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준비하고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가정보원이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 헌법재판소를 불법 사찰했다는 SBS 보도에 대해 관련 조직은 있지만 탄핵심판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의 해명에 많은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찰이라면 도청을 하든 미행을 하든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이 원장은 국정원 국내 정보 수집 담당부서에 헌재, 법원, 검찰 등을 담당하는 법조팀 조직과 인력이 처 단위로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조직은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통상적인 정보활동은 한다”고 답했다.

또 헌재 등을 대상으로 한 정보활동의 이유에 대해 이 원장은 “국정원법 3조에 대공, 대테러, 국제범죄 등의 혐의가 있는 것에 한해서, 그 직무범위에 한해 스크린하기 위해서 한다”고 말했다.

헌재를 사찰한 것으로 보도된 4급 직원 A씨에 대해 이 원장은 4급 직원이 맞고 올해초부터 대법원과 헌재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A씨가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법원을 담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간 뒤 A씨를 헌재 담당으로 배치한 것이 헌재 정보수집을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물음에 이 원장은 “그렇지 않다. 통상적인 인사”라고 답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원에서 가짜뉴스가 진짜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래서 보도한 언론사에 항의공문도 보냈고 언론중재위에 제소도 했다”고 전했다.

일부 의원들의 ‘형사고발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병호 원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이에 대해 박범계 의원은 SNS에서 “대공, 대테러 정보활동 차원의 헌재, 법원, 검찰을 관할하는 조직이 국정원에 있다고 변명했다”며 “헌재재판관 판검사들이 대공 용의점이 그렇게 많다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박 의원은 “2년 이상 법원을 담당해 법조계에도 유명한 정보관이 갑자기 탄핵소추 의결 직후인 올 1월 헌재로 발령이 났다?”라며 “그런데도 탄핵과는 무관하다는 것인가”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박 의원은 “친박의 탄핵인용에 대비한 헌재 테러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하시다”라고 비꼬았다.

네티즌들은 “정보수집과 사찰이 어떻게 다른 것인가”, “왜 헌재 담당이 있어야 하지? 헌재에 간첩이라도 있나?”, “재판관들을 왜 담당까지 정해서 동태 파악하나?”, “국정원에 헌재 담당 부서가 있는데 동향 파악은 안했다?”, “감찰은 했지만 사찰은 안했다?”, “술은 먹었으나, 음주는 아니다”, “담당은 있되 사찰은 안했다. 뭐여? 말이여 방구여?”, “말도 안되는 소리, 헌재가 왜 담당이 필요하냐? 대통령 담당은 없냐?”,

“국정원은 내국의 활동은 간첩이나 테러 혐의가 있을 때만 정보수집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 헌재를 간첩혐의를 두는 것이냐?”, “대외 정보능력은 호구 취급 받는데, 21세기에 자국민 사찰하고 있음”, “헌재 담당이 왜 필요하냐? 헌재가 테러 집단이냐?”, “정보수집도 안하는 조직은 왜 있나? 일도 안하고 노는 조직은 필요없다는 자백을 한 거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한편 김해영 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특수활동비가 가장 많이 증액된 기관은 국정원이었다. 2016년 4,860억원에서 2017년에는 86억 늘어난 4,947억원이 편성됐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중을 첨부하지 않아도 돼 ‘눈먼 돈’, ‘묻지마 예산’으로 불리며 논란이 계속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