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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vs 한유총’ 대결 프레임 보도, 이대로 좋은가[신문읽기] ‘국회 책임론’은 쏙 빠져 … ‘한유총 사태’도 정부 탓하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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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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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4  10:21:45
수정 2019.03.04  10: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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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나> 

오늘자(4일) 조선일보 사설 제목입니다. 조선일보는 “개인 재산을 내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은 국가 교육의 상당한 부분을 떠맡고 있다. 이들의 요구엔 들어봐야 할 부분도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정부는 명단 공개, 행정처분, 감사, 형사고발 등 위협뿐이다. 민노총 폭력사태엔 침묵하던 정부가 유치원 대책회의에는 경찰청장·국세청장·공정거래위원장까지 참석시켰다. 이것이 무슨 공안 사건인가. 갈등을 조율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문제 해결력은 보여 준 적이 없고 ‘수사해서 감옥 보낸다’는 식의 발상만 나온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국회 책임론’ 아닌 정부 책임론? … 모든 게 정부 탓인가? 

일단 다른 곳도 아닌 조선일보가 정부를 향해 “갈등을 조율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문제 해결력” 운운한 것이 좀 웃깁니다. 

특히 민주노총을 언급하며 ‘갈등 조율’ ‘문제 해결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민주노총이 파업할 때마다 ‘정부 엄단’ ‘강력 대처’ ‘공권력이 뭔지 보여줘야’라는 식으로 기사와 사설·칼럼을 썼던 곳이 어디인가요?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상당수 언론이 그렇게 주장해왔고, 그 선두에 조선일보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엔 조선일보가 갑자기 ‘대화와 설득’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옵니다. 물론 조선일보는 “어떤 경우든 명색이 교육기관이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 “사립 유치원은 운영 비용의 절반 이상을 정부 지원에 의존해 매년 조 단위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통제는 불가피하다”와 같은 비판을 통해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정부 비판’입니다. 제가 보기에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무능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가 무슨 고차방정식이라고 이렇게 막장까지 가야 하나”라는 대목도 그렇고 <유치원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나>라는 사설 제목이 결국 의도하고 있는 게 ‘무능한 정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부모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막가파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게 한유총이라고 보고 있는데 조선일보는 “이들의 요구엔 들어봐야 할 부분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조선일보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유총의 주장을 들어야 하는데 듣지 않고 있는 정부가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사실 조중동을 비롯한 상당수 언론이 이번 사태를 ‘정부 vs 한유총’간의 갈등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드러난 현상만 보도하는 것일 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악화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짚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3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서울 용산구 한유총에서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회 책임론’ 정확히 ‘자유한국당 비판’을 희석시키는 조중동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상하리만치 ‘국회 책임론’ 더 정확히 말해 ‘자유한국당 책임론’을 지적하는 언론 찾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사립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처리가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늦어졌나요? 자유한국당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겨레가 3면에서 지적한 내용이지만 “자유한국당은 국가지원금과 학부모부담금의 ‘회계 분리’를 주장하고, 학부모부담금의 교육 목적 외 사용에 대한 형사처벌을 끝까지 반대”했습니다. 한겨레 보도 내용 잠깐 인용합니다. 

“국회 교육위에서 합의 처리가 어려워지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12월27일, 교육위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유치원 3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당시 두 당은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에 대한 처벌 수위를 바른미래당 중재안인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낮췄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교육위)에서 180일이 경과된 뒤 법사위로 자동으로 넘어간다. 180일 이전에라도 여야가 심사를 마치면 법사위로 즉각 넘길 수 있지만, 교육위 심사는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사립유치원의 자금 전용에 대한 형사처벌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한 탓이다. 법 통과가 늦어지자 정부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원아 200명 이상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회계관리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했고, 한유총은 ‘개학 연기’ 방침으로 맞서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현재의 사태가 초래된 일차적 원인은 국회의 직무유기, 더 정확히 말해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가장 큽니다.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야 하는 언론이라면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런 언론’ 찾기가 어렵습니다. 한겨레가 오늘자 사설에 지적했듯이 이미 “한유총은 2016년과 2017년에도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 휴원’ 방침을 밝혔다가 정부가 유화책을 내놓자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아마 민주노총이 이랬다면 조선일보 사설은 오늘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참고로 오늘(4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사설 일부분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긴급 돌봄체제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보육대란이 현실화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개학연기를 주도한 한유총 지도부는 물론 참여한 유치원 모두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한유총은 교육단체로서의 위상을 누릴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경향신문 사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아이들과 학부모를 볼모로 삼아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스스로 교육기관임을 포기한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 이번만큼은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해 더이상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 집단행동을 하는 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회도 유치원 3법 처리를 더이상 미루지 말고 3월 국회가 열리면 신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사설) 

   
▲ 한유총이 기자회견을 통해 개학연기 및 폐원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수지 사립유치원 학부모 비대위 회원들이 개학연기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용인교육시민포럼 제공, 뉴시스>
   
▲ 유치원 새 학기 개학 첫 날인 4일 광주 광산구 한 유치원에서 원생들이 등원하고 있다. 정부의 유치원 3법과 에듀파인 의무 도입에 반발하며 무기한 개학 연기 방침을 밝혔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광주지부는 지난 3일 개학 연기를 철회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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