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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수의 ‘퇴행’과 보수언론의 침묵[신문읽기] 한국 보수의 퇴행에는 보수언론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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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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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6  10:43:27
수정 2019.02.16  1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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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 호남권 합동연설회를 끝낸 당 대표 후보자 및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제1야당의 급속한 퇴행도 문제지만, 더 위험한 징후는 의원들의 ‘침묵’이다.” 

오늘자(16일) 한겨레가 2면에서 보도한 <자유한국당은 ‘복원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가운데 일부입니다. 한겨레는 “지난 8일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의 망언이 알려진 뒤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이는 장제원(재선), 김무성(6선) 의원 둘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한겨레의 지적이 흥미롭습니다. “의원들은 뒤에서 불만만 털어놓을 뿐 공개적인 발언을 꺼린다. 혼자 ‘쓴소리’를 해봐야 개인만 내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자유한국당의 ‘퇴행적 행태’ … 보수언론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한겨레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자유한국당이 구조적인 측면에서 ‘쓴소리’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말 원내대표 선거 당시 비박계 김학용 의원이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나경원 의원에게 더블스코어로 참패”한 이후 이른바 ‘개혁 보수’를 외치는 목소리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당의 현실은 반동과 퇴행”이라는 한겨레의 지적처럼 요즘 자유한국당에서 보수의 혁신과 쇄신이라는 말을 찾아보기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5.18 망언’ 파문으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과 달리 여론시장에서 보수언론의 영향력이 상당히 하락하긴 했지만 자유한국당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보수언론이 현재 자유한국당의 퇴행적 행태를 강력 비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보수언론이 비판한다고 자유한국당이 바로 영향을 받거나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5.18망언’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보수혁신과 개혁’의 목소리를 낸다면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도 지금과 같은 ‘일방통행식 발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사설에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강력 비판한 동아일보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어제와 오늘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은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신문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 역풍을 다른 언론에 비해 작게 취급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16일) 동아일보는 사설 <미래를 얘기해도 시원찮을 판에 거꾸로 달리는 한국당 全大>에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과거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2·27 전당대회 레이스의 막이 올랐지만 당의 미래 비전을 내건 치열한 경쟁 대신 오직 표만 노린 실망스러운 장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해묵은 박근혜 프레임을 둘러싼 공방이 재연되면서 보수의 핵심가치에 대한 토론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 보수의 핵심가치를 놓고 쇄신과 혁신의 비전 경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전당대회 효과’는커녕 한국당의 미래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마저 접는 국민만 늘어날 것이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특히 동아일보는 김진태 후보를 겨냥해 “5·18 모독 발언 이후 연설회 현장에선 강경우파 성향 지지자들에게서 더 뜨거운 지지를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김 후보 등 3명에 대한 지도부의 어설픈 징계로 다시 한번 당의 쇄신 노력은 훼손됐고, 중도 성향 지지층은 등을 돌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저는 보수의 가치를 걱정하는 보수언론이라면 최근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에게 ‘이 정도 쓴소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오늘자(16일) 동아일보 사설과 같은 목소리는 앞으로도 계속 나와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중앙일보 “이념만 있고 대안은 없는 한국당 연설회”

중앙일보도 어제(15일) 사설에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비판했습니다. 사실 중앙일보는 ‘5.18 망언’과 관련해 역풍이 불 때 기사 자체를 지면에 게재하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어제(15일) <‘이념’만 있고 ‘대안’은 없었던 한국당 연설회>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한국당을 비판했습니다. 일부분 인용합니다. 

“최근 ‘5·18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진태) 후보는 아예 이런 주제엔 관심이 없었다. 그는 1160자 분량의 짧은 즉석연설에서 시종 ‘우파’와 ‘보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나는 행동하는 ‘우파 보수’의 아이콘이며, 내가 대표가 되는 것이 확실한 ‘우파 정당’이 되는 것이고, 애국세력(태극기세력) 등과 손잡는 것이 진정한 ‘보수 우파’ 통합‘이라는 요지의 연설이었다. 황(교안)후보도 이념형을 뛰어넘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유 우파’란 표현을 세 번씩이나 쓰면서 보수 통합 모델인 ‘빅텐트론’을 키워드로 삼았다. 오(세훈) 후보는 ‘두 사람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생각나고, 박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화두가 된다면 필패’라면서 오히려 ‘박근혜’를 전대로 불러왔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는 “먹고사는 문제나 국가적 과제에 대한 실용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보다 이념대결 구도에만 골몰하다 보면 ‘5·18 망언’ 파문 같은 돌출사건이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자유한국당이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5.18 망언’에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와 TV토론에 이르기까지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태도는 상당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상승추세를 보이던 지지율이 ‘5.18망언’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 현재 자유한국당에 대한 여론이 어떤 지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동아·중앙일보의 ‘이런 질타’는 상당히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중앙·동아일보는 나은 편입니다. 조선일보는 조중동 가운데 최근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데 가장 소극적입니다. 

자유한국당 비판에 가장 소극적인 조선일보…사설 보다 칼럼 선호? 

제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것보다 이번 주 조선일보가 ‘어떤 사설’을 게재했는지 리스트를 ‘주욱’ 보여드리는 것으로 ‘할 말’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가장 뜨거운 핫이슈였던 ‘5.18 망언’을 조선일보가 대하는 방식 – 이 리스트를 보시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겁니다. 

<‘타당성’ 통과 사업도 적자 숱한데 조사 자체를 안 한다니> (2월11일) 
<국민 노후자금으로 기업 손본다면서 꼼수까지 쓰나> (2월11일)
<한파주의보 속 도서관 난방 끊은 민노총 서울대 노조> (2월11일)

<‘규제 샌드박스’ 1호 선정, 한국 경제 활로 되길> (2월12일)
<점입가경 한국당> (2월12일) 
<집값 전셋값 더 내려야 하지만 거래 숨통은 터줘야> (2월12일) 

<‘가짜 비핵화’ 걱정하는 국민이 ‘적대 계속’ 바라는 세력이라니> (2월13일)
<‘내 편’에 폭력 면허 내주려는 특별사면> 
<꽁초 줍고 전깃불 끄는 ‘세금 일자리’로 고용 참사 못 막는다> (2월13일) 

<54조 쓰고도 19년 만의 최악 실업, 정부 대책은 또 ‘세금’> (2월14일)
<美 정보 수장 이어 군 사령관도 “北 완전 핵 포기 안 할 것”> (2월14일) 
<위기의 현대차, 빌딩 짓는 데 4조원 쓸 때인가> (2월14일) 

<30·40대 일자리 감소 29만명, 경제 주력 무너진다는 뜻> (2월15일) 
<내년 선거에 벌써 올인한 文 정부의 사이비 국정> (2월15일) 
<美 의원은 ‘한국 안보’ 걱정, 韓 의원들은 북한 대변> (2월15일) 

<표 주면 공항 준다는 나라, 보름 새 공항 3개가 뚝딱> (2월16일)
<권력기관 개혁은 대통령이 忠犬 검경의 인사권 버리면 된다> (2월16일)
<“韓 은행 기업 제재 대상 될 수도” 美 의원 경고 흘려듣지 말아야> (2월16일) 

2월12일자 사설이 유일합니다. 이번 주 가장 핫한 이슈를 조선일보가 얼마나 외면했는지가 정확히 드러납니다. 물론 조선일보는 사설 말고 ‘데스크 칼럼’(최승현 기자)과 ‘윤창중 칼럼’ 등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을 비판하긴 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망언 이후’에 벌어진 자유한국당의 대처 방식입니다. 

한국 보수의 퇴행에는 보수언론의 책임이 크다 

일부 후보는 여전히 ‘망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고,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와 TV토론에서 보여준 후보들의 모습은 여전히 ‘퇴행적’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오히려 이런 모습들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정부 비판’과 ‘대북 비판’에 할애하는 지면의 1/4이라도 조선일보가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자유한국당이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 보수의 ‘퇴행’에 보수언론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입니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열린 '5·18 망언 비호하는 자유한국당 해체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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