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검찰발’ 못 끊어…그러는 사이 시민들, 팩트체크·현장 중계까지
“언론 같은 경우도 그렇잖아요. 워낙 토대가 튼튼한 상태에서의 어떤 정보들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못하니까 자꾸 이미지를 덧씌우고, 정치하고 결합해서 자꾸 정치 플레이어가 되고 있는데 그 결과는 결국은 자신이 언론으로서 신뢰받을 만한 어떤 근거 자체를 갉아먹는 행동으로 가거든요. 이것이 남는 것들은 결국은 정치가 정치로써 신뢰받지 못하고 언론이 언론으로써 신뢰받지 못하는 토대를 만듭니다.
여기에 대한 비판을 하면 정파적 비판이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흔히, 저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정파적인 비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토대를 더해야 할 사회적 제도로써의 정치, 사회적 제도로서의 언론의 어떤 근거를 허물고 있는 행동이라는 것들을 자극하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에 상당히 목매달고 있는 형태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적인 서초동 촛불집회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역시나 ‘조국 이슈’를 다루고 있었다. 이날 ‘조국 사태 두 달 언론이 논란을 끌고 가는 방법’ 편에서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정준희 겸임교수는 위와 같이 언론이 신뢰 받지 못하는 이유를 풀이하고 있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우용 객원교수 역시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강압수사, 그리고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 등에 대한 언론보도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언론의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질타였다.
“검찰은 조국 장관의 혐의가 무거운 사람이라는 것을 언론에 알리고 싶었을 것이지만, 또 이런 이면에서 보자면 검찰이 그만큼 조국 장관에 대해서 강력한 적대의식 또는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데, 어떤 언론도 이 양쪽을 균형 있게 설명해주지 않아요.
마치 이 압수수색 자체가 혐의가 밝혀진 것이기 때문에 한 것인양, 혐의가 확실하면 압수수색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도 그렇게 설명을 하고 실제로 이런 과잉 압수수색이 이번에 검찰의 조국 장관에 대한 집단적 불만감의 표출일 수 있다 이걸 또 해석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그걸 얘기해주는 언론이 없더라고요.”
서초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 다음은 언론 개혁”을 외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두 달여 간 ‘조국 사태’를 두고 기계적 균형 혹은 ‘검찰발’ 기사만이 쏟아진 보도 행태의 문제제기가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 “조국 사태, 검찰의 문제와 또 하나는 언론의 문제”
“저는 검찰의 문제도 있고, 또 하나는 언론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요. 언론은 이것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확정된 것처럼 막 이걸 흘리고 쓰고 이러는 것에 대해서, 사실 미국 같은 경우는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거든요. 왜냐하면 그게 이른바 징벌적배상의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제가 이거에 대해서는 좀 연구도 하고, 책도 한번 쓰려고 자료도 엄청 모았는데 시장되는 바람에 못했어요.”
지난 토요일 서초동 촛불집회에 직접 참석했다는 박 시장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까지 언급했다. 미국의 ‘웨스트모얼랜드 대 CBS’ 사건을 예로 들면서였다. 박 시장은 잘못된 보도에 미 법원이 1000만 불을 배상케 한 사건을 소개하며 “검찰 개혁에 이어서 언론 개혁이 돼야 된다”던 촛불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니까 보도를 하나 잘못하면 100억의 배상금을 물리는 거예요. 이러면 언론이 확인하지 않으면 다양한 취재를 통해서 진실이라고 스스로 확인했을 때만 쓸 수 있는 것이죠. 지금은 일단 누가 주장하면 그대로 쓰거든요. 그러면 그게 마치 진실인 것처럼 국민들은 바라보게 되고 그건 나중에 또 무죄를 받는다든지 이러면 소용이 없죠. 그래서 ‘검찰 개혁에 이어서 언론 개혁이 돼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에 앞서 박 시장은 촛불집회에서 받은 감상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광장을 개방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하며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기도 했던 박시장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니까 사고 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국민의 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바로 이렇게.
“그래서 ‘이야, 이게 정말 국민이 무섭구나.’ 저도 정치하는 사람이지만, 국민의 마음, 국민의 여론 이런 것이 참으로 중요하고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있을 순 없다.’ 이런 걸 저는 느꼈고요.”
알고도 끊지 못하는 ‘검찰발’ 기사
“사실 언론한테 기레기라는 말이 나온 게 세월호 때잖아요. 세월호 때 정부가 불러주는 대로 대규모 구조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유족들한테 가서 쓸 데 없는 말 물어보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 알게 된 거잖아요, 그게 생중계 되면서. 이런 현상이 제2의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드는데.”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MBC 박성제 보도국장의 말이다. 박 보도국장은 언론들의 ‘조국 보도’와 관련해 ‘검찰발’ 단독 보도에 대한 폐해에 대해 언론사나 방송사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끊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이와 관련 “MBC도 잘 안 되고, 그거 되는 언론이 거의 없습니다”라면서도 “저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박 보도국장의 이날 인터뷰는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MBC와 같은 거대 언론사 역시 ‘검찰발’ 보도의 폐해를 인식하고 있지만 그러한 관행을 끊기가 쉽지 않다는 고백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적지 않은 시민들이 기존 언론보도를 불신하면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 의존하게 됐다.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마저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계속해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00만이든, 200만이든 정확한 인원이 그리 중요하진 않겠지만) 광화문광장이 아닌 서초동 일대에 운집한 ‘100만’ 안팎의 인파가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외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팩트를 체크하고, 의혹을 제기하며,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시대인 셈이다.
그러니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스스로 ‘기계적 균형’에 갇히거나 ‘정파성’을 무기로 삼아온 언론들은, ‘검찰발’ 단독에 목매달았던 언론들은 이제 무엇을 쓸 것인가.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