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대선 전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12일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원점에서 저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새벽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데 대해 안 전 대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검찰의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당이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실망과 분노는 저 안철수에게 쏟아내시고 힘겹게 만든 다당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안 전 대표의 입장 발표는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제보조작 사실을 공개하고 대국민사과를 한 시점으로부터 16일 만이다. 박 위원장의 사과 당일 이유미씨는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제보 조작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의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안 전 대표는 “(5월5일) 기자회견 당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뚜벅이 유세중이었다”며 “인터넷 생중계가 24시간 제 주위에 계속 붙어서 전국으로 생중계됐다”고 말했다. 

‘정계은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 전 대표는 “제가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이라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응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도 안 전 대표는 “제가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질문의 취지를 피한 답변을 내놨다.

대선 제보 조작 사건 최대 수혜자로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온 안철수 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예고부터 관심을 모았다.  SNS 등에서는 관련 의견들이 쏟아졌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안 전 대표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제게’라는 발언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될 일 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 ‘원점에서 정치인생 돌아보겠다’는 “정치에 남는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당 위해 할 수 있는 일 고민하겠다’란 언급은 “결국 내가 나서 호남당 아닌 전국정당으로 바꿔야 할 거다”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모든 것을 책임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하는데 왜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 것도 내려놓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라고 촌평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철수는 입장 발표 한다는데 박지원은요?”라고 박지원 전 대표를 겨냥했다. 

정 전 의원은 “후보는 안철수였지만 당대표로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총지휘한 건 박지원”이라며 “매일 아침 문모닝 외치며 공격했던 박지원 전 대표. 비겁하게 침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제보조작 사건 피해자인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대표의 사과, 만시지탄이다”라는 논평을 냈다.

백혜련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뒤늦은 사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사법부가 ‘범죄 사실이 소명됐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도, 여전히 추미애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며 정치공세와 특검법 발의로 물타기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대변인은 “이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즉각 국회 보이콧을 풀고 ‘일자리-민생 추경’, 정부조직법 개편 등 국회 본연의 역할에 매진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성찰의 출발”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