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심판 “문제없다”…김원찬 감독 “경기종료후 상대선수 고개 푹숙여”
최근 여자 아마추어 복싱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우승한 배우 이시영 선수가 ‘편파판정’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과 인터넷 상에서는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들이 이어졌지만 이 씨의 소속팀 측과 당시 주심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선수는 24일 충북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여자 48kg급 결승전에서 김다솜 선수(수원 태풍체육관)을 22-20으로 꺾고 ‘태극마크’를 따냈다. 이날 경기에서 이 선수는 김 선수를 맞아 1, 2라운드까지 고전했지만 결국 2점차의 판정승을 일궈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자 이 선수의 옛 스승인 홍수환 씨는 “(이)시영이는 내가 키운 제자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며 “어린아이(김다솜)한테 이게 뭐하는 짓이야. 자꾸 이러니까 복싱 팬 다떨어지는거야. 이러는게 시영이한테도 도움이 안돼”라고 말했다는 것. 아울러 홍 씨는 “누가봐도 (시영이가) 진 경기”라고 했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이 기자는 기사에서 “왜 이런 판정이 나왔을까. 복싱 흥행 때문이다. 얼굴 예쁜 여배우가 복싱을 잘해서 국가대표까지 됐다는 영화같은 얘기. 바닥에 떨어진 복싱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있을까”라며 “이날 이시영의 경기를 지상파 방송사가 생중계한 것만 봐도 이시영은 틀림없는 흥행요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수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편파판정 논란’에 가세했다. 변 대표는 25일 자신의 트위터(@pyein2)에 “이시영의 편파 판정 논란이 있나 보군요. 프로복싱과 달리 아마복싱은 타격수를 정확히 계산하는 채점인데도, 편파판정이라면 심각한 사태죠”라는 글을 올리며 <동아일보>의 해당 기사를 링크했다.
이어 변 대표는 “이시영, 김다솜 경기 봤습니다. 이시영의 솜방망이를 22점으로 채점했다면, 김다솜은 최소 50점 정도 채점해야하는 수준의 어이없는 편파판정입니다. 이제 권투까지도 얼굴 예쁘다고 점수 몰아주는 미친 나라가 되었군요”라는 글을 남겼다.
변 대표는 “이시영이 태극마크 반납하는 거 쉽지 않은게, 이미 인천시청으로 협찬을 받지 않습니까. 송영길의 인천시청에선 무조건 이시영 국가대표 만들어 아시안게임 흥행 카드로 써먹어야 돼요. 탐욕스런 권력자들이 배우와 권투선수들 농락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선수가 속한 인천시청 복싱팀의 김원찬 감독은 이날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선수들은 더 잘안다. 마지막에 (경기가 끝나고) 손이 올라갈 때 김 선수는 고개를 푹 숙였고 끝나고 나서 (이 선수가 상대 선수가 속한) 체육관 관장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관장님도 잘했다고 박수를 쳐줬다”며 “(상대) 코너에 인사할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가 끝나고) 30분 뒤에 이시영 선수가 기자회견을 했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기자가 한명도 없었다”며 “어제 기자들이 그런 것(편파판정)에 대해 질문했으면 답변을 해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 선수는 포인트 위주로 (경기운영방향을) 간 것이고 그 사람(김다솜 선수)은 밀고만 들어왔지 유효타를 발휘못했다”며 “왜 오픈블로에 주의를 주겠나. 오픈(블로)으로 치면 반칙이다. 손바닥으로 때리니까 그 선수(김다솜)가 주의를 받았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경기의 주심을 맡았던 조종득 대천체육관 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인이 보기에는 인파이팅을 한 김다솜 선수가 이겼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마추어 복싱에서 공격성은 점수를 주는 기준이 아니”라며 “아마추어 복싱과 프로복싱을 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에 (편파판정 논란이)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관장은 “김다솜의 오픈블로가 많아 계속 주의를 줬다”며 “규정상 3번째 주의에서 경고를 줬어야 하는데 김다솜이 규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았고 (이시영이 유명 배우라는) 여론을 고려해 내 재량으로 경고를 주지않고 있다가 4번째에서야 경고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조 관장은 “이시영이 몰리는 경기였지만 그것은 채점 기준이 아니”라며 “유효타는 오히려 이시영이 많았고 이시영이 맞은 펀치의 상당수는 오픈블로 반칙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또다른 기사를 통해 “수원 태풍무에타이체육관은 ‘편파 판정으로 태극마크를 빼앗겼다’며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에 정식으로 항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태풍체육관은 김다솜 선수가 소속된 곳이다.
아울러 <연합뉴스>는 이 체육관의 최락환 관장이 “오픈블로 경고를 받았는데 대부분 정확히 펀치가 들어갔다. 유효타도 더 많이 때렸는데 판정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스포츠조선>은 “이시영에게 미안하다.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나. 더이상 문제삼고 싶지 않다. 연맹에 항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 관장의 말을 전했다. 최 관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한건 있다. 머리가 아프다. 더 이상 문제삼고 싶지 않다”면서도 “선수들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것 같다. 더 이상 바뀌지도 않을 판정 결과를 갖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스포츠조선>은 “그(최 관장)는 자신이 판정 결과에 불만을 갖고 연맹에 항의를 검토하겠다는 기사가 난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며 “복싱연맹은 ‘최 관장이 직접 연맹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항의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최 관장은 복싱연맹에 전화를 걸었다고 확인해주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unheim)에 해당 경기 동영상을 링크하면서 “전체적으로 주도권은 김다솜이 잡았으나, 가격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특히 오픈 블로가 문제가 된 듯”이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진 교수는 “김다솜의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 있겠지만, 터무니 없는 편파판정은 아닌 듯”이라며 “얼굴 예쁘다고 점수를 주는 것도 편견이지만, 점수 받은 것이 얼굴 예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번 판정과 상관 없이, 복서로서 이시영이 가진 재능과 그 동안 들인 노력이 그저 '얼굴 예뻐서'라는 말 한 마디로 폄하되는 일만은 없어야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