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논란과 관련 11일 “한 번 읽어보시고 이런 법이 우리 ‘국격’에 맞는지 한번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며 시행령안을 소개했다.

홍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서 “일부만 범칙행위였던 게 모두 범칙행위가 된 게 아니고 범칙행위 자체가 늘었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국민편익증진이 아니다”며 “구 시행령과 입법예고된 개정 시행령의 ‘별표’를 꼭 비교해 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현 정부 첫번째 국무회의를 열어 과다 노출을 하면 5만원, 다른 사람을 스토킹하면 8만원, 암표를 팔면 16만원의 범칙금을 내도록 하는 등의 경범죄 시행령 개정령안을 심의 의결해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경범죄처벌법은 아예 폐지해도 무방하다”며 “상당수는 형법과 겹치고, 나머지는 민사나 행정처분으로 충분히 규율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현행 경범죄처벌법(시행령)도, 뱀 진열행위, 문신노출로 혐오감 주기, 술주정, 미신요법행위에 범칙금을 부과한다”며 “어떤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경범최처벌법’ 읽어보기를 숙제로 내주시더라. 한국 법제의 문제점을 직접 체험해보라는 취지에서..”라고 지적했다.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과다노출 5만원 벌금’에 대해 홍 교수는 “과다노출 조항은 1973년 개정에 추가되었네요. 이번에 과다노출 조항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니”라면서 “이번에 새로 범칙금액수를 5만원으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토킹 8만원 벌금’에 대해서도 홍 교수는 “스토킹 처벌은 필요지만 경범최처벌법으로 8만원 범칙금 물려서 해결될 일은 결코 아니다”며 “이런 식이면 애매모호한 행위만 경찰의 단속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정 수위 이상의 스토킹은 별도로 형사입법해서 징역형/벌금형으로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홍 교수는 “경범죄처벌법에서 범칙금 부과는 재판 없이 경찰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며 “그래서 경찰권력 확대‧강화와 인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행정이나 민사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경찰력이 동원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경범죄처벌법 처벌받는 국민이 매년 10만명 쯤 된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하고 2008년에는 법질서 확립이니 뭐니 해서 30여 만 건의 단속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 ‘질서’가 좀 나아졌나”라고 일침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