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조중동은 ‘반노동·친기업’ 언론인 겁니다

[신문읽기]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은 ‘사건 기사’가 아닙니다

▲ 20일 오후 5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가 컨베이어밸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후 사고현장에 피가 떨어져 있다.<사진=민주노총 세종 충남본부 제공, 뉴시스>
▲ 20일 오후 5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가 컨베이어밸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후 사고현장에 피가 떨어져 있다.<사진=민주노총 세종 충남본부 제공, 뉴시스>

“20일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이아무개(51)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공장’으로 불린다. 이 공장에서만 지난 12년 사이 35명의 노동자가 각종 사고로 숨졌다.” 

오늘자(22일) 한겨레 8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 부분은 언론과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이번에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 이면에 구조적인 원인이 있고,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선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데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점이 많아 ‘김용균법’ 통과 이후에도 여전히 바뀐 것은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언론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을 사건 사고가 아니라 ‘기획·분석’ 기사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 단순 ‘사건 기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어제(21일) ‘사건 사고’ 형식으로 간단히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이후 오늘자(22일) 지면에선 철저히 침묵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왜 비슷한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지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지 △외주업체 노동자가 안전조치에서 차별받지는 않았는지 등 ‘점검하고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일회성 ‘사건 사고’ 기사로 보도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많은 언론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오늘자(22일) 지면에서 비중을 실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설을 실은 곳도 있습니다. 제목만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용균 사고 때처럼 컨베이어벨트 멈추는 풀코드선 늘어져 있어”>(경향신문 14면) 
<또 외주업체 노동자 사망, 또 컨베이어벨트라니> (경향신문 사설) 
<10년간 30여명...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어쩌다 ‘죽음의 공장’이 됐나> (국민일보 20면)
<김용균법 비웃은 현대제철 사망 사고> (국민일보 사설)
<동굴 같은 곳에 분진 자욱… 매년 참사에도 안전 장치마저 부실> (서울신문 9면)
<13년동안 36명 사망사고… “드러난 사고는 빙산의 일각”> (서울신문 9면)
<경찰, 참고인 조사 등 수사 착수… 노동청, 작업중지 명령> (서울신문 9면) 
<12년 새 사망 35명 중 29명 하청…현대제철은 왜 외주노동자 ‘무덤’됐나> (한겨레 8면)
<12년 새 35명 사망, ‘노동자 안전’ 이렇게 둔감할 수가> (한겨레 사설)
<사고 끊이지 않는 당진 현대제철> (한국일보 16면)
<‘김용균법’ 만들어도 반복되는 비정규직 외주노동자 죽음> (한국일보 사설)

한겨레가 오늘자 사설에서 지적한 내용 즉 “현대제철의 잇단 사고 사례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수차례 이뤄졌어도 실제 현장의 위험사항을 밝혀내고 개선하는 구실을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는 부분을 언론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정부와 관계부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죽음의 행렬’을 막으려면 기업들의 안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수적인데 결국 이런 역할을 언론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20일 오후 5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가 컨베이어밸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후 현대제철 당진공장 앞에 '10대 핵심안전수칙 준수'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20일 오후 5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가 컨베이어밸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후 현대제철 당진공장 앞에 '10대 핵심안전수칙 준수'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중동 지면에서 사라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컨베이어벨트 사고 

하지만 이른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은 오늘자(22일) 지면에 ‘현대제철 당진공장’이라는 키워드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이들 신문은 어제 ‘단순 사건사고’ 정도로 보도하고 끝입니다. 저는 이들 신문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오늘(22일) 지면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그냥 사회면에 실리는 많은 ‘기사’ 가운데 하나였을 뿐입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서 컨베이어 벨트 사고> (조선일보 2월21일자 12면) 
<컨베이어벨트 보수작업하다…외주업체 직원 또 사망> (중앙일보 2월21일자 2면)
<또 컨베이어벨트 끼여 협력사 비정규직 숨져> (동아일보 2월21일자 12면) 

조중동이 어제와 오늘 보도한 ‘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는 ‘3건’이 전부입니다. ‘단순 사건 사고성’ 기사이고, 조선일보는 단신에 가깝습니다. 

왜 이런 죽음이 반복되는지, 2007년부터 10년간 32명이 사망했는데도 왜 개선이 안 되는지, 고용노동부의 집중적인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는 데도 왜 여전히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리는지. 조중동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하위 800만 가구 소득 충격적 감소, 민생 비상사태다>라는 사설을 싣고, 동아일보가 <일자리 감소로 더 심해진 소득 양극화… 방치하면 사회기반 흔들린다>라는 사설에서 소득양극화를 우려해도 이들의 진정성을 믿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들 사설은 표면적으로는 ‘소득불평등 개선’ ‘소득양극화 우려’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행간을 보면 ‘문재인 정부 공격’ ‘소득주도성장 비난’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중동이 정말로 ‘서민을 위한 언론’이라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의 반복되는 죽음’을 주목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조중동은,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필요가 있을 때 ‘서민 문제’를 주목합니다. 그것도 해석과 분석에 따라 다르게 볼 여지가 많은 사안, 이를 테면 통계와 관련한 사안을 일방적인 기준으로 비난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그래서 조중동을 ‘반노동·친기업’ 언론이라고 봅니다. 조중동 지면에서 사라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컨베이어벨트 사고-이것이 조중동의 ‘민낯’이라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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