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여고생 유족 “베테랑도 꺼리는 부서에 그 어린애를…소모품으로 여겨”
통신사 콜센터 소속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장실습생’이란 이름의 청소년 노동착취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6일 <새전북신문>에 따르면, 전주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A양(19)은 지난해 9월부터 한 통신회사 콜센터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했다. A양은 교육을 마친 후 해지방어(SAVE)팀으로 배정받아 업무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배치된 해지방어팀은 인터넷을 해지하려는 고객을 설득해 통신사를 유지하게 하고 재약정을 유도하는 부서로, 업무강도가 놓아 기존 근무자들도 꺼리는 부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A양의 아버지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스무살도 안 된 그 어린 것을 베테랑들도 가기 꺼려하는 그곳에 넣어놨다”며 “힘든 부서는 서로 안 가려고 하니까 (현장)실습생들을 (SAVE 부서에)넣어버리는 거다. 그 사람들은 (현장실습생들을)소모품으로 생각하더라”고 주장했다.
A양의 아버지는 딸이 상사들의 업무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했다. 그는 “(해지 고객들을)많이 방어하지 못하면 위의 상사들한테 많은 압박을 받는가 보더라”며 “(딸이 집에 와서)소비자 입장에서는(욕하고 심한소리 하고) 그럴 수가 있는데 상사들이 위에서 압박 주는 건 정말 못 참겠다고, 스트레스가 너무 쌓인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에서 일하다 숨진 직원은 A양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10월22일 이 회사 SAVE팀에 근무하던 B씨(30‧여)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B씨는 죽기 전 ‘부당한 노동행위와 수당 미지급이 어마어마하다’는 고발성 유서를 남겼다.
A양의 죽음에 회사 측은 “현장실습생은 의무적으로 사회복지사가 심리 상담을 하고 이후에도 개별 면담을 하지만 이상 징후는 없었다”며 “소속 팀장이 다섯 차례 정도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도 힘들다는 등의 말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서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SAVE 부서가 가장 힘든 부서는 아니라고 본다”며 “업무 실적이 있긴 하지만 오후 6시 이후에도 근무하거나 실적을 이유로 질책을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3년 전 사건 역시 많은 조사가 있었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부당노동 강요 행위 등 A양의 사망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뉴스1>에 따르면, 전북본부 관계자는 “그간 A양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던 중 업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사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며 “업체에 의해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고 공동대책위를 발족해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아빠, 나 콜 수 못채웠어’, 콜센터 실습나간 여고생이 숨지기 전, 아빠에게 남긴 말이 유언이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교나 회사에서 권리교육은커녕 숨기기 바쁜 현실에서 그만두지도 못하고 견뎌야하는 현실이 얼마나 힘겨웠을까”라며 “학교에서 노동교육 의무화 하고 실적보다 사람이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