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그리고 국회와 언론, 촛불만 보고 행동할 때”

“수백만 촛불 민심에 역행…구태의연한 지배층, 청산 대상될 것”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2백만 촛불을 능멸하고 있다. 국기를 문란케 한 중대 범죄의 피의자,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 내용을 전면 반박하고 수사 받기를 거부하는가 하면 국회에 대해 자신의 퇴진 일정 등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주권자인 국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인 상황에서 국회에 공을 넘기고 여야를 분열시키는 짓을 벌이고 있다. 더 나아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를 하고 대구 화재 현장을 찾는 등 국정 장악력을 과시하는 뻔뻔스런 작태를 벌이고 있다. ‘배 째라’는 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회장과 함께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회장과 함께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 대통령이 치밀하게 기획된 공작 정치를 벌이면서 정치권을 흔들어 놓자 야3당은 1일 탄핵 발의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가 합의를 못하는 지경으로 내몰렸다. 산적한 국내외 문제 속에서 국정이 표류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도의 책임감도 없는 행동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청와대 등의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 자신의 국치스런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최순실이 잘못한 것이라고 떠넘기면서 ‘나만 살고보자’는 식의 단발마적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소한도의 양식과 양심의 소유자라면 상상도 못할 뻔뻔스런 짓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과 국회,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속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궁지를 모면하려는 포석을 대국민 담화나 청와대 대변인 등을 통해 착착 깔아놓고 있다. 대통령 자신은 개인적 이익을 챙긴 일이 없다고 하거나 국회에서 퇴진 일정을 제시하라고 큰 소리치고 기자회견에서 끝장 토론도 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는다.

거짓말과 핑계를 밥 먹듯 하는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들을 들러리 삼아 제 할 말만하고 일체의 질문을 깔아뭉개는 식의 담화발표를 하면서 자신도 피의자이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만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거부했듯이 특검 수사도 거부할 구실을 미리 제시하는 꼴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14차 본회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14차 본회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 대통령의 파렴치한 행태가 지속되는 것은 헌법기구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 매우 크다. 대통령이 양심에 털 난 구역질나는 인간성을 보인다면 검찰과 국회 등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대통령을 압박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 추구가 궁극적 목적인 법체계가 대통령이라는 중대 범죄 혐의자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대통령이 하루 빨리 물러나서 국정이 정상화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그 가능성이 흐려 보인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검찰과 국회 등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엉터리 수사라고 최대한 모욕을 주면서 국가 시스템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짓을 했고 그 결과 법무장관이 물러났다. 그러면 검찰은 최선을 다 했는가? 그렇지 않다. 유권무죄라는 구태를 반복했다. 최순실 일당에 대한 수사는 늑장, 봐주기와 꼬리자르기 수사였고 대통령 본인에 대해서는 수사를 애걸하거나 구걸하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수사와 기소권을 가진 초강력 헌법기구다. 검찰은 최순실 일당에 대한 기소장에 대통령의 공범 사실을 6번 기재했지만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와 강제 구인은 시도치 않았다. 검찰이 왜 지난 수년간 정치검찰로 지탄을 받아왔는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의 7시간 의혹, 청와대 내 불법의료 행위, 비아그라와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약품의 다량 구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결과는 꽁꽁 감추었다.

검찰이 피의사실공표죄를 앞세웠지만 공인에 대한 중대 혐의 사실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형 확정이전에 공표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검찰이 매주 전국적으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1~2백 만 시민을 두려워했다며 세계가 비웃고 있는, 대통령의 혐의 사실을 공개했어야 한다. 검찰에 대한 대대적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특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댓글사건 수사를 하다가 밀려나 논란이 됐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56·사법연수원 23기)를 특검 수사팀장에 지명하는 등 박근혜 게이트의 진상 규명 채비를 갖추고 있어 특검에 대한 한 가닥 기대를 걸게 됐다. 특검은 수사 도중에도 혐의사실 등을 공개할 수 있어 박 대통령의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난 혐의 사실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대통령 조기 퇴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박근혜 게이트와 무관치 않다. 여당은 공범이라는 지탄을 면키 어렵고 야당도 그 예방과 적발 등에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 여야의 모습은 어떤가. 새누리당은 해산 절차를 밟아야 마땅하지만 대통령 탄핵을 놓고 비박은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친박은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외친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4월 퇴진과 6월 대선이라는 카드를 내놓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정의당 대표(왼쪽부터)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정의당 대표(왼쪽부터)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야당의 경우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촛불이 외치는 대통령 탄핵, 구속과 그 이후에 대한 청사진을 확실히 제시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러나 야권은 촛불의 눈치를 살피면서 대통령 선거 승리에만 몰두하는 듯한 애매한 태도를 취할 뿐이다.

제1야당은 여당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다른 2개 야당과 약속하고 공언했다가 당 대표가 여당의 전 대표를 혼자서 만나는 해괴한 일을 벌이는 것과 같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SNS 시대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상황이라 정치는 투명하고 합리적이면서 예측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통령 탄핵 이후 황교안이라는 박정희 광신도적인 총리가 대통령 대행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야권에서 나온 적이 없다.

박 대통령에게 무한 복종해온 장관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그간 저질러온 반민주적 조치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대책이나 로드맵이 전혀 없었다. 지금과 같은 여의도 정치는 제거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 퇴진에 따른 선거를 할 때 국회의원도 다시 뽑는 것과 같은 주장이 더 커질 정도로 현실은 심각하다.

언론도 지난 수년 동안 박 대통령의 말 바꾸기, 불통과 제왕적 정치의 들러리를 서왔다. 이것만 해도 그 과오가 심각하다. 대통령이 3차에 걸친 대담에서 언론을 들러리 삼아 촛불을 능멸하는 작전을 착착 전개했다. 언론의 이런 과오는 중대한 국민 배신행위에 속한다. 언론은 더 이상 국민을 등지는 언론 행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촛불을 더 화나게 할 경우 어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를 일이라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검찰이나 정치권 등은 한국 시민사회가 엄청나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4.19혁명, 87년 6월항쟁, 97년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기적을 이룩했고, 박근혜 게이트 사태를 맞아 세계가 놀라 주시하는 평화적이고 질서 있는 거대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구태의연한 지배층이 수백만의 촛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에 역행할 경우 청산의 대상이 될 것이다. 지금은 모두 촛불만을 보고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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