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언론지배 실태’ 고발 .. “언론, 삼성 대변자 자처”

백혈병 피해자들, 언론과의 싸움도 돌입… “침묵 아니면 공격하는 언론 뿐”

재벌 대기업 삼성의 ‘언론지배 실태’를 고발하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임자운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은 삼성과의 싸움을 넘어 언론과의 싸움도 같이 벌이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의 주최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보도를 통해 본 삼성의 언론지배」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방희경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언론이 침묵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며 “그러나 지난 7월 23일 조정권고안 발표한 이후 언론의 모습은 침묵과 외면을 보이거나 노골적으로 조정권고안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방 연구원은 “한국경제, 문화일보, 헤럴드경제 등은 조정권고안이 제시하는 보상의 범위가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않은 질병을 보상 범위에 포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권고안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정위가 제시한 권고사항은 법률적·사전적 의미의 보상과는 다른 사회적 보상으로 산재보험법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다수 언론은 권고안이 경영권 침해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20~30대에 백혈병 등으로 세상을 떠났거나 투병 중이고 최고 연장자의 경우는 40대 인데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마치 권고안이 삼성에게 70대 암환자에게 모두 보상하라고 하는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는 것처럼 포장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 go발뉴스(나혜윤)
© go발뉴스(나혜윤)

방 연구원은 “삼성은 8월 3일 자신들이 생각하는 보상,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 방안을 새로 제시했다. 조정권고안이 제안한 ‘사회적 기구(공익법인)의 보상·대책 총괄’ 내용을 통째로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언론은 일제히 삼성의 1,000억원 출연이라는 액수를 부각, 삼성이 통 큰 결단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 마냥 치켜세웠다”고 꼬집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의 임자운 상임활동가는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임 상임활동가는 “반올림 외에 가족대책위가 작년 8월 공식 출범 직후부터 다수 언론들은 ‘반올림은 제3자 일뿐이고 가족대책위가 진정한 당사자’라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며 “가대위에는 6명의 피해가족이 있고, 최근 보상위원회와 관련해 그 중 한명인 정애정 씨가 반대의사를 표했음에도 ‘가대위의 입장’을 강조한 언론들은 정작 이런 상황은 보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올림에서 가대위로 일부가 분열된 것의 배경은 보상 문제였다.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보상을 요구하는 가대위와 보상에 관심을 두지 않는 반올림간의 분열이 아니었다”며 “피해가족에 대한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는 가대위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반올림의 분열”이라고 설명했다.

임 상임활동가는 ‘반올림이 공익법인에 개입하려 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반올림은 조정권고안에 개입할 수 없다”며 “개입을 주장하는 언론들 중 정작 공익법인의 구성이나 운영에 반올림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곳은 없다. 그러한 근거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정권고안에 왜 공익법인을 강조하는지 다 나와 있다”며 “노동자들의 질병과 죽음에 수년간 침묵해오다 일부 피해노동자들이 직업병 인정을 받고 국내·외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사과·보상한다고 나섰다. 여전히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나 법원의 산재소송 과정에서 은폐·회피하는 기업을 우리가 믿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 대해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전히 대한민국 언론은 개혁의 대상이고 자기 성찰이 있어야만 되겠다고 본다”며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언론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 피해자들과 반올림 <사진제공 = 반올림>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 피해자들과 반올림 <사진제공 = 반올림>

홍세화 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도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어 언론이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를 보면 두말 할 것도 없다”며 “거의 모든 매체가 120% 이상을 기업 광고 협찬으로 먹고 사는 상황이라 자발적 독점이 내면화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23일 조정권고안 발표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에 대한 문제해결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가 조정위를 꾸려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바꿔 독자적 기구로 문제 해결에 나서려고 하자 故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와 가족대책위 간사 역할을 해 온 정애정씨 등은 3년 만에 마련된 권고안을 외면하고 사회적 해결을 거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규탄하며 지난 7일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현재 삼성본관 앞에서 ▲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구성원으로 꾸려진 교섭단 전원 교체 ▲ 삼성전자의 진정한 사회적 대화 촉구 ▲ 악의적인 언론 플레이 중단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