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의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12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 응한 국민의당 중진인사들은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머리자르기’ 발언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이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사건'과 관련,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사진제공=뉴시스>

정대철 상임고문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며 “꼼꼼히 검증했어야 했는데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는 심경을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검증을 잘못한 것에 대해 발표한 당 간부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크게 사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자체조사에서 이유미 씨 단독범행을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 신율 교수가 “검찰 수사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언급하자 정 고문은 “더 두고 보자”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지난 대선당시 당의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과 관련 정 고문은 “본인이 직접 했겠습니까만 안철수 전 대표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좀 더 일찍 (입장표명을) 했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책임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사실 마땅치가 않다. 그러나 사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천명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시기적으로 좀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천정배 전 공동상임대표는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일은 명백히 저희 당의 불찰”이라며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에 참담하다. 당이 검증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천 전 대표는 “아직까지는 당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은 밝혀진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을 잘 지켜보면서 우리 당으로서도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당이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경과를 잘 살피고, 깊이 반성하고,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책임론’과 관련, 천 전 대표는 “안 대표나 우리 당의 책임에 대해 함께 질 책임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내부에서 긴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 이야기를 제가 먼저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현재 우리당 상황에서 적절한 일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안 전 대표가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강원도 속초의 한 식당에서 포착된 사진이 나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한 공인이시니까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번 사안을 두고 비난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황주홍 의원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혹시나 하면서도 이유미의 단독범행이라는 저희 당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믿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참담하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자체진상 조사결과 발표라든가 당의 입장 표명들이 국민에게 별로 설득력과 호소력을 갖지 못한 것이 되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지 않나 걱정스럽다”는 생각도 나타냈다.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황 의원은 “죽겠다는 해법을 내놓아야지 살아보겠다는 꾀를 부려서는 결코 그렇게 가지 못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러저러한 해법과 여러 가지의 판단과 전략을 내놓고 또 우리가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이런 건 적극적으로 자제돼야 할 시점”이라고 답했다.

“추미애 발언, 검찰에서 어떻게 부담 안느끼겠나”

하지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국민의당 내부 주장과 관련해 황 의원은 “지침이 됐을지 안됐을지 우리가 알길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황적으로 어떻게 검찰에서 부담을 안 느낄 수 있겠느냐”고 봤다.

이어 “왜 그런 발언을 추미애 대표가 했느냐, 추 대표(의) 정치적 한계랄까, 집권 여당의 판단력 한계, 이런걸 느끼면서 비감에 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여 강경노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강경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그렇게 현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천 전 대표는 “추 대표가 박지원 전 대표에 대해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 미필적 고의 그런 용어도 썼고 그러자마자 오비이락 식으로 검찰이 같은 이유로 이준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국민의당으로서는 여당 대표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의심을 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당 대표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며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나름대로 최대한 협조하려고 노력했다.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에도 협조했고,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논의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추미애 대표의 말폭탄 때문에 국민의당 입장에서 더 이상 협조하기가 곤란한 처지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공동대표(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정 고문은 “추 대표가 지금 이 상황을 좀 더 유발시키고 있지 않느냐”며 “국민의당은 갈 수가 없는, 협치 대상이라고 해놓고 협치 대상이 아니고 공격 대상이고, 야당도 같이 했던 사람들, 같이 경쟁했던 그리고 한 마당에 섰던 사람들을 이만큼 몰고 가는 건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쪽이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전체를 다 그렇게 몰고 가서, 우리가 입지가 없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끌고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한 발씩 물러가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 국민의당을 탈당한 강연재 변호사(전 부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책임론’과 관련, “이유미 씨나 이준서 위원의 잘못이 있다면 수사를 통해서 가려지고 처벌이 되면 되는 문제”라면서도 “어쨌든 대선 과정에 국민의당이 선거 주인공은 안철수 전 대표시잖나”라고 언급했다.

강 변호사는 “젊은 청년들이 이런 어리석고 굉장히 잘못된 일에 들어선 것이 결국 따지고 보면 후보나 당에 대한 과잉 애정이랄까? 과잉 충성,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어쨌든 처벌이라든지 거기에 관여했다 이런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렇게 청년들이 이런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안 전 대표가) 어쨌든 빠르게 직접 나오셔서 뭐가 됐건 다 나의 잘못이다. 그리고 이 젊은 청년들에 대해서 가해지는 여러 가지 도덕적 비난 같은 부분은 내가 다 받겠다, 나를 비난해 달라 이런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