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5차 핵실험 확장억제를 위해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1일 오전 경기 평택 오산미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B-1B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감행한 군사적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으로 지난 13일 한반도에 전개했으며 착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제공=뉴시스>

1962년 핵전쟁 위기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사태 직후.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전략공군사령부를 방문하여 전략폭격계획을 보고받았습니다. 토마스 파워 사령관은 유사시 소련에 대한 대량응징 핵폭격계획을 완성하였습니다. 약 14~16 메가톤의 핵 위력으로 소련과 중국의 대도시와 산업 시설의 70%와 인구 1억 명을 사망케 하는 가공할 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맥나마라 장관은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계획이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파워 장군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장관님, 핵전쟁이 일어나서 소련인이 한 명 살아남고 미국인이 두 명 살아남으면 미국이 이기는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의 신념체계입니다.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1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인류가 전쟁을 없애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없앨 것”이라고 절규하고 소련과의 핵 군축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해 10월에 암살당한 것이지요. 핵의 권위에 도전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맞이한 최후입니다.

핵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것인가, 라는 극단적 전쟁논리만 판치고 있습니다. 서울이나 평택, 부산을 방어하지 못하고 단지 우리나라 동남권 일부만 방어할 수 있는 성주의 사드 포대 하나에 안보정책의 사활을 거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전쟁터 한복판에 1300만의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서울, 경기, 인천을 다 합치면 2200만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을 핵미사일과 대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군사무기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합니까? 서울이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우리는 전쟁이 나면 치명적인 피해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군사적 수단으로 대비할 수 없는 임계상황을 초월해버렸습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사드에 의지해서 동남권만이라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미국인이 두 명 살아남으면 이긴다”는 파워 장군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북한의 제5차 핵실험 규탄 및 핵폐기 촉구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기권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핵무장 역시 북한을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는 공포로 압박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를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실제적인 공포로 느끼게 하려면 우리가 북한에 반드시 전략폭격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남과 북의 의지와 의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가 잉태되는 것입니다.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동하는 사람들은 차고 넘칩니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고 속이 시원할지 모르겠으나 전쟁은 그런 적대적 감정으로만 관리되고 통제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자기나라 국민들이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긴박한 순간에 한반도 전쟁을 막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방관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제는 감정이 아닌 이성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에 수반되는 끔찍한 파괴를 감안한다면 그것은 이겨도 지는 전쟁입니다. 전쟁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 그 합리적 대안에 대한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빼고 오로지 제재와 압박, 오로지 선제타격을 외치는 이 광기는 언제나 끝날까요? 북한이 미쳤다고 우리도 같이 미쳐야 할까요? 

* 이 글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김종대 의원의 동의 하에 ‘go발뉴스’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