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 파문에 휩싸인 신경숙 작가를 검찰에 고발한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표절작품으로 번 돈을 독자들에게 다 환불하겠다는 정도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으면 고발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현 원장은 일본 작가 미시마유키오의 ‘우국’ 중 일부분과 루이제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일부분을 자신의 소설 ‘전설’과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며’에서 표절한 의혹이 있는 신 작가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9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 최근 표절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경숙 작가. <사진제공=뉴시스>

이와 관련 현 원장은 2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 동안 우리 사회의 학계에서 만연한 논문표절 문제와 (신 작가의 표절 사태는) 판박이로 똑같이 보여지고 있다”며 “그래서 표절을 인정하지 않는 작가와 그 다음에 또 대형 출판사의 불성실한, 무책임한 태도를 보고 실망하고 분노를 느껴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 작가는 표절이 100% 맞다. 표절이 무슨 고무줄 잣대가 있어서 누가 보면 표절이고 표절이 아닐 수 있고 그런 게 아니”라며 “출처 없이 남의 글을 조금이라도 갖다 쓰면 표절이다. 그러 면에서 본다면 언론사에서 많이 보도된 내용만 가지고도 충분히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신 작가의 표절 의혹이 제기된 작품의 원작 미시마유키오의 ‘우국’과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검찰조사 관련)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만족할 만한 법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다만, (법적) 논의 가운데 저자가 어떻게 얘기를 하고 또 출판사가 어떻게 얘기를 하고 하면서 또 하나의 사회적인 공론의 장으로 또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고발의)목적은 작가가 구속되거나 출판사가 구속 되는 게 아니”라며 “독자가 (표절에 대한)고의성이 있다, 없다를 판단해서 환불을 요구한다던지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이라도 출판사 측에서 독자들에게 표절이냐, 아니냐를 분명하게 말하고 창비의 대표적 상징교수인 백낙청 교수가 표절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말씀하고 거기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행동, 피해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신 작가의 책)한권만 해도 200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출판사는 수백억 원, 작가도 인세로 수십억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것을 독자들에게 다 환불하겠다는 정도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고발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신경숙 또 밝혀진 무단 도용 의혹 ‘파문 확산’

다만, 그는 신 작가의 공개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지나친 인권침해 같다. 물증이 있는데 작가 얘기 들어서 공개 망신을 시킬 필요가 있겠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신 작가의 표절의혹 사태가 검찰 수사로까지 확대되자 제일 처음 표절의혹을 공론화한 이응준 작가와 문학계에서는 문단 스스로 해결할 일이라며 현 원장에게 검찰 고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신 작가의 표절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 작가가 1990년 ‘한국문학’ 3-4월호에 발표한 ‘무거운 새의 발자국’과 1992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발표한 단편 ‘멀리, 끝없는 길 위에’의 제목이 윤희상 시인이 1987년 발표한 시 ‘멀리, 끝없는 길 위에’와 1989년 발표한 ‘무거운 새의 발자국’과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