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읽기] 김정은 위원장 베트남 도착 당일 조선이 1면에서 주목한 사안은?
<김한솔 보호단체 “이번주 중대발표”>
오늘자(26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후 그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단체 ‘천리마 민방위’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에 중대한 발표가 있겠다’고 예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늘(26일) 오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뒤 본격적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일정은 상당수 언론이 예상한 부분입니다.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 상당수가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1면에 배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베느탐 도착하는 당일, 조선일보가 1면에서 주목한 사안은 남달랐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전혀 다른 사안’을 주목했습니다. 어제(25일) 많은 지면을 할애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향해 ‘몽니’를 부리더니 ‘몽니 지면배치’는 오늘(26일)도 계속됩니다.
☞ 관련기사 : 조선일보의 노골적인 ‘하노이 회담’ 태클 걸기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할 수는 있지만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조선일보는 매우 ‘독자적인 편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1면 기사 헤드라인을 정리했습니다.
<청 “북·미, 양자 종전선언 가능”> (경향신문 1면)
<김정은·트럼프 26일 하노이 입성… ‘核딜’ 카운트다운> (국민일보 1면)
<文대통령 “평화·번영 우리 손으로… 新한반도 체제 주도”> (국민일보 1면)
<김정은-트럼프 26일 하노이 입성, 27일 만찬> (동아일보 1면)
<‘북미 종전선언’ 하노이 합의 보인다> (서울신문 1면)
<文 “신한반도체제 준비”… ‘北개방’ 주도권 잡기> (세계일보 1면)
<북·미 종전선언 검토…영변 사찰 막판 진통> (중앙일보 1면)
<판문점서 시작한 평화 여정, 그리고 ‘하노이의 봄’> (한겨레 1면)
<문 대통령 “역사의 변방 아닌 중심에서 신한반도 체제 준비”> (한겨레 1면)
<트럼프 “김정은 핵 가지면 기회 놓쳐” 압박화법 다시 꺼내> (한국일보 1면)
<문 대통령 후속 구상 “신한반도체제 주도적으로 준비”> (한국일보 1면)
방점과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사안을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무엇에 방점을 찍었을까요? 제목만 추려봤습니다.
<20대 “아버지만큼 될 자신이 없어요”> (조선일보 1면)
<정부가 아동수당 주고 지자체는 또 아기수당> (조선일보 1면)
<김한솔 보호단체 "이번주 중대발표">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오늘 1면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그린 태극기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렇게 조선은 ‘북미정상회담’ 기사를 1면에서 밀어냈습니다. 조선일보가 1면에서 유일하게 주목한 사안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목은 <하노이 核담판 시작도 안했는데… “北개방 때 주도권 잃지 말아야”>입니다.
어제도 저는 7개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에 태클을 거는 듯한 조선일보의 지면배치를 비판했습니다. 그냥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로밖엔 달리 해석이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때문에 중국인들이 부글부글?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기사인가
그런데 오늘도 비슷한 지면 배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26일) 4면에 <시속 67㎞ 느릿느릿 김정은 열차에… 중국인들 부글부글>이라는 기사도 실었는데 뭐라 그럴까요. 찌질함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선 ‘우한 운행중지(停運)’ ‘정저우 도로통제(封路)’ 같은 말들이 핫이슈로 떠오르며,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24일 자정쯤 열차가 통과한 정저우(鄭州)에선 ‘이 늦은 밤에 대체 왜 도로를 통제해 집에도 못 가게 하느냐’는 글들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곳곳에서 운행 정지가 벌어지고 있다’며 ‘세계의 악인(김정은을 지칭)이 강대한 중국 땅 위를 기어다니고 있다’고 했다. ‘13억이 한 명을 위해 길을 내주고 있다’는 글도 확산됐다. 이 글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조선일보는 ‘사라진 글들’을 어떻게 확인하고 기사화했는지 모르지만 굳이 이런 기사를 써야 했을까 – 이런 의문이 듭니다. 조선일보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차원이라면 이해가 갑니다만 그게 ‘저널리즘 원칙’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태클’도 적당히 걸어야 하는 법입니다. 정도가 심하면 역풍 맞습니다. 내일(27일) <조선의 ‘하노이 회담’ 태클걸기 세 번째> 기사를 쓰지 않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