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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지면엔 ‘위험의 외주화’가 없다[신문읽기] 조선일보에 영향 받았나…오늘은 동아일보가 ‘이석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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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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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7  08:33:08
수정 2018.11.27  08: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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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배후엔 ‘위험의 외주화’ 있었다> 

오늘자(27일) 서울신문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국가 재난에 준하는 ‘통신 대란’을 일으킨 서울 KT 아현지사(국사) 화재, 충북 오송역 KTX 단전 사고,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 등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배후로 ‘위험의 외주화’가 지목된다”는 내용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인원을 줄이고 시설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비정규직 직원에게만 떠넘긴 것이 안전사고의 ‘불씨’를 제공했다”면서 “국가 중요 산업의 무분별한 민영화와 자회사를 세워 돈이 되지 않는 안전 업무를 넘기는 것이 ‘위험의 외주화’의 대표 경로”라고 강조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서울신문 홈페이지 캡처>

많은 언론이 ‘위험의 외주화’를 주목할 때 조선과 동아는 ‘테러’를 떠올린다

사실 어제(26일) 정치권에서도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이번 사고는 KT가 최근 통신지사 효율화를 통해 D급 시설인 아현지사에 많은 회선을 집중시켜 벌어졌다”고 언급한 겁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번 화재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KT의 ‘효율 지상주의’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 대응이 주목됩니다.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KT전국민주동지회가 지난 25일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26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KT 민영화 이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초연결사회’로 진입한 IT시대에 통신사업의 공공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IT환경은 공공성은 외면한 채 수익 극대화에만 매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는 이런 점을 외면한 채 일반 기업처럼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몰입할 경우 얼마나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T가 민영화 이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국가신경망인 케이블 관리를 하청업체에 넘겼다”고 한 발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IT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과 ‘민영화’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적지 않은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위험의 외주화’를 주목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겨레는 오늘 1면 <불난 아현지사에 KT소속 관리자 없어… ‘공공성 역주행'이 부른 통신대란>에서 “화재 발생이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어진 통신대란 사태는 공공성보다 수익성과 효율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경영을 하다가 불렀다”는 KT 직원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 역시 오늘 4면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석채·황창규 전·현 회장 체제에서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몰두하다 안전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정부와 정치권 반응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영향 받았나 … 동아일보 지면 여기저기에서 ‘이석기 내란음모’ 거론 

하지만 조중동 지면엔 ‘위험의 외주화’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어제(26일) ‘KT 통신대란’에서 이석기 내란선동(?)을 언급한 조선일보에 영향을 받아서였을까요? 오늘(27일)은 동아일보가 나섰습니다. 

오늘 동아일보 1면 제목은 <A급 국가통신시설 진입, 아무도 막지 않았다>인데요, 동아일보 취재진이 주말인 지난 25일 오후 8시 보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보안시설인 혜화타워를 방문한 ‘취재 경험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아는 3면과 사설에서도 관련 내용을 비중있게 실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재밌는 건, 지면 여기저기에서 ‘이석기 내란선동(?)’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입니다. 

“만약 혜화타워가 화재나 테러 피해를 입는다면 대한민국의 통신이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혜화타워는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이 확정돼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한 2013년 모임에서 공격 대상으로 거론됐다.”(1면) 

“만에 하나 혜화타워에 외부인이 들어가 불을 내거나 테러를 저지른다면 KT 아현지사 화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실제 2013년 5월 서울의 한 종교시설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모임에서는 한 참석자가 ‘통신의 경우 가장 큰 곳이 혜화국이다. 몇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3면) 

“내란 선동 혐의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2013년 경기동부연합 조직원 모임에서 공격할 시설 중 하나로 KT혜화타워를 들었다. 당시 녹취록에는 ‘혜화국의 경비가 엄하지 않다’는 정탐보고까지 나와 있다. KT는 이석기 사태 이후 혜화타워의 보안 태세를 강화했다고 했으나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사설) 

물론 통신망이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대비를 갖춰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조중동이 그렇게 강조하는, 이른바 테러세력이 이런 상황을 고의적으로 발생하게 한다면 대한민국은 혼란 그 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통신업계가 안전·비상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봤을 땐 이번 화재사건 근본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공성 역주행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 없이 ‘테러’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정치공세로 보입니다. 

‘화재에 따른 통신대란’마저 ‘색깔론’으로 접근해 ‘안보’와 연결시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용도로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화재에 따른 통신대란’마저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조선·동아 

오늘 한겨레가 지적한 것처럼 이번 화재 사고는 “통신망과 관리의 효율성을 최우선에 두다 보니 지사·지점 등을 통폐합하는 등 비용이 수반하는 안전 중심의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과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측면이 더 커 보입니다. 

저는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이런 효율성 최우선주의에 대해 성찰을 주문하는 게 온당한 태도라고 보는데 조중동 지면을 보면 한쪽에선 ‘테러’를, 다른 쪽에선 ‘자영업자 피해 막심’만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 피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위험의 외주화’ 문제나 장애인, 독거 노인의 피해 역시 중요합니다. 문제는 조중동 지면엔 전자만 있고 후자는 거의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요즘 조중동 지면을 보며 ‘점점 위험하다’고 느끼는 게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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