때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서도 시민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 오연호 기자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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