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이 해결책?…‘메피아’ 청산 없인 하나마나”

“기술력 없는 ‘메피아’ 임금, 非서울메트로 출신보다 2~3배나 많아”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번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씨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사진제공=뉴시스>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번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씨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사진제공=뉴시스>

19세 젊은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 배경에 외주업체 은성PSD로 자리를 옮긴 전직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 일명 ‘메피아’(메트로+마피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CBS <노컷뉴스>는 “서울메트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유지‧관리업체인 은성PSD의 임직원 143명 가운데 정비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은 전체의 41%인 59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자격증이 전혀 없는 나머지 84명은 상당수가 서울메트로 퇴직 후 은성PSD로 자리를 옮긴 임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비에 나설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숨진 김군이 ‘2인1조’가 아닌 홀로 선로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은성PSD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A씨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A씨는 31일 ‘go발뉴스’에 이번 구의역 참변은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관계, 즉 시스템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메트로에서는 60대가 다 된 기술력이 전혀 없는 퇴직자들을 은성으로 보낸다”며 “이 분들은 (유지‧보수)신고가 들어와도 어차피 모른다고 하고 기술지사에 있는 젊은 사람들을 현장에 보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하는 동안 2인1조로 다녀본 적이 없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올 때는 2인1조, 3인1조로 현장에 나가고 매뉴얼을 알려준 후에는 혼자 현장에 나간다”고 덧붙였다.

원천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실제 유지‧관리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술력 없는 ‘메피아’ 임금, 非서울메트로 출신보다 2~3배나 많아”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가 맺은 계약서 제8조(인력의 배치 및 운영)1항에는 “‘을’은 ‘갑’의 분사전출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여야 하며 인력배치는 ‘갑의’ 분사전출 직원을 우선배치하고 부족시 신규 채용 직원을 임시 배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메트로 출신들은 은성PSD에서도 서울메트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컷>은 “은성PSD 노조는 서울메트로 출신들은 350~400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후생복지비까지 감안하면 이들은 김군 등 비(非)서울메트로 출신보다 2~3배 많은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011년 은성PSD와 계약을 맺을 당시 총 소요인력을 125명으로 잡고 매달 5억 8천여만원을 주기로 계약했다. <노컷>은 이와 관련 “하지만 전체 인원가운데 정비, 관리 인력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사실상 사무실에 앉아서 사무업무를 보고 있음에도 임금의 대부분을 (메피아들이)챙겨간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번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씨의 친구 박영민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번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씨의 친구 박영민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서울메트로는 31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원인과 관련, 숨진 김군에게 책임을 전가한 발언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은 “이번 사고의 원인은 고인의 잘못이 아닌 관리와 시스템의 문제가 주원인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고예방 대책으로 ‘2인1조 정비’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준수될 수 있도록 역무원의 의무 현장 배치 및 실시간 모니터링, 또 8월 자회사 설립을 통해 안전부문 작업에 대해 직접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회사 설립이 해결책?…‘메피아’ 청산 없인 하나마나”

하지만 자회사 설립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병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은 <뉴스1>에 “이 상태라면 여전히 ‘2인1조’ 출동원칙은 지켜질 수 없다”며 “외주업체 직원이 죽으나, 자회사 직원이 죽으나 뭐가 다르냐. 직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회사 설립·운영 계획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성PSD 전 직원 A씨도 “근무할 당시에도 자회사 얘기가 나왔는데 도저히 이런 구조에서 일을 할 수 없어 퇴사한 것”이라며 “이 인원이 그대로 자회사로 가게되면 바뀌는 게 없다.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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