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은 주한미군 ‘지카 바이러스 실험 추진’ 의혹에 대해 12일 “관계 당국이 부인한다고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며 “관련 활동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앞서 주한미군의 생물 방어 프로그램인 주피터를 총괄하고 있는 미 육군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는 지난 4월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한복판 용산 미군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 탐지 능력 확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에지우드 센터는 ‘주피터 프로그램’에 따라 서울 용산, 경기 오산 등지에 설치한 연구소에서 생물학 무기로 의심되는 샘플 분석 능력을 극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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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 홈페이지 화면캡처>

해당 내용은 JTBC를 통해 11일 보도됐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12일 “사실과 다르다”며 “주한미군은 어떠한 지카 바이러스 샘플도 반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탐지 능력을 개량해 생물학 작용제에 대한 방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미 육군의 노력을 설명하는 글을 잘못 번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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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50여개로 구성된 ‘탄저균 불법 반입‧실험 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12일 논평을 내고 “주한미군은 실험 추진과 샘플 반입을 부인했지만, 샘플을 반입하지 않은 채 어떻게 지카 바이러스 탐지 능력을 확보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책회의는 “실험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용산미군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 탐지 능력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발표가 왜 나왔는지도 설명되지 않았다”고 의문점을 짚었다.

앞서 지난해 탄저균 반입이 밝혀진 직후 주한미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명했지만 거짓 해명임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지난 12월 ‘주한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 관련 한·미 합동실무단’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용산기지에서 총 15차례나 반입해 실험과 훈련을 해왔다고 발표했다. 2015년 오산기지 탄저균 샘플까지 포함하면 총 16차례나 반입해 실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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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 국민들의 반발에도 한미 합동실무단은 한·미 생물 방어 협력을 멈추지 않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생물 방어를 위한 미군의 실험실이 현재 용산, 오산, 군산미군기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에 평택미군기지에도 마련될 예정이다.

관련해 에지우드 생화학센터의 피터 이매뉴얼 박사는 “한국은 미국의 (군사) 자산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는 호의적인(friendly) 국가이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적합하다”며 “당신이 생물 무기 감시에 관한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길 원한다면, 주한미군 내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책회의는 이러한 내용을 지적하며 “탄저균과 페스트균 반입에 이어 지카 바이러스 취급 논란까지 시민의 안전이 이렇게 방치되어도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탄저균 샘플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중단한 마당에,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 바이러스와 관련된 활동을 한국 정부와 시민의 합의도 없이 추진한다면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대책회의는 “주한미군이 벌이는 위험천만한 훈련은 중단돼야 하며,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모든 훈련을 통제해야 한다”며 “그 시작은 지카 바이러스 관련 활동의 실체를 밝히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용산, 오산, 군산기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생물 방어 실험 및 훈련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작년 12월 한·미 합동실무단은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 반입 시 한국 정부에 통보, 평가하는 SOFA 운영 절차 개선안을 마련해 SOFA 합동위원회에 합의권고안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며 “개선안의 내용도 즉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 2015년 12월17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왼쪽)과 헤드룬드 주한미군사 기획참모부장이 탄저균 관련 한미 합동 실무단 운영결과를 발표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