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의 상생’ 꿈꾼다…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

[현장탐방]사회적배려기업 판매장 ‘다누리’, 작은 백화점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 ⓒ go발뉴스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 ⓒ go발뉴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입에 ‘공정무역’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시사용어사전에 따르면 ‘공정무역’은 본래 국가간의 동등한 위치에서 이뤄지는 무역을 뜻하지만 상품 생산에 있어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도록 촉진하기위한 국제적 사회운동을 말하기도 한다. 쉽게 풀면 이른바 ‘약소국’의 생산자라고 할 지라도 땀흘린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다시말해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하면 세계인들과 ‘나눔의 정신’, 그리고 ‘상생의 정신’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데 서울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같은 정신을 실현할 수 있다. 시청 지하 1, 2층 ‘시민청’에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다 같이 잘 사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가 운영하는 ‘지구마을’은 공예품 및 의류 판매장과 카페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카페 이름은 ‘도란도란 카페’다. 지난 1월 12일 문을 열었으니 영업을 시작한지 두 달 남짓 지난 셈이다.

‘go발뉴스’가 ‘지구마을’을 방문한 시간은 평일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평일 오후라는 시간대도 시간대지만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과연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니 10여개 남짓한 카페 테이블이 거의 차 있을만큼 꽤 많은 손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공간(78.6평)이 그리 넉넉해보이지는 않았지만 파스텔톤으로 꾸며진 실내는 아늑했다.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에 전시된 제 3세계 아이들의 모습 ⓒ go발뉴스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에 전시된 제 3세계 아이들의 모습 ⓒ go발뉴스

제품에 대해 문의하는 손님을 응대하거나 에스프레소 기계를 능숙하게 조작하는 가게 스태프들의 모습은 다른 카페, 옷가게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지만 곳곳에 부착된 ‘공정무역’ 관련 안내판과 팜플렛은 이 곳이 ‘남다른 의미’를 지난 가게라는 점을 깨닫게 해줬다. ‘제 3세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담긴 사진들은 갤러리를 방문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먼저 각종 커피가 전시된 진열대가 시선을 끌었다. 다가가 원산지를 살펴보니 동티모르, 라오스, 페루 등에서 생산한 커피였다. 공정무역으로 판매되는 홍차종류도 다양했다. 여기에 티포트, 드리퍼 등 차와 커피애호가들의 필수품도 함께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해보였다. 초콜릿과 올리브유 등의 식품류도 전시돼 있었다.

카페에서 파는 음료도 대부분 공정무역 제품이었다. 커피의 경우, 3주에 한번 꼴로 각 생산지별 커피를 교체한다는 것이 스태프의 설명이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2000원 정도, 대부분 3000원대를 넘지않아 가격도 비교적 ‘착한’ 편이었다.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에 진열된 공예품 ⓒ go발뉴스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에 진열된 공예품 ⓒ go발뉴스

공예품 판매장은 의류와 가방은 물론이고 의류, 양말, 스카프, 장갑, 모자 등 왠만한 ‘패션소품’을 대부분 구비해놓고 있었다. 일부 제품은 에스닉한 느낌이 묻어났다. 생산지역을 보니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등이었다.

시민청을 방문한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물건을 살펴보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가격이 썩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국적 느낌’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예품을 담당하는 이영미 매니저는 ‘지구마을’의 의미에 대해 “제 3세계에 어려우신 분들이 많은데 경제적 원조가 아닌 ‘경제적 자립’을 위한 기술교육을 하고 공정한 가격으로 무역을 함으로서 그 분들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생활할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시민 여러분들이 많이 찾아오셔서 공정무역이 어떤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참해 지구가 다 같이 잘 사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 평소 동남아 여행을 통해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배기준 씨(서울 종로구)는 “(가게 위치가) 만나는 분들과 중간지점이라 오게됐다”며 “여러가지 (물품이) 깔끔하게 전시돼 있고 (이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좋은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평소 ‘공정무역’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는 오주연 씨(서울 영등포구)도 “우연히 시청에 왔다가 오게됐다”며 “저 혼자만 (커피를) 즐기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아주 좋다”고 밝혔다.

‘다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가게 ‘다누리’

시민청에는 ‘지구마을’ 뿐만 아니라 또다른 의미의 ‘착한 소비’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사회적배려기업을 위한 공동전시판매장 ‘다누리’ 시청점이다.

사회적배려기업을 위한 공동전시판매장 '다누리' ⓒ go발뉴스
사회적배려기업을 위한 공동전시판매장 '다누리' ⓒ go발뉴스

‘다누리’라는 이름에는 말 그대로 ‘다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여기에는 서울소재 여성기업과 장애인기업, 사회적 기업, 소기업, 청년기업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기업의 물품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매장은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우선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이는 보석함 등 자개제품과 ‘옻칠쌀통’ 등 한국적인 색채의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바디로션, 클렌징 폼 등의 스킨케어 제품, 에코백 등 가방, 머크컵, 인형, 묵주팔찌, 휴대폰 케이스, 머그컵, 텀블러, 노트 등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진열돼 마치 ‘작은 백화점’을 보는 듯 했다. 열명 남짓한 시민들이 유심히 제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go발뉴스’의 인터뷰에 응한 이정남 매니저는 ‘다누리’ 판매 제품에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3개월 간의 시민품평회와 전문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입점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사회적배려기업을 위한 공동전시판매장 '다누리' ⓒ go발뉴스
사회적배려기업을 위한 공동전시판매장 '다누리' ⓒ go발뉴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제품의 신뢰도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철저한 제품관리를 통한 입점기업의 성장기반 조성도 함께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입점기업의 판매실적을 3개월마다 평가해 실적이 저조하고 고객 불만이 많은 제품은 철수시키고 심사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입점시켜 상호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아울러 이 매니저는 “시중의 많은 외국(생산)제품들이 있는데 (다누리 판매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들어지고 디자인된 아이디어 상품”이라며 “(손님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들을 편하게 보시고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과장은 지난 1월 보도자료에서 ‘지구마을’과 ‘다누리’에 대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기업을 지원하고 착한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지속가능한 따뜻한 희망경제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노력이 그의 말대로 ‘착한 소비’ 확산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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