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태우 발언’ 받아쓰던 언론이 답해야 한다

[신문읽기] 조선일보가 ‘김태우 비위 의혹’을 보도하는 방법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이 사건을 다루는 일부 언론과 야당의 태도를 지적해두고자 한다. 개인 비위가 적발되는 등 제보자가 특수한 상황에서 제보할 경우 통상의 경우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 일부 보수 언론이 김(태우)씨 주장을 받아쓰기하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을 넘어 추가적인 사실확인 노력을 충분히 기울였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늘자(28일) 한겨레 사설 <‘비위’로 오염된 폭로, ‘정략’ 빼고 ‘진실’ 우선해야> 가운데 일부입니다. 

고발뉴스는 이미 <김태우 수사관은 공익제보자일까?>에서 “그는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며 자신의 비위 의혹으로 감찰까지 받게 되자 그동안 자신이 수집해온 첩보를 사실인 양 폭로하는 사람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 관련기사 : 김태우 수사관은 공익제보자일까?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비위 의혹자’ 김태우 발언, 충실히 보도하던 언론들 어디로 갔나 

저는 대검찰청이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중징계인 해임을 청구한 시점에서 이젠 조선·중앙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이 ‘이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이들 신문은 지금까지 김태우 수사관이 폭로하는 주장을 여과 없이 사실상 그대로 받아썼고, 그를 ‘공익제보자’로 대접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검찰청 감찰 결과에서 확인된 내용이지만 김태우 수사관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골프 접대를 받고 지인 사건 수사에 개입을 시도한 혐의 등을 받는 ‘비위 의혹자’에 더 방점이 찍힙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위 의혹자’의 발언이나 폭로를 언론이 팩트체크 없이 ‘그냥 인용해서 보도’했다면? 저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일보가 오늘자(28일)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대검 감찰을 통해 김태우 수사관의 행태가 양심적 내부 고발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고위공직자 비리와 부패 감찰 권한을 악용해 사익을 취한 전형적인 권력형 범죄라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조선·중앙일보가 입장을 밝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오늘자 이들 신문 지면엔 ‘이런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오늘 3면에서 <김태우가 작년 ‘특감반 근무’ 청탁했다는데… 대검, 靑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조사 안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의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검 감찰 결과에 대한 김태우 수사관의 반론도 충실히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기본적으로 대검 감찰본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 ‘발표내용’을 기본적으로 보도하고 ‘이상한 점’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게 언론 보도의 정석입니다. 

최소한 동아일보가 오늘 5면에서 보도한 <“김태우, 건설업자에 靑특감반 근무 청탁”… 대검, 해임 요청>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나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제목에 ‘대검 해임요청’이나 ‘골프 접대·사건 개입 시도’와 같은 단어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김태우 수사관의 ‘인사청탁’이 청와대 어디까지 전달됐는지에 대해선 검찰이 조사를 안 했다는 걸 문제 삼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중앙일보는 ‘김태우 발언’ 얼마나 팩트체크 했는지 입장 밝혀야 

물론 이번 감찰에서 드러난 김 수사관의 특감반 파견 인사청탁 경위는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해야 하는 건, ‘인사청탁자’ ‘골프 접대’ ‘사건 개입 시도’를 저지른 의혹 당사자가 김태우 수사관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김태우씨 인사청탁 의혹을 비롯해 각종 비위 의혹의 당사자 ‘입’에 상당한 비중을 실어 지금까지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해온 매체 가운데 하나가 조선일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대검 감찰결과 그런 의혹의 상당수가 사실로 밝혀진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비위 의혹자’의 폭로나 발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인사청탁이 청와대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쪽에 방점을 찍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최소한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비위 의혹 당사자의 폭로내용이 사실’인지 그리고 제대로 팩트체크를 했는지 입장을 밝히는 게 온당한 태도 아닌가요.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김태우씨 주장을 받아쓰기하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을 넘어 추가적인 사실확인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김태우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던 언론이 답을 해야 합니다. 개인 비위가 적발된 특수한 제보자의 제보를 얼마나 확인하려 노력했는지 독자들에게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비위 의혹자’의 무책임한 폭로를 그대로 전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테니까요. 

“미국 법원이 제보자가 처한 상황과 신뢰도 등을 세심하게 검토하지 않고 진실 확인 의무를 ‘무모하게 무시’한 경우 언론의 ‘현실적 악의’가 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늘자 한겨레 사설의 이 부분을 조선·중앙일보 기자들이 곱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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