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유총연맹 관계자, 靑 ‘관제데모’ ‘정치공작’ 지시 문자 폭로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행정관이 한국자유총연맹에도 시국집회를 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그동안 청와대와 친박단체간 검은 커넥션을 사실로 확인하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뉴시스>는 허현준 행정관과 자유총연맹 전 고위 관계자 A씨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2015년 10월22일~12월2일) 총30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그 중 11월 3일 메시지에서 허 행정관은 당시 주말 도심 집회 장소와 시간,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 뒤 “반대진영 시위에 맞서는 준비를 미리 구상하라”고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와 세월호 특조위 지지 집회가 열리니 이에 대응하는 ‘맞불집회’를 열라는 것.
허 행정관은 “(역사교과서)집필진 공격에 대응하는, 검정교과서 문제점 및 좌파단체의 친북 반(反)대한민국 행적 등 컨텐츠를 갖춘 2차 전투에 대비하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허행정관이 A씨에게 보낸 메시지 가운데는 ‘정치공작’을 의심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1월20일 허 행정관은 A씨에게 세월호 특조위 박종운 상임위원이 박수치는 모습인 담긴 영상을 건넸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이 “박근혜 대통령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능지처참을 당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박 위원이 해당 발언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박수를 쳤다고 해석돼 논란이 됐었다.
허 행정관은 영상을 건네면서 “보내드린 영상은 특조위에서 보내준 영상이라 당장은 사용하지 마시고, 월화쯤 공개를 추진하려 하는데 그 후 사용하라”며 “다만 내용은 이미 공개됐으니 텍스트로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24일 허 행정관은 다시 문자를 보내 “어제 MBC와 하태경 의원 영상 공개로 (공개금지가)해지 되었음을 알려드린다. 공개, 활용해도 된다”며 “공직자(차관급)인 세월호 박종운 위원이 홍씨의 대통령에 대한 극악 발언에 동조하며 박수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알린 뒤, “자막과 모자이크 처리된 MBC뉴스 영상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박 위원은 MBC 보도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에 “발언이 끝나서 의례적으로 박수를 친 것이고, 자녀 이야기에 가슴이 아파 위로하는 마음으로 친 것”이라며 “그런데 MBC를 보면 마치 그 유가족이 논란이 된 발언을 한 직후 바로 내가 박수를 친 것처럼 나온다. 악마의 편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허 행정관이 보낸 문자 내용을 폭로한 A씨는 “보수와 진보는 해석의 차이일 뿐이고 자유는 모두가 누려야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가 자총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허현준 행정관은 <뉴시스>에 “그 문자가 내가 자유총연맹 관계자에게 보낸 게 맞는지,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돼야 (입장에 관한)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하지 않는다. 내가 떳떳하게 한 일을 왜 피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던 네티즌 수사대 자로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 기사를 보자마자 예전에 조사했던 내용 중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면서 “국정원 트위터 계정이 한국자유총연맹에 관한 트윗을 직접 작성했거나 리트윗했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 자유총연맹을 사랑한 국정원 트위터 계정
자로는 “자유총연맹-국정원-청와대의 관계가 흥미롭다”면서 “오랜만에 국정원 트위터 자료를 분석해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