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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압박’ 논란이 민주노총에서 벌어졌다면[신문읽기] 민주노총은 말만 해도 ‘협박’…한유총엔 관대한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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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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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3  08:35:29
수정 2018.12.03  0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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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민주노총, 대놓고 靑 협박 “文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중앙일보가 11월16일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당시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자 100인 공동투쟁단이 4박 5일의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11월 31일 면담요청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청와대에 쳐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중앙일보는 제목에서 ‘민주노총이 청와대를 협박했다’고 뽑았습니다. 

<“산입범위 손대면 낙선운동 하겠다”…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협박’>

지난 5월21일 한국경제가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민주노총이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의를 중단하지 않으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자 한국경제는 이를 ‘최저임금 협박’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말만 해도 ‘협박’ … 한유총에서 압박 논란 불거져도 ‘모른 척’

중앙일보와 한국경제가 이토록 ‘민감한’ 인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집회에서 나오는 구호를 ‘협박’으로 인식하고, 노동단체의 낙선운동 권리마저 ‘협박’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인권 감수성(?)이 예민한지 몰랐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인권 감수성’은 반쪽 자리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은 말만 해도 ‘협박’이라는 제목을 뽑으며 압박을 하더니 실제 협박에 가까운 ‘압박’이 벌어졌는데도 ‘모른 척’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한유총 비대위) 얘기입니다. 오늘(3일) 한겨레를 비롯한 일부 신문보도와 어제(2일) 방송뉴스 등에 따르면 한유총 비대위가 사립유치원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요구하는 ‘온건파’를 상대로 압박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일부 언론의 보도를 인용합니다. 

“‘박용진 3법이 수정 없이 통과할 경우 폐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내자며 박(영란) 지회장 등 서울지회 집행부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지회장은 이 자리를 피하려다가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원장들은 ‘왜 지회장이 자리를 뜨느냐’는 식으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 지회장은 현재 영등포구 한 병원의 1인실에 입원한 상태다. 또 경찰에 신변보호를 직접 요청했다.” (2018년 12월3일 경향신문 13면)

“(한유총) 강경파 쪽은 이날 사무실에서 박영란 지회장에게 ‘유치원 3법 통과시 유치원 폐원과 (국가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 거부에 동의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박 회장이 충돌을 피해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이들은 박 회장을 포함한 서울지회 집행부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곧바로 119 구급차에 실려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 이들은 박 회장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서울지회 부회장 등을 사무실에 가둬두고 자신들이 작성한 성명서를 발표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 2018년 12월3일자 9면) 

“한유총 중앙비대위원을 비롯한 강경파 15명이 한유총 서울지회 사무실을 찾아와 집단 폐원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습니다. 박(영란) 지회장은 강한 항의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갑자기 쓰러져 119 호송차를 통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뒤에도 경찰에 신변보호까지 요청했습니다. 유치원 원장 10여명이 지속적으로 항의 문자를 보내면서 찾아오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었던 강경파 임원들은 신체적 접촉은 전혀 없었고, 박 지회장이 자리를 뜨던 도중 갑자기 혼자 넘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18년 12월2일)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한유총과 정부 갈등 프레임 강조한 조선…학부모 불안 확산시키는 중앙일보

한유총 비대위가 실제 폭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아직 단정해서 언급할 부분이 아닙니다. 박영란 서울지회장이 일부 강경파 회원들의 항의를 받고 쓰러져 입원은 했지만 폭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유총에서는 이견은 있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한유총 일부 강경파들이 합리적 해결을 요구하는 유치원장들을 압박하는 ‘정황’은 계속해서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오늘자(3일)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을 잠깐 볼까요? 

“이날 실력행사에 나섰던 김아무개 ㅇ유치원장은 한유총 비대위의 조직적 저항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에도 비대위 태도에 문제제기를 한 온건파 유치원장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유총 강경파들은 유치원장들이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합리적 해결을 요구하는 유치원장들을 ‘적폐’로 몰아부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유총 강경파 쪽은 ‘유치원 3법 반대’ 여론을 확산하기 위한 ‘댓글 작업’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저는 적어도 민주노총 집회에서 나오는 구호를 ‘협박’으로 인식하고, 노동단체의 낙선운동 권리마저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언론이라면 ‘이런 정도’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유총 협박 논란’ 혹은 ‘압박 논란’ 정도로 보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일관성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말이죠. 

하지만 오늘자(3일) 조선·중앙일보엔 ‘한유총 비판’ 기사는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 14면에서 <‘유치원 법’ 오늘 국회 심의… 일촉즉발 정부·한유총>이란 기사를 실었고, 중앙일보는 <“국공립 유치원 40%로 땐 사립 1020곳 문 닫는다”>라는 기사를 8면에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학부모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확대도 문제”라는 내용과 함께 말이죠.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압박이란 단어 대신 ‘항의’라고 보도한 동아일보 … 만약 민주노총이 그랬다면?

그나마 동아일보가 오늘자(3일) 12면에서 <‘폐원엔 반대’ 한유총 서울지회장, 강경파 항의 받다가 쓰러져 입원>이란 제목으로 ‘짧게’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제목과 기사에 ‘항의’라는 단어만 사용했습니다. 압박이란 단어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드라이하게’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차원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동아일보가 지금까지 그런 표현을 사용했느냐에 대해선 솔직히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비록 정정기사를 내고 사과하긴 했지만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판결 ‘재판 거래’ 의혹을 묻기 위해 박보영 전남 여수시법원 판사를 찾아갔을 때 “박 판사가 시위대에 밀려 넘어졌다”는 제목으로 보도한 곳이 동아일보이기 때문입니다. 

당시(9월11일자 12면) 동아일보는 “현장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박 전 대법관이 인파에 휩쓸려 넘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이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원들은 법원 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보도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아! 물론 아예 보도하지 않은 조선·중앙일보보다는 ‘단신’으로라도 보도한 동아일보가 훨씬 낫습니다. 하지만 만약 민주노총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어도 조선·중앙일보가 침묵하고 동아일보가 단신을 보도했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민주노총은 말만 해도 ‘협박’이라더니 언론은 한유총엔 왜 이리 관대한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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