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조뱅 교수 “이재용, 총명하고 친절했던 사람… 윤리적 해결책 제시하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함께 유학생활을 한 프랑스인 교수가 이 부회장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폴 조뱅 프랑스 디드로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재용씨의 개인 이메일 주소를 찾을 수 없어 공개된 삼성 회사 메일로 보냈다. 재용씨가 읽을 수 있도록 SNS에 내용을 공개한다”면서 삼성을 위한 고언이 담긴 편지를 공개했다.
‘반올림’의 공유정옥 활동가에 따르면, 공개편지에서 조뱅 교수는 “이십년이 지났지만 재용씨가 일본어 사전을 찾아가며 매번 주의 깊게 수업 준비를 하던 모습을 잘 기억하고 있다”며 “토론을 할 때면 명료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하고 반짝이는 의견을 내곤 했다. 친절하기도 하고 공정하면서도 다가서기 쉬운 사람”이라고 이 부회장의 모습을 소개했다.
조뱅 교수는 장학금과 얽힌 일화를 소개한 뒤, 삼성이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발병 문제와 관련해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용씨의 회사에서 젊은 나이에 백혈병이나 다른 병에 걸린 직원들과 유족들에게 재용씨 회사가 어떤 식으로 대하고 있는지 언론을 통해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재용씨도 그런 회사의 태도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어 “게이오대 시절, 오염된 우유 때문에 생긴 사건을 토론한 적이 있었다”면서 대만의 한 전자 회사를 상대로 산업 질병에 걸린 529명의 전직 노동자들의 소송 사건을 언급했다.
조뱅 교수는 “지금 삼성의 행동이 삼성의 세계적인 명성을 변색시키고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며 “올해 초 삼성전자는 협상을 받아들임으로써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이 협상에 대해 최근 삼성이 보이는 모습에는 정당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용씨가 200명 이상의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반올림과의 사회적 대화를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할 수 있길 바란다”며 “아시겠지만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자들과 삼성전자 사이의 분쟁은 이미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만일 집단적인 법적 대응이 시작된다면 회사 브랜드에 더욱 큰 손상이 생길 것”이라며 “젊은 시절 그토록 공정하고 총명하고 친절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었으니 피해자들에게 정당하고 윤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힘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과 삼성 직업병 가족 대책위원회와 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3일 최종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갑자기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발족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5일 노동인권시민단체들은 조정위를 배제한 채 따로 보상위원회를 발족,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보상을 제안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삼성은 사회적 대화의 기본 원칙 뿐 아니라 자신의 약속마저 짓밟았다”며 “사회적 해결 약속을 깨고 돈으로 피해자 기만하는 삼성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