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음악시장 붕괴 방증…일회성 소비형태로 인식”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일단 이용해보고 맘에 안 들면 100%환불 받는 이른바 ‘백지수표 프로젝트’를 공개해 화제다.
장기하와얼굴들은 지난달 29일 음원사이트 ‘현대카드 뮤직’의 프리마켓을 통해 신곡 ‘좋다 말았네’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솔직하게 내고 가져갑시다:백지수표 프로젝트’라는 주제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날 공개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싱글 음원 ‘좋다 말았네’는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내고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4일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상적인 유통 경로 없이 복제 등이 일반화 되다 보니 메이저뿐만 아니라 인디밴드들도 많이 힘들다”면서 “프로젝트의 취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방법까지 들고 나온 것은 음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음악이 언제부턴가 하나의 완성된 컨텐츠로 인식되는 것이 아닌, 일회성 소비 형태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소비형태의 변화가 이런 스타일의 마케팅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도 ‘go발뉴스’에 “음악은 한번 듣고 나면 그것 자체로 소비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런데 마음에 안 들면 환불해주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심각하게 붕괴된 상태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험은 국내에서는 처음이지만, 지난 2007년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가 먼저 시도한 바 있다. 라디오헤드는 7집 '인 레인보스(In Rainbows)'의 음원을 일정 기간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 할 수 있게 했다. 이후 라디오헤드의 이 앨범은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음악 팬들에게 사랑 받았다.
그러나 서양이나 일본의 음반시장과 한국의 음반시장을 동등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와 관련 “서양은 음악을 구매해서 듣는다는 개념이 아직 남아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개념이 없다”면서 “서양․일본 등과 우리나라를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우리나라 음반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음악은 돈을 주고 구매해서 듣는다는 개념이 확고히 우리사회에 뿌리를 박아야 한다”면서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들려오는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서 노래를 듣는, 음악에 대해 수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